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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메인

서울의 문화예술동, 성북동을 걷다

시대와 종교가 교차하고 오래된 정취 속 새로운 변화가 꿈틀대는 이곳은 여전히 걷기 좋다.

작성:
Hye-wo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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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은 한양도성 북쪽에 위치해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은 서울 성곽이라 부르는, 1396년 무려 20만여 명의 인원이 동원돼 쌓아 올린 그 단단한 울타리의 북쪽. 성북동은 오래전부터 서울에서 손꼽히는 풍수지리 명당으로 부촌이었던 동시에, 시인 김광섭의 ‘성북동 비둘기’로 대표되는 소시민들의 터전으로 알려졌다.(한성대입구역에서 03번 마을버스를 타면 아직 서울의 옛 모습을 간직한 북정마을에 다다른다.) 성북동은 또한 문화예술인들이 서로 교류하며 작품 활동을 펼친 곳으로도 유명하다. 만해 한용운, 청록파 시인 조지훈, 작곡가 윤이상, 작가 이태준 등이 머물렀던 흔적이 여전히 곳곳에 남아 있다. 이들의 자취는 유서 깊은 절, 성당과 함께 성북동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데 한몫한다.

북한산을 등지고 성곽을 옆에 두른 이곳에는 소란스러울 때가 없다. 다만 1–2년 사이에 한성대입구역 주변에서부터 하나 둘 생겨난 상업 공간과 젊은 예술가들의 공방이 성북동에 새로운 활기를 더한다. 성북동을 가로지르는 메인 도로를 따라가면 결코 보이지 않을 작은 카페와 레스토랑이 골목골목 자리 잡았다. 과거 이곳의 문인들이 그러했듯, 예술가들의 움직임은 더 활발하다. 성북동을 무대로 활동하는 예술가, 기획자, 공간 운영자 등이 모여 만든 ‘성북예술동 프로젝트’는 올해 삼선동까지 범위를 확장해 진행될 예정이다. 성북로 8길을 따라 늘어선 작가들의 공방과 스튜디오가 여는 아트마켓 ‘프롬 에잇(From 8)’은 올 3월, 5회째를 맞았다. 그러나 성북동의 변화는 빠르지 않다. 예나 지금이나 성북동은 성북동이다.

먹고 마시고 즐길 수 있는 곳

성북동 디미방
  • Restaurants
옛날 동네에 있음직한 식당을 선보이고 싶었다는 박진하 대표는 민속박물관에서 본 선술집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디미방을 만들었다. 이름은 여성이 쓴 최초의 한글 요리책인 장계향 선생의 에서 따왔다. 당시 여러 요리서와 달리 중국을 모방하지 않고 자신의 요리법을 찾은 그 정신이 좋아서다. 그리고 우리 조상들이 그러했듯 식재료 본래의 맛을 살리기 위해 조미료를 넣지 않고 시간을 들여 정성껏 요리한다. 비지와 콩을 즉석에서 갈아 넣은 콩비지찌개는 부드럽고 묵직하다.(에디터는 이곳에서 ‘인생’ 비지찌개를 만났다.) 물이 비치지 않고 걸쭉한데, 밥 없이 찌개만 계속 떠먹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두부조림도 일품. 두 명이 방문한다면 콩비지찌개와 함께 제육볶음을 맛보길 추천한다. 벽에 그려진 그림과 붓글씨는 이곳을 찾은 작가들이 남긴 흔적이다.
알렉스 더 커피
  • Restaurants
지난 3월 1일 문을 연 알렉스 더 커피는 현재 성북동에서 여러모로 가장 뜨거운 카페다. 새로 생긴 대부분의 가게가 한성대입구역 가까이에 자리 잡은 것과 달리 역에서 조금은 걸어 올라와야 한다. 이제 다 왔을까 의문이 들 때쯤 만나게 되는 나무 입간판을 따라 재즈 음악이 흘러나오는 카페 내부로 들어서면 된다. 총 2층 규모로 1층에서는 주문만 가능하다. 성북동 고유의 분위기와 2층 곳곳에 놓인 나무 화분에 서울 근교로 나온 듯한 한적한 기분이 든다. 이곳에서는 온실처럼 꾸며진 테라스가 명당인데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은 따뜻하고 커피는 향기로우니 걷는 수고가 아깝지 않다. 알렉스 더 커피는 용인의 유명 로스터리 카페로 서울의 정식 매장은 성북동에 자리 잡은 이곳이 유일하다. 커피 산지를 돌며 직거래(Direct Trade)한 커피를 소개하는데, 사실 맛뿐만 아니라 감각적인 패키지 디자인으로도 소문났다. 이곳에서는 시그니처 메뉴인 ‘화이트 블랑’을 맛보자. 화이트모카에 크림을 얹은 달콤한 커피다. 매장에서 직접 만든, 커피젤리 위에 티라미수 크림을 더한 ‘탐 젤리’ 같은 디저트를 곁들여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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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맛식당
  • Restaurants
노란 창틀, 파란 타일의 테이블, 과일 모형이 장식된 빨대 등 꿀맛식당은 이름만큼 아기자기한 소품과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식당이다.(플레이팅도 그렇다!) 요리를 하는 남편 대신 인테리어는 부인이 도맡았다. 버려진 소품을 가져다 활용하고 타일을 직접 붙이는 등 부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게 없다. 덕분에 만화나 영화에서 나올 법한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는데, ‘귀여워!’라는 외침과 함께 사진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신선한 재료로 정직하게 요리한 음식은 자극적이지 않다. “우리 음식이 꿀맛이라는 게 아니라 꿀맛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가게라는 뜻이에요”라고 주인은 말했지만 추천 메뉴인 두 겹 함박스테이크는 곁들여 나오는 샐러드도 맛있다. 테이블은 5개뿐이고 주문과 동시에 요리를 시작해 오랜 기다림은 필수지만 계속 찾고 싶은 정겨움이 있다. 다행히 버섯 크림 파스타, 매운 커리 파스타, 봉골레, 오므라이스, 김치볶음밥 등 선택할 수 있는 메뉴도 다양하다.
더 올드 시네마
  • Shopping
영화 소품을 대여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지만, 아니다. 더 올드 시네마는 영국에서 직수입한 빈티지 가구와 소품을 판매하는 빈티지 숍. 성북동 골목 깊숙이 보물섬처럼 숨어 있다. 과거 빈티지가 어른들의 고상한 취미로 그려지던 것과는 달리 이곳에는 기성품에 지친 20–30대 손님이 많다. 그만큼 젊은이들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제품이 많다는 뜻이다. 1930년에서 40년대에 발행된 초기 판형의 펭귄북스 책은 인테리어 오브제로도 훌륭하다. 빨간 법랑 컵과 손잡이에 얼굴이 그려진 귀여운 브러시 등 빈티지와 잘 어우러지는 새 제품도 몇 가지 있다. 모든 제품은 홈페이지로 판매하니 미리 둘러보고 이곳을 오면 더 좋다.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

