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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 < 연애담 >의 이상희와 류선영

그러니까, 결국 사랑이다. 사랑이 왔다가 간다. 덕분에 얼만큼은 앞으로 나아간다.

작성:
Hye-wo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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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의 긴 편지를 주고받은 후 < 연애담 >의 주연배우 이상희와 류선영을 만났다. 촬영과 인터뷰를 끝낸 토요일 밤, 그리고 몇 시간이 지난 새벽 4시 36분, 배우 이상희에게 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선영과 저는 각자 다른 공간에서 맥주를 마시며 통화했어요. 오늘을 회상하며.귀한 시간이었고 귀한 사람을 만나 그게 너무 고마웠어요. 술기운에 보내는 문자이니 모른 척 해주세요. 베리 나이스 투 밋 유.” 술기운에 기댄 용기를 모른 척하는 건 도리가 아니잖나.그가 메시지를 보낼 때는 이미 푸르게 날이 밝기 시작한 완연한 일요일 아침이었을 것이다.
 
글 최지웅 (데이즈드 코리아 에디터)
사진 김태환
Photo: Tae Hwan Kim

연애담 >은 어떤 영화인가.
상희 제목 그대로 연애 이야기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 있거나, 진행 중이거나, 앞으로 경험하게 될 연애 이야기.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후져 보여도 당사자들에게는 늘 각별하고 소중한 시간들.
선영 정리되지 않은 사람들이 만나서 자기 자신을 정리하게 되는 영화. 연애가 그렇지 않나. 내가 누군지 알아가고, 변하고, 그런 시간을 통해서 나름대로 단단해지는 거.
 
동성애 코드가 부담스럽지 않았나.
선영 전혀. 동성애가 특별하거나 이상하다는 생각해본 적 없다. 어떻게 하면 영화 속 인물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을까 그 생각뿐.
상희 이 질문 참 많이 받는데. 나도 부담이나 거부감은 없었다. 어떻게 하면 사랑의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그 고민만 했다.
 
윤주(이상희)가 지수(류선영), 지수 아버지와 어색하게 밥을 먹는 장면 뒤윤주는 룸메이트에게 커밍아웃을 한다.
상희 윤주는 여자와 사랑에 빠진 게 처음인 거다. 그게 그냥 행복했고, 당연히 인정받고 싶었겠지. 주변 사람이나 사회의 편견을 생각하지 못했을 거다. 그 장면에서 친구의 반응이 싸늘하지 않나. 윤주는 친구가 그렇게 나올 줄 몰랐던 거다. 처음으로 사회적 편견에 부딪히는 장면인 거지
선영 밥 먹는 장면을 좋아한다. 지수를 이해할 수 있는 힌트라고 생각한다. 왜 지수는 아버지 집에서 저렇게 안절부절못하며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할까. 아버지에게 커밍아웃한 것도 아닌데 왜 저렇게 불안해할까. 지수의 상황을 어렴풋하게 알 수 있는 장면인 것 같다.
 
윤주와 지수가 사는 곳이 바뀔 때마다 상황과 처지가 달라지더라.
상희 그런가. 사실 윤주는 사는 곳이 바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홀로서기. 이사를 하면서 홀로서기를 하는 거다.
선영 공간에 따라 분위기가 다른 것 같다. 지수의 방은 사랑스러운 공간이다. 아낌없이 사랑을 나누는 공간. 윤주의 방은 윤주처럼 아직 불안정하고 조금 혼란스럽기도 하고. 공간의 주인이 정한 룰에 따르는 것 같다. 지수가 아빠의 집에 들어가서 철저히 아빠의 룰에 따르지 않나.
 
연애담 >의 마지막 장면을 좋아한다그런데 결국 윤주는 혼자 앞으로 나아가나?
상희 윤주는 지수가 처음이지 않나. 그렇게 깊이 있는 감정을 느낀 게. 처음 사랑에 빠지면 뒤를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상처를 주고받고, 다음 사랑을 만나면 몸을 사리게 되더라. 윤주가 가장 힘든 순간에 지수로부터 외면을 받는다. 큰 상처였을 거다. 사회적인 편견에 부딪힐 일도 많고. 윤주는 살아가면서 힘든 일이 많을지도 모른다. 지수와 다시 만나봐야 결국 또 헤어질지도 모르고. 감독님이나 관객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수를 계속 만나고 싶다.
 
