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한 추억의 맛, 함박스테이크가 맛있는 식당 4

추억의 외식거리였던 함박스테이크, 맛있는 칼질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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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고희
카페 고희

10년째 선보이는 메뉴다. 카페 고희의 함박스테이크. (나만 몰랐나?) 나는 오늘 이곳에서 ‘인생함박’을 만났다. 카페 고희가 문을 연 초창기 무렵부터 인기를 끌었던 브런치 메뉴만 몇 번 먹어보고 정말 오래 만에 다시 이곳을 찾았다. 브런치가 유명했던 갤러리카페 고희는 이제 가정식 음식을 내는 다정한 카페와 쿠킹 클래스, 도시락 케이터링을 하는 고희 키친으로 운영되고 있다. 작품이 걸려있지 않은 실내는 조금 심심해 보이지만, 그 약간의 부족함은 음식에서 완전히 만회된다. 나무 트레이 안에 먹음직스럽게 담겨 나온 함박 스테이크는 촉촉한 고기도 고기지만, 소스 맛에 완전히 반하게 된다. 양파, 표고버섯, 양송이버섯을 다 따로 볶고, 마늘을 볶아서 낸 마늘기름과 모두 넣은 다음 데미그라스 소스를 넣고 만드는 함박스테이크의 소스는 자극적이지 않지만 묘한 중독성이 있다. 함박 스테이크를 먹을수록 느끼하지 않은 건 마늘을 볶아서 낸 마늘기름 덕분일까. 기존 함박스테이크 집에서 흔히 보던 거무튀튀한 갈색이 아니라, 부드러운 밤색의 이 소스는 그야말로 마성의 힘을 가졌다. 카페 고희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나가는 것도 바로 이 함박스테이크다. 아낌없이 재료를 넣어 직접 만드는 음식이며 소스들은 역시 티가 난다. 오늘의 브런치, 사천식 마파두부, 새우 코코넛커리 등 엄선한 메뉴들이 깔끔하게 나온다. 오랜만에 밖에서 가정식다운 가정식을 먹어본 기분이다. 유리창을 통해 건너다 보이는 주방은 매우 큰 편인데, ㄷ자형의 큰 식탁이 있어 요리뿐만 아니라, 각종 쿠킹클래스를 진행하기에도 충분하다. 이미 다양한 허브와 스파이스를 넣는 타이음식의 에스닉 클래스, 낮술과 어울리는 스낵을 배워보는 낮술클래스, 샴페인과 함께 할 수 있는 홈파티 푸드 클래스 등 일상생활에서 유용한 클래스를 많이 진행 중이다. 고희 케이터링협동조합 이름으로 진행되는 다양한 클래스가 궁금하다면, 페이스북 페이지를 팔로우할 것.

서울역그릴
서울역그릴

맛있는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 아빠의 퇴근길에 사다 달라 부탁을 한다. 집에 도착한 아빠가 내민 검은 봉다리 속을 두근대는 마음으로 확인해보면, 이런! 팥 아이스크림부터 우유 아이스크림까지, 세상에 꼭 아빠의 입맛에 맞는 것들뿐이다. 원하던 초콜릿 아이스크림은 아니지만, 꿩 대신 닭이라고, 있으면 또 맛있게 먹게 된다. 서울역그릴은 딱 그런 곳이다. 1925년 서울역사(구 경성역)에 문을 연 우리나라 최초의 경양식집으로 한 장소에서 오랜 시간을 버텨온 식당이지만, 오래된 역사가 곧 기억에 남을 만한 맛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란 점. 주문한 함박스테이크와 돈까스 뿐만 아니라 모든 메뉴는 스프부터 샐러드, 커피, 음료까지 코스로 내어준다. 식전 스프는 밤이 섞인 치즈맛으로 따뜻하고 부드러워 식사 전 속을 달래주기 충분하지만, 함박스테이크와 돈까스 모두 특색 있는 맛은 아니다. 자극적이지 않고 깔끔한 맛으로 오히려 심심한 느낌마저 든다. 특히 돈까스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 씹는 맛은 좋았으나 온기 없이 식은 채로 서빙되어 아쉬웠다. 높은 가격에 비해 맛에서는 만족도가 높지 않았다. 나이가 지긋한 중년의 직원들은 친절했다. 홀을 자주 돌며 필요한 사항에 대해 대응하는 듯 노련했지만 식사를 다 끝마치기도 전에 ‘식사 다 하셨죠?’ 하며 급하게 접시를 가져가는 상식 밖의 서비스를 보여 당황스러웠다. 동양만큼이나 식사 예절을 중시하는 서양의 요리를 대한민국 최초로 선보였던곳에서 나이프와 포크 위치만으로도 고객이 식사 중인지, 마쳤는지는 알아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런 식의 재빠른 서비스가 그들의 ‘노련함’이라면 할말은 없지만. 고풍스러운 홀을 채우고 있던 기품 있어 보이는 장년과 백발 손님을 보니, 팥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이게 얼마나 맛있는데~’하던 아빠의 말이 떠오른다. 서울역그릴은 딱 아빠의 입맛에 맞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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