이태준 고택
  • Restaurants
  • 성북동
작가 상허 이태준의 고택으로 한옥의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담겼다. 현재는 ‘수연산방(문인들이 모이는 산속의 작은 집)’이라는 이름의 전통 찻집으로 운영되는데 영화와 드라마 등의 촬영지로 애용될 만큼 유명하다.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늘 고요하고 평화로우며 아담한 정원은 사계절 피는 꽃이 달라 매번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천주교 성북동 성당
  • Attractions
빨간 벽돌로 지어진 성북동 성당은 길상사를 가는 길목에 위치해 있다. 규모는 작지만 이곳이 주는 평온함은 강력하다. 성당 내부에는 정면을 기준으로 양옆에 각각 4개의 독특한 스테인드글라스화가 그려졌다. 한국적인 색을 담아 초창기 한국의 순교자들을 표현하거나 예수님과 열두 제자가 기와집 안 식탁 앞에 둘러앉아 있는 식이다. 성전 중앙의 은은한 조명이 따뜻하고 온화한 느낌이 들게 한다.

성북동에서 만난 사람

김주형(모던만물 주인장)

김주형(모던만물 주인장)

동네 주민으로서 느끼는 성북동은?
"일단 마음이 편해요. 도심지와 가깝지만 굉장히 차분하고 번잡하지 않죠. 녹지도 많고요. 그러니까 사람들 기운 자체도 안정적인 게 느껴져요. 또 동네가 문화예술계 사람들의 기운에 좋게 작용하는 것도 있어요. 제가 무당이고 예술을 하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이 동네가 그냥 포근하고 편해요."

김선문 (문화기획자 / 17717 기획 및 운영)

김선문 (문화기획자 / 17717 기획 및 운영)

젊은이들이 흥미로워할 만한 갤러리를 추천해주세요.
“캔 파운데이션, 오뉴월, 17717을 추천하고 싶어요. 우선 성북동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공간들이고 여러 아티스트의 실험적인 작업을 볼 수 있어요. 그렇지만 성북동은 전체가 갤러리이고 미술관이에요. 길을 걷기만 해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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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문이 추천한 갤러리 3

스페이스 오뉴월 ‘큐레이터 실험실’을 모토로 2011년 개관했다. 미술, 건축, 음악, 연극, 문학 등의 작업을 선보인다. / 성북구 선잠로 12-6, 070-4401-6741
캔 파운데이션 캔 파운데이션에서 운영하는 스페이스 캔은 비영리 대안공간으로 국내외 작가들의 개인전과 독립영화 상영, 미디어 전시 등을 연다. / 선잠로 2길 14-4(스페이스 캔), 02-766-7660
17717 갤러리이자 콘서트 장소이자 성북동을 중심으로 예술을 통한 소통을 꾀하는 집단 17717의 회의실. / 성북구 성북로 8길 11, 010-4441-7717

성북동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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