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일당(Ale堂). 에일 맥주를 파는 집이라는 뜻이다. 애일당(愛日堂), 하루 하루를 사랑하며 사는 집이라는 뜻이다. 이 두 가지 사랑스러운 뜻을 지닌 익선동의 에일당은 백 년 된 한옥을 개조한 맥주 펍이다. 뜨거운 볕이 내리쬐던 어느 봄날 대낮에 찾은 에일당은 그야말로 ‘핫’했다. 남향에 마당을 두어서인지 유리 천장을 통해 부서질 듯 쏟아지는 태양 볕이 ‘핫’했고, 여름이 오려면 멀었는데도 대낮부터 마당을 가득 채운 사람들의 ‘낮맥’을 즐기는 모습이 ‘핫’했다. 2016년 12월 익선동 세 번째 골목에 문을 연 에일당은 오래된 한옥의 원형을 보존하면서도 내부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거칠면서도 따뜻한 느낌의 빈티지 가구와 인테리어, 생동감을 주는 따스한 생화의 조화가 편안함을 선사하는 곳이다. 에일당에서는 정통 영국식 수제맥주인 굿맨 브루어리의 모든 맥주를 판다. 인기 아이템은 테이블 엠버와 테이블 페일로, 높지 않은 알코올 도수에 각 두 잔을 연거푸 마셔도 꿀떡꿀떡 잘 넘어가는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마당 중앙으로 강하게 내리쬐는 뜨거운 볕 아래서 마셔보길 추천한다. 그전까지 루프톱에서의 ‘낮맥’이 인기였다면, 올해는 테라스에서 즐기는 ‘낮맥’이 대세가 될 것 같다. 물론 여기에는 에일당이 큰 몫을 차지할 테고. 맥주와 곁들이기 좋은 수제 소시지와 피자도 준비되어 있다. 또 에일당은 훌륭한 스페셜티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커피몽타주의 원두를 사용한 커피를 함께 판매하고 있어 ‘낮맥’을 부담스러워 하는 일행과 함께 와도 언제나 괜찮은 곳이다. 인기가 좋은 티라미수나 바나나 브레드 같은 디저트도 함께 즐겨볼 것을 추천한다. 한가지 잊은 것이 있다. 에일당이 ‘핫’한 또 다른 이유. 바로 한옥에서 흘러나오는 그루브한 음악이다. 한옥펍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에일당은 유리 천장을 통해 날씨의 운치는 누리면서 오래된 삶의 정취도 느낄 수 있는 전통적인 곳, 낮맥을 즐기는 트렌디한 사람들과 함께 절로 리듬을 타게 만드는 ‘힙’한 음악이 가득한 익선동의 진짜 핫플레이스다.
익선동에서 먹고 마시고
익선동에 위치한 프루스트는 향기 체험 숍 겸 홍차 카페다. 계산대를 기준으로 공간이 둘로 나뉘는데, 한쪽에서는 차를 마실 수 있고 반대쪽에서는 향을 테스트하고 향수, 디퓨저, 캔들 등을 만들어볼 수 있다. 음료 메뉴는 단출하다. 아삼티를 베이스로 한 로열 밀크티와 연유를 넣은 타이 밀크티, 그리고 장미향을 더한 가향차 한 종류가 있다. 그중에서는 로열 밀크티가 가장 인기 있다. 선인장에서 추출한 아가베 시럽으로 당도를 맞춘 게 특징인데, 달지 않고 가볍고 은은하다. 아이스 로열 밀크티는 예쁜 병에 담아 판매해 소유욕을 더욱 자극한다. 냄새를 통해 과거의 일을 떠올리는 프루스트 현상에서 따온 이름답게 이곳의 홍차와 마들렌의 결합한 세트 메뉴도 있다. (프루스트 현상은 주인공이 홍차에 적신 마들렌의 냄새를 맡고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에서 유래했다. ) 프루스트는 익선동의 여러 가게가 그러하듯 한옥을 개조해 만들었다. 나무 대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면 자그마한 안뜰과 내부가 보이는 형태다. 기와지붕과 기본 골조는 살리고, 전체적으로 하얀 페인트를 칠한 뒤 유리와 금속장식을 활용해 꾸며 깨끗하고 현대적인 분위기다.
요즘 가장 핫한 동네 익선동에 문을 연 와인 바. 사실 ‘바’보다는 ‘와인 포차’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곳으로 주인장은 저렴하고 우수한 품질의 와인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동네가 뜨기 전부터 주변에 자리 잡고 있던 게이 바들 덕에 예쁘게 차려입은 게이 친구들이 와인잔을 기울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주변에 게스트하우스와 호텔들이 포진해 있어 여유로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외국인 여행자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마치 바르셀로나나 방콕의 골목길에 있는 노천카페 같은 분위기다. 서울의 중심에서 이국적인 분위기를 즐기며 와인 한 잔 마시고 싶을 때 ‘시집’을 떠올리자.
