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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천동의 변신, 샤로수길

서울대입구역 근처의 허름한 원룸촌 골목 관악로 14길. 한 번도 주목받아본 적 없는 이 동네가 뜨고 있다.

서울에서 가장 특색 없는 대학가였던 서울대 입구. 지하철역에서 서울대 캠퍼스까지 버스를 타고 10분 정도 들어가야 하는 것이 문제였다. 또 지금은 아파트 단지로 변했지만 과거에는 서울의 대표적 빈민가였던 주변의 봉천동으로 인해 발전이 늦어진 탓도 있다. 게다가 주변에는 고만고만한 모텔촌도 있었다. 신촌이나 홍대, 대학로 같은 대학가들과 달리 이 동네는 별로 발전할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곳이었다. 하지만 2010년 수제햄버거집인 ‘저니’를 시작으로 막걸리카페 잡, 수다메리까 같은 특색 있는 가게가 하나 둘 문을 열기 시작하면서 이 동네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젊은 사장들이 이곳으로 모이게 된 이유는 무엇보다 싼 임대료. 독특한 분위기가 형성되자 관악구청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서울대 정문의‘샤’와 ‘가로수길’을 결합해 ‘샤로수길’이라는 명칭을 만들어 홍보도 시작했다. 사실 샤로수길은 이름처럼 (?) 멋지거나 세련된 동네는 아니다. 전선은 정리되지 않은 채 정신없이 걸려 있고 군데군데 보이는 오래된 세탁소와 미용실, 슈퍼마켓에서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점, 가게 주인들 간의 끈끈한 유대감, 그리고 골목길에서 느껴지는 어린 시절의 추억까지. 여태껏 주목받지 못한 점이 오히려 이곳의 매력이 되었다. 최근 여러 신문과 매체에서도 다룰 만큼 새로운 동네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샤로수길의 영역이 낙성대역까지 확장되고 있는 가운데 결코 놓쳐서는 안 될 인근의 명소들을 모았다. 에디터의 마음을 사로잡은 곳들이니 결코 놓치지 말 것!

몽중인

몽중인은 샤로수길의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해 일부러 찾아가야만 갈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저녁이면 으레 2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줄이 생긴다. 실내는 왕가위 감독의 에서 영감을 받아 복고풍으로 꾸며져 있다. 80년대 홍콩을 떠올리게 하는 분위기. 자리에 앉으면 먼저 웰컴 드링크가 나온다. 이름하여, ‘몽중샷’. 속이 뜨끈해지는 고량주 위에 생크림을 올린 것이다. 오래 기다렸던 시간을 어느 정도 보상받는 기분이다. 몽중인은 칵테일 메뉴를 갖추고 있는데, 모두 고량주를 베이스로 만든다. 분위기와는 어울리는 콘셉트지만, 레몬과 토닉워터를 넣은 고량주 하이볼은 아쉽게도 밸런스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가격은 저렴하다). 하지만 음식은 감동적이다. 입안을 얼얼하게 하는 마라장을 베이스로 만든 마라상궈는 강렬하고 이국적인 향으로 가득하다. 건두부 국수가 들어있는데,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식감이 만족스럽다. 해산물과 채소가 재료 본연의 맛을 내며 풍미를 살린다. 중국 후추인 초피가 내는 쓴맛과 얼얼함은 빠지면 아쉽지만 한 번에 많이 먹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이 집의 또 다른 추천 메뉴는 꿔바로우. 기름에 튀겨 만들었음에도 맛은 깨끗하고 무척 가벼운 질감이다. 소스는 단맛과 신맛이 조화롭다. 고기는 얇은 편이지만 저렴한 가격을 생각하면 손해 보는 것은 아니다. 몽중인은 ‘2차’에 어울리는 곳이다. 맛깔스러운 음식과 술을 나누며 왁자지껄하게 즐기는 밤. 다양하게 구비된 고량주는 용기 있는 자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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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구

