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역사 속에서 개성 담긴 제품을 만들어 젊은 세대들을 새로 이끌고 있는 빵집도 있다. 1978년 문을 연 이래 연희동의 터줏대감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피터팬 제과점’이다. 이름도 특이한 ‘장발장이 훔친 빵’은 밀가루와 통호밀을 이용해 깜빠뉴 스타일로 만든 빵 반죽에 호두와 헤이즐넛, 체리, 건포도, 파파야, 오렌지를 가득 넣어 기다란 스틱의 형태로 구운 빵이다. 고소한 견과류가 내는 묵직한 맛의 바탕에 말린 과일들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새콤달콤한 맛이 점차 변화하고 있는 젊은 세대의 입맛까지 사로잡고 있는 듯하다.
처음 프랑스 제과를 배우겠다고 프랑스 제과학교를 들어간 것이 10년 전의 일. 그 후로 지금까지 ‘밀가루와 설탕’은 내 인생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애증의 관계로 굳어졌다. 졸업 후 처음 근무했던 빵집에서 3년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전공이었던 제과를 넘어 ‘빵’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눈을 뜨게 된 것. 매일 아침 갓 구워져 나오는 빵들이 뿜어내는 따뜻하고도 풍성한 향기는 물론 갓 나온 바게트가 황금빛의 겉껍질을 ‘타닥 타닥‘ 터뜨리며 내는 화음은 경이로울 정도의 신비함을 갖고 있었다. 그 기쁨을 알게 된 후로, 틈틈이 작은 빵집들을 돌아다니며 빵을 먹어보기 시작했고 SNS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나누며 맛있고, 풍성한 커뮤니티를 만들어가게 되었다.
서울에서 다양한 빵과 디저트를 맛보기 전에 한번쯤은 꼭 방문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곳들이 있다. 한국에 빵과 디저트 문화가 유입되면서 지금까지 오랜 시간 동안 자리를 지켜온, 한국의 명장들이 꾸준히 만들고 있는, 즉 ‘클래식’이 무엇인지를 말해주는 5곳의 빵집과 대표 제품을 소개할까 한다.
탄탄한 지반 없이는 나무가 뿌리 깊이 뻗어나갈 수 없는 것처럼 빵과 디저트 역시 ‘클래식한 맛’에 대한 이해 없이 다채로운 맛의 경험을 논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사먹을 수 있는 빵들이 꾸준히 발전하며 또 다른 자신만의 색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맛은 결국 차근차근 쌓여온 추억이니까.
글 김혜준 (<작은 빵집이 맛있다>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