오래된 맛집을 찾아서
커피 한 잔을 마셔도 4000원이 거뜬히 넘는다. 수련집은 서울에서 가장 저렴한 백반집이다. 김치찌개 또는 동태찌개 한 사발과 다섯 가지 반찬 다 해서 3500원이다. 점심임에도 거한 반주를 곁들이는 어르신이 많다. 오랫동안 사람들의 허기를 달래주며 추억과 위로가 된 밥집이다.
디자이너 스튜디오 & 숍
서울에서 가장 뜨거운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익선동이 최근 새로운 공간들로 다시 뜨겁다. 익선동에 소위 ‘핫 플레이스’라 불리는 곳 대부분이 한옥을 개조한 공간이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한 곳이 유독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오랫동안 붙잡는다. 이 곳은 바로 편집숍 ‘더 쉘프’의 첫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 전 세계의 다양한 슈즈 브랜드를 소개하는 편집숍 더 쉘프는 백화점에만 입점해 있다가 익선동에 최초로 단독 매장을 열었다. ‘여긴 뭐하는 곳이야?’라는 말과 함께 호기심 어린 눈으로 매장 앞을 기웃거리다 들어선 사람들을 따라 에디터도 매장 안으로 발을 들였다. 놀랐다. 익선동에 이런 규모는 없었다. 이런 공간도 없었다. 더 쉘프, 이곳으로 인해 익선동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는 건 분명해 보였다. 한옥, 그리고 널찍한 내부의 선반 위를 가득 채운 스니커즈들. 어울릴 듯 말 듯한 이 둘의 기막힌 앙상블이 더 쉘프의 가장 큰 매력이다. 대표 브랜드는 1911년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수페르가(Superga)로, 초창기 모습을 그대로 유지한 클래식한 디자인으로 한국에서도 인기가 좋다. 이 밖에 1905년 영국의 작은 작업장에서 태어난 골라(Gola), 스페인의 핸드 메이드 슈즈 브랜드 마이앙스(Maians) 그리고 스페인의 친환경 신발 브랜드인 포토막(Potomac) 등이 있는데, 취급하는 브랜드 모두 현재까지 옛 디자인과 감성을 유지하고 있는 헤리티지 브랜드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 브랜드들이 서울의 근대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익선동과 많이 닮아있다는 점.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를 더해가는 것’, 더 쉘프가 전개 중인 브랜드의 특성이자 옛 서울의 정취를 간직한 익선동의 매력이다. 더 쉘프는 매 시즌마다 한 가지 주제와 브랜드를 선정해 매장 한 켠에 마련된 쇼케이스를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 백화점 문을 뚫고 그와 어울리는 익선동에 터를 마련한 이곳의 날갯짓이 기대되는 바다.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한옥 편집숍으로서의 매력과 동시에 휴식 공간으로서의 매력도 뽐낸다. 커피 애호가 에디터의 입맛을 사로잡은 훌륭한 커피는 물론 페로니, 에스트렐라 그리고 기네스 등의 세계 맥주도 즐길 수 있다. 이 맥주들은 더 쉘프의 주력 브랜드 국가인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아일랜드)를 대표하는 주류다. 맥주를 마시며 각 국의 브랜드 스토리를 듣는 재미까지 더했다. 그래도 매력을 못 느끼겠다면, 매장 2층에 있는 루프톱에 올라가 한 눈에 들어오는 익선동 정취를 느껴보자. ‘낮맥’하기에 둘도 없이 좋은 곳이다. 끊이지 않는 매력으로 가득 찬 공간, 들어올 때 읊조렸던 ‘여기는 뭐하는 곳이야?’라는 질문을 옥상에서도 똑같이 하는 당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커튼을 친 유리 위로 익숙하면서도 낯선 동네의 지도가 붙어 있다. 오디너리랩은 두 명의 디자이너로 구성된 디자인 스튜디오. 브랜딩과 그래픽, 패키지 등 특정 분야에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작업을 해오고 있으며, ‘아마추어서울’이라는 지도를 만드는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아마추어서울은 ‘주목하지 않았던 곳을 주목하는 주관적 디자인 여행 가이드맵’으로, 두 번째 호가 바로 이들이 터를 잡은 익선동이었다. 때때로 길을 물어보거나 밖에 붙은 지도 작업을 궁금해하는 이들이 문을 두드린다. 문이 열려 있고 업무로 바쁘지 않을 때에는 지나가다 들러도 좋다는 이들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본다면 아마 친절하게 답변해줄 것이다. "타임아웃 서울" 팀을 맞아주었듯이.
익선동에서 마주친 사람들
세탁소 할아버지
오디너리랩 디자이너 유혜인
학생 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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