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조여 날렵하게 드러나는 라인을 위해, 파격적인 감각의 디자이너 신상을 무리 없이 소화하기 위해, 옷에 몸을 맞추려는 부단한 노력이 당연해졌다. 패션, 스타일이라는 가치는 옷의 기본 기능마저 압도한 지 오래이므로. 새로움이 대개 이미 있어왔던 것들 반대편에서 번쩍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세(IISE)의 옷은 몸 위를 느슨하고 가볍게 흐른다. 이 무광의 흐름은 편안하지만 결코 흐트러지지 않는다. 여기에는 우리 유전자가 먼저 알아볼 익숙함이 스며 있다. 한국 전통의 의복 디자인, 그 단순하면서도 개성적인 특성이 눈 밝은 재미교포 형제들의 감각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 이세다. 이세는 천연염색, 무명과 광목과 같은 천연 소재로 한국적이면서 모던한 스트리트룩을 만들어낸다. 함께 언급하는 것조차 뭔가 어색한 이 조합의 퍽 근사하고 재미있는 결과물은 평창동 쇼룸에서 목격(!)할 수 있다. 매우 한국적이면서도 과거와 현재, 미래의 공감각이 뒤섞인 무드가 쇼룸에 가득하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커다란 테이블은 한옥의 대문을 이어 붙여 만든 것이다. 옛집의 대들보, 창틀도 가져왔다. 벽면에는 한국의 옛 풍경을 묘사한 모던한 추상화나 흑백 스냅사진들이 브랜드의 정체성을 주장한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어떤 굵직한 선 하나가 투명하면서도 확실하게 흐르고 있다.
지금 서울에서 젊은 패션 피플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한국 디자이너들의 독특한 쇼룸을 찾았다. 한국의 천연염색 공법과 전통 소재를 적극 활용하여 모던한 스트리트룩을 만드는 이세, 서울의 스트리트 패션을 대변하는 디스이즈네버댓,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이 뭉친 아더에러, 계한희 디자이너의 세컨브랜드까지. 그들의 감성과 영감의 아이디어가 묻어나는 쇼룸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