몽중인은 샤로수길의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해 일부러 찾아가야만 갈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저녁이면 으레 2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줄이 생긴다. 실내는 왕가위 감독의 에서 영감을 받아 복고풍으로 꾸며져 있다. 80년대 홍콩을 떠올리게 하는 분위기. 자리에 앉으면 먼저 웰컴 드링크가 나온다. 이름하여, ‘몽중샷’. 속이 뜨끈해지는 고량주 위에 생크림을 올린 것이다. 오래 기다렸던 시간을 어느 정도 보상받는 기분이다. 몽중인은 칵테일 메뉴를 갖추고 있는데, 모두 고량주를 베이스로 만든다. 분위기와는 어울리는 콘셉트지만, 레몬과 토닉워터를 넣은 고량주 하이볼은 아쉽게도 밸런스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가격은 저렴하다). 하지만 음식은 감동적이다. 입안을 얼얼하게 하는 마라장을 베이스로 만든 마라상궈는 강렬하고 이국적인 향으로 가득하다. 건두부 국수가 들어있는데,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식감이 만족스럽다. 해산물과 채소가 재료 본연의 맛을 내며 풍미를 살린다. 중국 후추인 초피가 내는 쓴맛과 얼얼함은 빠지면 아쉽지만 한 번에 많이 먹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이 집의 또 다른 추천 메뉴는 꿔바로우. 기름에 튀겨 만들었음에도 맛은 깨끗하고 무척 가벼운 질감이다. 소스는 단맛과 신맛이 조화롭다. 고기는 얇은 편이지만 저렴한 가격을 생각하면 손해 보는 것은 아니다. 몽중인은 ‘2차’에 어울리는 곳이다. 맛깔스러운 음식과 술을 나누며 왁자지껄하게 즐기는 밤. 다양하게 구비된 고량주는 용기 있는 자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에서 가장 특색 없는 대학가였던 서울대 입구. 지하철역에서 서울대 캠퍼스까지 버스를 타고 10분 정도 들어가야 하는 것이 문제였다. 또 지금은 아파트 단지로 변했지만 과거에는 서울의 대표적 빈민가였던 주변의 봉천동으로 인해 발전이 늦어진 탓도 있다. 게다가 주변에는 고만고만한 모텔촌도 있었다. 신촌이나 홍대, 대학로 같은 대학가들과 달리 이 동네는 별로 발전할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곳이었다. 하지만 2010년 수제햄버거집인 ‘저니’를 시작으로 막걸리카페 잡, 수다메리까 같은 특색 있는 가게가 하나 둘 문을 열기 시작하면서 이 동네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젊은 사장들이 이곳으로 모이게 된 이유는 무엇보다 싼 임대료. 독특한 분위기가 형성되자 관악구청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서울대 정문의‘샤’와 ‘가로수길’을 결합해 ‘샤로수길’이라는 명칭을 만들어 홍보도 시작했다. 사실 샤로수길은 이름처럼 (?) 멋지거나 세련된 동네는 아니다. 전선은 정리되지 않은 채 정신없이 걸려 있고 군데군데 보이는 오래된 세탁소와 미용실, 슈퍼마켓에서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점, 가게 주인들 간의 끈끈한 유대감, 그리고 골목길에서 느껴지는 어린 시절의 추억까지. 여태껏 주목받지 못한 점이 오히려 이곳의 매력이 되었다. 최근 여러 신문과 매체에서도 다룰 만큼 새로운 동네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샤로수길의 영역이 낙성대역까지 확장되고 있는 가운데 결코 놓쳐서는 안 될 인근의 명소들을 모았다. 에디터의 마음을 사로잡은 곳들이니 결코 놓치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