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프렌즈
© Kakao Friends Corp.

아이언맨을 입고, 브라운을 두르고, 세일러문으로 화장하는 시대.

나이를 먹고 애처럼 캐릭터를 좋아한다는 핀잔이 민망한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키덜트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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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에는 분홍색 플라스틱 장식이 요란하게 붙은 아이라이너와 파우더가 반짝이고, 책상에 놓인 메모지와 펜, 핸드폰 케이스와 풀에는 곰과 토끼가 헤벌쭉 웃고 있다. 이 책상의 주인공은 초등학생이 아닌, 어엿한 성인이 된 지 10년이 넘은 직장인 여성. 그녀에게 돌을 던질 자, 그 누구인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좋아하는 캐릭터의 상품으로 꾸미는 것을 뜻하는 캐맞춤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언제부터인지 아이들의 전유물이었던 만화나 게임을 즐기는 성인, 이른바 키덜트가 소비 문화의 중심이 되었다. 키드와 어덜트의 합성어인 키덜트는 게임이나 만화, 장난감 등 아이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던 물건에 흥미를 느끼는 어른을 뜻한다. 이들은 방 한 구석에서 몰래 혼자 놀기는커녕, 당당히 좋아하는 캐릭터가 가슴에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거리를 활보한다. 월급이 비록 통장을 스쳐 사라질지언정,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가 박힌 물건을 보면 어머, 저건 가져야 해!”를 외친다. 카카오 프렌즈와 협업한 운동화를 선보인 스파 브랜드 에잇세컨즈의 경우, 온라인 숍 예약 판매량이 전년 대비 10개 가량 증가했을 정도로 키덜트의 구매력은 엄청났다. 전년 모델이 유명 가수 지드래곤이라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의미심장하다. 광고업계 종사자들은 잘 키운 캐릭터 하나, 열 연예인 안 부럽다고 입을 모은다.

캐릭터 상품의 세계는 이제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다. 프렌즈의 골프웨어와 무드등 및 도시락, 라인 프렌즈의 공기청정기나 빛나는 라이팅 핸드폰 케이스는 상품군도 다양할 뿐 아니라 디자인의 완성도와 효용도도 높다. 패션계도 키덜트를 사로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상태다. 부부 디자이너 스티브 J와 요니 P가 발표한 2017 SS컬렉션의 데님은 코믹계의 양대 산맥인 마블과 협업한 제품으로, 해외 언론에서도 주목 받을 만큼 성공적이었다. 질 스튜어트는 티셔츠, 원피스 같은 의류와 에코백, 클러치 등의 액세서리에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에 나오는 디즈니의 캐릭터를 수놓았다, 빈폴 역시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가 그려진 가방을 출시했다. 캐릭터와 패션이 결합한 경우다. 여심을 공략하는 뷰티 제품은 이미 피카츄, 리라쿠마, 구데타마 같은 캐릭터로 포화된 상태이며, 최근에는 스티키몬스터와 GS 편의점이 협업하여 출시한 음료수가 품절 대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스티키몬스터는 국내 디자이너들이 만든 크리에이티브 그룹, 스티키몬스터랩의 디자인 상품이라는 점에서 특히 눈길을 끈다. 이들은 주류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캐릭터 모양의 소주병을 디자인하며 아이는 물론 어른을 위한 캐릭터 상품의 시대를 열었다. 최근에는 화장품, 초콜릿, 패션상품 등 협업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왜 피카츄와 어피치가 수지보다 광고모델로 사랑 받을까. 마케팅 용어 중에는 우리가 상품을 구매하기 전에 최종적으로 비교하는 브랜드의 집단을 일컫는 선택 상표군(Choice set)’이 있다. 비교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일단 무엇보다 소비자의 눈에 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캐릭터는 색이 선명해 즉각적으로 눈에 들어온다.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준다는 원형의 외양에서 느끼는 친밀감은 별에서 온 그대같은 연예인이 줄 수 없는 감정이다.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고 제품의 효율과 기능을 따지는 합리성을 마비시킨다. 구매를 통해 심리적인 안정감을 얻는다며 힐링형 소비라고 불리기도 한다. 바라만 봐도 좋고, 쓰면 더 좋은 캐릭터 상품이 속속 등장하는 이유다.

미키와 미니부터 브라운, 샐리, 라이언과 무지까지 두루 섭렵하는 자타공인 캐릭터 박애주의자,  임유빈 씨(28)는 아침부터 밤까지 그녀의 귀요미들과 함께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밤새 켜있던 코니 무드등을 끄고, 어피치가 그려진 분홍색 칫솔로 양치를 한다. 차 키에는 열쇠의 서너 배는 되는 미키와 미니마우스 인형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차 뒷자석에는 거대한 크리스마스 한정판 라이언 인형이 점령하고 있다. 최근 큰맘 먹고 구매한 가방은 코치와 디즈니가 협업한 제품. 큼직한 귀가 달린 가방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은 하트 만발이다.

나이를 먹고 애처럼 캐릭터를 좋아한다는 핀잔이 민망한 시대는 이제 지났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볼 때 스트레스가 눈처럼 사라지는가 하면, 지루한 일상은 소소하지만 위트 있는 생활로 채워질 수 있다. 이런 키덜트의 욕구와 삶은 지속될 것인가? “할머니가 되면, 전동 휠체어를 미니마우스 모양으로 꾸밀 거에요.” 캐릭터가 삶의 즐거움이라는 그녀의 귀여운 선언으로 키덜트의 미래를 대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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