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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타하우스파티 서울이 하루 남았다

세계 여러 도시를 열며 그 나라의 식재료로 여는 팝업 레스토랑, 원스타하우스파티. 샌프란시스코, 뉴욕, 런던의 거쳐 서울에서 단 5일간의 팝업 레스토랑을 열고 있다.

지난 7월 30일 토요일 저녁, 와인 한 병을 챙겨 이태원에 있는 바토스로 향하는 길은 그 어느 저녁보다 설레었다. 샌프란시스코, 뉴욕, 타이베이, 홍콩을 거쳐 서울로 온 ‘원스타하우스파티’ 팀이 한국 고유의 식재료로 특별한 7코스의 저녁식사를 선보이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원스타하우스파티는 런던의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 더 레드버리(The Ledbury)와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꼽히는 코펜하겐의 레스토랑 노마(Noma) 출신의 셰프들로 구성된 팝업 레스토랑의 이름이다. 더 레드버리 출신의 제임스 셔먼(James Sharman) 셰프를 주축으로 6개월 전부터 여행을 시작한 이들은 팝업 레스토랑을 여는 도시에 한 달씩 머물며 그 나라의 식재료를 찾아다니고, 경험하고, 요리로 창조해낸다. 이미 한국에도 한 달 전에 들어와 제주도와 신안, 목포 등을 여행하며 싱싱한 해산물을 찾아 다녔고, 노량진과 마장동 시장에서도 재료를 구했다.

원스타하우스 파티 서울이 열리는 첫 째날 밤. 제임스 셔먼 셰프가 반갑게 타임아웃 서울 팀을 맞아주었고, 이 5일간의 팝업 레스토랑이 얼마나 자신들에게도 흥분되는 자리인지 강조했다. 그 열정은 5일간의 저녁식사를 위해 직접 만든 대나무 테이블에서 먼저 확인할 수 있었다. 셰프들이 대나무를 직접 잘라가며 10여 개의 테이블을 만든 것! 

BYOB(Bring your own bottle)’ 컨셉으로 가져온 화이트와인 한 잔을 시원하게 비울 무렵 첫 코스가 나왔다. 셰프 제임스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셰프 조세프(Joseph)의 설명이 바로 이어졌다. 

“제주 아일랜드에서 해녀들이 직접 딴 성게를 먹어봤습니다. 제주 성게는 다른 나라의 것보다 맛이 더욱 진하고 크리미한 게 특징이더군요. 크리미한 제주 성게와 산뜻한 무, 그리고 잘게 썬 김조각 소스를 한 입에 드시면 됩니다.”

마치 한국에서 몇 년 산 외국인처럼 능숙하게 ‘해녀’와 ‘성게’를 한국어로 발음하는 그의 설명을 듣고 있자니, 이 저녁식사가 더욱 친근하고 편안하게 다가왔다. 이들은 테이블은 물론 플레이팅에도 세심한 신경을 썼는데, 성게 껍데기와 구멍이 뻥뻥 뚫린 화산석까지 제주에서 들고 왔다(허가는 받았겠지?). 이어서 콩나물 머리 부분과 한국의 토종 씨앗들, 해바라기 씨 등을 에그화이트와 커드로 만든 소스에 비벼 먹는 두 번째 코스가 등장했다. 콩나물은 우리 할머니들이 하는 방식 그대로 직접 키웠다고 했고, 씨앗 중에는 영어로는 이름도 찾을 수 없는 토종 씨앗이 많다고 했다. 신안에서 가져온 관자와 홍합살, 아삭아삭한 도라지가 커다란 키조개 접시 안에 담겨 나왔고, 네 번째로 나온 게 껍질 안에는 면처럼 보이지만 면처럼 자른 버섯과 게살이 들어 있었다. 흔히 게를 먹은 뒤 게 껍질에 내장과 밥을 비벼먹듯, 이 음식에서도 게 내장을 넣은 듯한 진한 맛이 났다. 마장동에서 구한 목살은 하루동안 양념해 재웠다가 요리해 보쌈처럼 야들야들했고, 된장버터와 가지소스, 김치소금, 주니퍼 소금 등을 양념장으로 곁들여 냈다. 목살 자체에 간이 잘 되어 있어 굳이 소금을 찍지 않아도 좋았지만, 이색적인 맛의 가지소스는 맛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었다. 살구와 자두 소르베는 음성에서 가져온 인삼가루가 들어가 새콤하면서도 인삼 특유의 향이 배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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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의 커다란 식탁 위에서 열심히 요리를 담고 있는 외국 셰프들의 모습. 자리에 와서 친절하게 요리를 설명해주고, 이런 저런 질문에도 친근하게 답변해주던 셰프들. 이 팝업 디너의 가격은 30만원 정도였는데, 먹는 내내 생각해봤다. ‘과연 30만원을 내고 올 가치가 있는 저녁식사인가?’

나의 대답은 ‘예스’다. 이 7가지의 요리에는 셰프들의 지난 한 달 간의 모험과 시간과 노력이 녹아 있다. 인상적이었던 한국의 식재료를 찾고, 한국적인 조리 방법도 공부하고(칼국수를 먹으며 생각해낸 버섯 면 같은 것), 그들이 잘 하는 방식을 더해 요리해낸 음식들. 단골을 대하듯 친근하고 따뜻했던 응대와 서비스, 팝업 레스토랑의 성격에 맞게 캐주얼한 분위기 속에서도 퀄리티를 잃지 않았던 요리의 수준. 이 행사가 끝나면 이들은 바로 베이징으로 넘어가고, 홍콩, 캄보디아 등지에서 팝업 레스토랑을 열며 여행을 계속할 예정이다. 서울에서 열리는 단 5일간의 특별한 미식 경험을 놓치고 싶지 않다면, 미안하지만, 오늘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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