장 블랑제리

사람들로 하루 종일 붐비는 장 블랑제리는 이 동네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명소이다. 16년째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빵집으로, 메뉴인 ‘단팥빵’과 ‘초코범벅’이 나오는 시간이 되면 계산대의 줄은 문 밖으로 이어진다(빵이 나오는 시간을 입구와 가게 곳곳에 붙여놓은 걸 보면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이 집의 빵은 서래마을이나 이태원에서 맛볼 수 있는 유럽 스타일이기보다는 어릴 때부터 먹던 전형적인 동네 빵집의 익숙한 맛이다. 하지만 큼직한 크기와 재료를 아끼지 않아 속이 꽉 찬 이곳의 빵을 한입 베어 물면? 이 집의 내공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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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니

호주 여행 중 만난 친구와 마음이 맞아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즉흥적으로 열게 된 곳. 다른 지역에 비해 저렴한 임대료와 대학가라는 매력 때문에 6년 전 이 골목에 자리 잡게 되었는데 그 후 주변에 가게가 하나 둘 들어서며 이 길이 독특한 맛집 골목으로 소문나게 되었다. 이곳에서는 심플한 재료로 깊은 맛을 내는 저니 버거를 꼭 맛봐야 하는데 무심한 듯하지만 정이 많은 주인을 빼닮았다. 또한 전 세계의 다양한 맥주와 와인도 즐길 수 있다. 맥주를 두 병 시키면 감자튀김을, 와인 한 병을 시키면 치즈 플레이트를 서비스로 제공하는 것도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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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야시장

북적거리는 방콕의 밤거리를 연상시키는 방콕야시장은 이미 샤로수길의 명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간판에서부터 태국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곳은 태국에서 공부한 주인장의 노하우가 돋보인다. 특히, MSG와 파우더가 들어가지 않은 깔끔한 맛의 태국 음식을 즐길 수 있다. 달콤한 노란 커리와 새우를 함께 볶은 이곳의 대표 메뉴 꿍팟퐁커리를 비롯해 똠얌꿍, 팟타이 등의 메뉴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 방콕에서의 화려한 휴가가 그리운 이들은 꼭 한번 찾아가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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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홍합집

포장마차에서 홍합탕을 호호 불어가며 소주 한 잔을 기울이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유럽 여행을 하며 맛본 화이트 와인을 넣고 따끈하게 끓인 벨기에식 홍합요리 뮬(moule)이 생각날 때가 있다. 이곳 프랑스 홍합집은 그런 여행의 향수를 달랠 수 있는 곳이다. 프랑스에서 유학 생활을 한 주인의 경험이 고스란히 스며든 레시피와 샤로수길의 편한 분위기가 적절히 어우러져 있다. 대표 메뉴인 토마토소스 홍합 요리와 도피네식 감자 그라탱은 크로넨버그 1664 같은 프랑스 맥주와 함께 즐겨도 좋지만 소주와 함께 소탈한 기분으로 즐겨도 매력적이다. 남은 국물에 면을 볶아서 먹을 수 있는 이곳만의 특별한 사이드 메뉴도 놓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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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로수길에서 만난 사람들

박성난

박성난

“샤로수길에 위치한 낙성대 시장에서 오뚜기 분식집을 운영하고 있다. 이전에는 주변 원룸촌에 사는 친구들만이 이 골목을 찾았는데 최근 젊은 감성의 가게가 하나 둘 생기며 다양한 사람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쇠퇴했던 재래시장의 분위기도 조금씩 살아나는 것이 느껴진다.”

이상민

이상민

“서울대에서 이곳 샤로수길까지 나오는 데 20-30분 걸릴 정도로 거리가 있는 편이다. 그래서 수업이 다 끝난 다음, 친구들과 한 잔 걸치기 위해 이곳을 자주 찾는다. 주로 밤에 온다는 얘기다. 또 이곳의 가게들도 대부분 저녁에 문을 연다. 전에는 신촌이나 홍대를 주로 갔지만 최근엔 저렴한 가격에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어 이곳을 자주 찾게 되었다.”

댓글

1 comments
Sich H
Sich H

응당 있어야 할 곳들이 없어서 아쉽습니다만, 재미있는 기획이었습니다. 따뜻한 코멘트가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