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동네에 있음직한 식당을 선보이고 싶었다는 박진하 대표는 민속박물관에서 본 선술집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디미방을 만들었다. 이름은 여성이 쓴 최초의 한글 요리책인 장계향 선생의 에서 따왔다. 당시 여러 요리서와 달리 중국을 모방하지 않고 자신의 요리법을 찾은 그 정신이 좋아서다. 그리고 우리 조상들이 그러했듯 식재료 본래의 맛을 살리기 위해 조미료를 넣지 않고 시간을 들여 정성껏 요리한다. 비지와 콩을 즉석에서 갈아 넣은 콩비지찌개는 부드럽고 묵직하다.(에디터는 이곳에서 ‘인생’ 비지찌개를 만났다.) 물이 비치지 않고 걸쭉한데, 밥 없이 찌개만 계속 떠먹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두부조림도 일품. 두 명이 방문한다면 콩비지찌개와 함께 제육볶음을 맛보길 추천한다. 벽에 그려진 그림과 붓글씨는 이곳을 찾은 작가들이 남긴 흔적이다.
성북동은 한양도성 북쪽에 위치해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은 서울 성곽이라 부르는, 1396년 무려 20만여 명의 인원이 동원돼 쌓아 올린 그 단단한 울타리의 북쪽. 성북동은 오래전부터 서울에서 손꼽히는 풍수지리 명당으로 부촌이었던 동시에, 시인 김광섭의 ‘성북동 비둘기’로 대표되는 소시민들의 터전으로 알려졌다.(한성대입구역에서 03번 마을버스를 타면 아직 서울의 옛 모습을 간직한 북정마을에 다다른다.) 성북동은 또한 문화예술인들이 서로 교류하며 작품 활동을 펼친 곳으로도 유명하다. 만해 한용운, 청록파 시인 조지훈, 작곡가 윤이상, 작가 이태준 등이 머물렀던 흔적이 여전히 곳곳에 남아 있다. 이들의 자취는 유서 깊은 절, 성당과 함께 성북동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데 한몫한다.
북한산을 등지고 성곽을 옆에 두른 이곳에는 소란스러울 때가 없다. 다만 1–2년 사이에 한성대입구역 주변에서부터 하나 둘 생겨난 상업 공간과 젊은 예술가들의 공방이 성북동에 새로운 활기를 더한다. 성북동을 가로지르는 메인 도로를 따라가면 결코 보이지 않을 작은 카페와 레스토랑이 골목골목 자리 잡았다. 과거 이곳의 문인들이 그러했듯, 예술가들의 움직임은 더 활발하다. 성북동을 무대로 활동하는 예술가, 기획자, 공간 운영자 등이 모여 만든 ‘성북예술동 프로젝트’는 올해 삼선동까지 범위를 확장해 진행될 예정이다. 성북로 8길을 따라 늘어선 작가들의 공방과 스튜디오가 여는 아트마켓 ‘프롬 에잇(From 8)’은 올 3월, 5회째를 맞았다. 그러나 성북동의 변화는 빠르지 않다. 예나 지금이나 성북동은 성북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