방금 말은 윤주를 연기한 상희의 마음이겠지?
상희 내 마음이 그렇다는 거다.
선영 지수는 사실 바라는 건 있어도 기대하는 건 없다. 연애에. 윤주보다는 많이 경험했고, 그래서 상처도 많이 받았을 거고. 윤주에게 뭘 기대하진 않는 것 같다. 근데 잘 모르겠다. 어려운 질문이다.
Photo: Tae Hwan Kim

여배우라는 말 어떤가.
상희 들어서 기분 좋은 말은 아니다. 여배우라는 단어를 두고 사람들이 부여한 편견도 있고. 그냥 배우라고 불러 주는 게 좋기는 하다. 유난스러워 보일까 봐 표현을 하진 않지만.
선영 원래 호칭은 별로 상관을 안 한다. 나는 ‘여자인 배우’니까 ‘여배우’로 부르든 ‘배우’로 부르든 상관없다. 다만 여배우의 이미지에 관한 편견은 불만이다. 깐깐하고 전부 다 맞춰줘야 하고 뭐 그런 이미지. 내가 겪은 여배우 중 그런 사람을 본 적 없다.
 
영화에서 배우와 배역의 나이가 같다삼십 대 초이 십 대 후반사회에서 눈에 띄는 결과를 요구받는 나이다개인으로, 배우로 고민이 있나.
상희 내가 원래 직장인이었다. 영화 일을 하는 지금 그때보다 그런 암묵적 강요가 덜하긴 하다. 집에서 가끔 시집이나 가라는 말을 하는데 나이 대에 맞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는 부담은 없다. 다만 나이 들어서 혼자 살면 어떡하지. 내가 하고 싶다는 이유로 영화 일을 하는 게 불효가 되지 않을까. 집에 보탬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고민은 하고 있다.
선영 올해 29살인데 아직 과정에 있는 나이라고 생각한다. 결과를 내야 한다는 조바심보다는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많다. 어차피 배우를 하겠다고 선택했고 그 결심을 의심하진 않는다. 길게 본다. 장녀고 유명하지도 돈을 잘 벌지도 못하니 경제적인 부분에 스트레스를 받긴 한다. 그런데 올해만큼은 귀를 닫으려고. 마지막 20대에 그런 이유로 흔들리고 싶진 않다.
 
스타가 되고 싶나?
상희 전혀. 그냥 꾸준히 밥 벌어먹고 사는 거. 연기로.
선영 스타는 잘 모르겠지만, 기왕 태어났으니 이름을 남기면 좋지.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대상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전회 매진기분이 어땠나.
상희 너무 기뻤다. 우리 다 잘하고 싶었고, 열악한 상황에서 모두 열심히 했다. 수상이 같이 고생한 사람들에게는 축제가 되니까 좋았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매진은 덜컥 겁이 났다. 기대치가 높았다가 내 부족함을 보고 실망하면 어쩌지 무서웠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것도 욕심이고, 그냥 감사하다. 영화를 보고 가슴에 담아 가는 건 관객들 각자의 몫이니까 내가 그 일에 뭘 바라는 건 욕심이지 않나.
선영 전주국제영화제 갔을 때 외로웠다. 아무도 관심 가져 주지 않아서. 극장에 아무도 없으면 어쩌지. 그런데 한국경쟁 대상을 받고 서러움이 폭발해서 울었다. 기쁘기도 했지만 힘들고 외로웠던 게 생각나서 서러웠다.
 
모든 게 다 변하지 않나그래도 끝까지 버리지 않고 함께 가고 싶은 게 있나.
선영 아 어렵다. 진심. 모든 순간순간 진심으로 말하고 행동하고 싶다.
상희 상처를 주고받으면서 자꾸 마음이 작아진다. 상처를 모르던 시절처럼 살고 싶은데.언제나 처음인 것처럼 살고 싶다. 잘 안 된다 그게.
 
류선영 배우당신이 누구의 언니인지 쓰지 않을 생각이다그건 내 방식으로 당신을 존중하고 응원하는 거다.
상희 아 그거 좋다. 그거 좋네.
선영 아. 신경 쓰지 않지만 나도 좋다. 마음대로.
 
이상희와 류선영이 출연하는 영화 < 연애담 >은 11월 17일 개봉한다.
연애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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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과정 8기 졸업 작품이자 이현주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올해 상반기,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을 받고 바르샤바국제영화제,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등 해외 유수 영화제에 초청을 받으며 많은 이들이 개봉을 기다린 작품이기도 하다. 서울여성영화제에서는 전석이 매진됐다. 미술학도 윤주(이상희)는 졸업을 전시를 준비하던 중 만난, 아르바이트를 하며 꿈을 찾아가는 지수(류선영)에게 마음이 이끌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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