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식당에서나 볼법한 묵직하고 네모난 칼로 툭, 툭 돈가스를 썰어 내는 모습. 1986년 개업해 2대째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한성돈까스에서 쉴 새 없이 벌어지는 광경이다. 이유는 주문한 돈가스가 나오자마자 알 수 있다. ‘한입에 넣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기가 두툼한 것. 일반 돈가스 집에서 사용하는 나이프로는 한참을 씨름해야 했을 상상을 하니 무섭게 생긴 칼에 잘려 나오는 점이 감사하게 느껴진다. 그렇게 고기에 시선을 빼앗긴 채로 한 점 입에 넣었을 때, 에디터가 간과했던 이 집 돈가스의 또 다른 화려함이 드러났다. 바로, 어떤 고급화된 돈가스 식당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두드러질 정도로 기름을 쫙 뺀 튀김옷. 게다가 두께는 얇지도, 두껍지도 않으며 고기와 함께 조화로운 비율을 이룬다. 바삭한 식감을 놓칠래야 놓칠 수 없는 조건이다.
맛과 향에 대한 기억은 생각보다 강하다. 별 기억에 없던 것들도, 어떤 냄새 혹은 맛으로 인해, 순식간에 그 기억이 통째로 되살아날 때가 있다. 맛으로만 따지자고 하면, 사실 이 넙적한 한국식 돈가스가 그리 훌륭한 음식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갑자기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돈가스가 ‘땡기는’ 것은 어린 시절 먹었던 맛에 대한 끈질긴 기억 혹은 추억 때문일 것이다. 크고 넓은 왕돈가스, 큼지막하게 썰어 소스 범벅을 해서 먹던 추억의 맛. 당신의 기억을 소환해줄 옛날식 돈가스집을 찾아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