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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보양식

이번 여름에도 꼭 한번 챙겨 먹게 될 대표 보양식을 모았다.

추석도 아니고 설도 아니지만, 언제부턴가 우리에겐 여름에도 명절이 생겼다. 복날이다. 진 빠지는 더위를 잠시 잊고 지친 몸을 일으키게 하는 이 보양식은 우리가 여름에 즐기는 명절 음식이자 제철 음식이다. 대표적인 여름 보양식으로 손꼽는 장어와 닭, 그리고 민어를 힘차게 맛볼 수 있는 식당을 소개한다.

글 이해림

븟븟

도시에 나간 딸이 집에 간다고 하면 엄마는 옛날처럼 다정하게 보리차를 끓여준다. 그래서인지 식사를 하러 밖에 나가서도 물맛을 유심히 본다. 가장 처음 먹는 물은, ‘우리 집에 잘 왔어’라는 인사 같기도 해서. 그런 의미에서 븟븟의 첫인상은 다정하다. 건물의 반 지하, 천장이 낮은 내부 공간에는 은은한 조명이 비추고 약도라지를 달인 물에서는 은근한 단맛이 난다.    븟븟은 시간을 들여 만든 음식을 내는 약선 요리 전문점이다. 고기를 한약재와 함께 수비드 방식으로 조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간장 같은 소스와 밑반찬도 직접 만드는데, 한쪽 벽면에는 숙성 중인 효소가 담긴 병도 보인다. ‘수-비드 돼지고기 수육’, ‘수-비드 닭 백숙’ 등을 메인으로 역시 수비드한 고기를 사용한 샐러드와 무침, 면 요리 메뉴가 있다. 이 중 추천 메뉴는 이북식 찜닭을 떠오르게 하는, 78시간 동안 수비드한 닭백숙이다. 잘게 썬 진피가 고기 위에 장식으로 올라가고 이와 함께 직접 담근 장아찌와 동치미, 그리고 세 가지 맛의 소금이 곁들여 나온다. 젤리처럼 몽글몽글한 식감의 껍질과 기름기 없이 담백한 속살의 맛이 만족스럽다. 닭의 잡내는 물론 한약재의 향도 거의 없다. 고기는 취향에 따라 매운 소금, 진피 소금, 레몬 소금에 찍어 먹거나 깻잎 장아찌에 싸서 먹으면 된다. 장아찌는 백숙의 맛을 해치지 않을 정도로 짜고 입맛을 돋우기에 적당하다. 백숙을 먹다 보니 함께 판매하는 황금보리 소주나 탁주인 우곡주와 곁들이면 좋겠다는 생각도 절로 든다.    여기에 메뉴를 하나 더 추가한다면, ‘궁중 김치메밀국수’가 있다. 비빔국수처럼 생긴 이 메뉴는 이곳에서 개발한 별미다. 직접 담근 닭김치(백김치에 삶아서 잘게 찢은 닭살을 넣고 숙성시킨 김치)에 향이 좋은 취나물, 부추 등과 함께 메밀면을 넣고 올리브오일로 버무렸다. 그리고 호두와 오렌지가 토핑처럼 올라갔는데, 마치 한국식 샐러드 파스타를 먹는 기분이다. 븟븟의 맛은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담백하다. 어른을 모시는 식사 자리에도 친구들끼리의 오붓한 술자리에도 좋다. 누가 더 자극적인지, 누가 더 빨간지 경쟁하는 것 같은 요즘 한국 음식점들 사이에서 단정한 이곳의 맛이 더욱 오래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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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바다야 카덴

갯장어. 개의 이빨처럼 무는 힘이 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갈치처럼 생긴 이 기다란 생선은 얇고 뾰족한 잔뼈가 온몸에 박혀 있어 다루기 쉽지 않다. 일본 츠지 요리학교 출신의 요리사가 개업한 로바다야 카덴에서는 뼈를 촘촘히 잘라내 완벽하게 손질해 낸다. 껍질에만 뜨거운 물을 부어 1차로 익히고, 다시 뜨거운 물에 샤브샤브하듯이 가볍게 데치는 동안 둥글게 말리며 꽃처럼 피어난 하모 유비키는 여름에 먹을 수 있는 가장 맛 좋은 꽃이다. 하모의 약숫물처럼 맑고 청량한 단맛은 짜고 새콤한 우메보시 소스를 만나 더욱 쾌청하게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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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교동

고려삼계탕

매해 여름, 더위에 지친 몸을 보신하고자 삼계탕 집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는 모습은 익숙한 풍경이다. 한 끼 제대로 먹는다고 체력이 좋아질까 싶겠지만, 그 한 끼의 메뉴가 삼계탕이라면 얘기는 다르다. 고려삼계탕은 1960년 개업한 이래로 지금까지 성업 중인, 대한민국 최초의 삼계탕 전문점이다. 육질이 단단하고 쫄깃한 생후 7주 된 웅추(산란용 수탉)의 뱃속에 찹쌀, 4년근 금산인삼과 경산 대추를 넣고 각종 한약재와 함께 가마솥에서 푹 고아 낸다. 뼈가 쏙쏙 빠지도록 부드러우면서 차진 육질의 닭고기와 진하고 고소한 국물 한 사발 뚝딱 해치우고 나면, 몸속의 모든 장기들이 "아 시원해, 아 따뜻해"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 정도면, 음식이 아니라 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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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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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래옥

큼직한 토종닭과 양파, 고추씨, 생강, 마늘, 파 등을 함께 고아 닭 특유의 누린내를 잡는다. 부드럽게 익은 닭 중 허벅지살만 추려내 차갑게 식히고, 소고기 양지 육수와 동치미를 혼합한 냉면 육수에 온갖 채소와 메밀면을 넣고 식초와 겨자로 맛을 낸다. 여름 보양식 중 흔치 않은 이 차가운 메뉴는 북한에서 왔다. 1950년 개업한 평래옥은 다양한 북한식 음식을 메뉴에 올리고 있지만 지금의 명성을 가져다준 메뉴는 냉면도, 어복쟁반도 아닌 초계탕이다. 평래옥 단골들은 그 어떤 메뉴보다도 닭껍질까지 살린 닭무침 기본반찬이 가장 맛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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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

목포낙지

여름까지 부지런히 자라 복날쯤이면 1미터가 훌쩍 넘도록 크는 민어는 대표적인 여름 생선이다. 비교적 저평가되었던 이 흰살 생선 특유의 맑은 단맛을 회, 찜, 탕, 전 등 다양한 방법으로 즐기는 것은 몇 년 사이 서울의 식도락가들이 누리는 호사가 되었다. 남쪽 바다에 든든한 인맥을 두고 서울에서 보기 힘든 최상급의 낙지, 갯장어, 민어 등을 가져오기로 유명한 목포낙지는 일반적인 민어 요리를 내는 동시에, 독창적이고도 독특한 조리법으로 민어를 재해석했다. 된장에 숙성시킨 민어를 콩나물, 갖은 양념과 함께 찐 된장박이민어찜이다. 감칠맛과 단맛으로 사랑받는 고급 생선이 된장에서 숙성되어 치즈를 연상시키는 날카롭고 매력적인 숙성취를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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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

두어마리

동네 친구로 함께 자란 83년생 젊은 두 남자가 강남 한복판 한적한 아파트 골목에서 장어를 굽는다. 식당의 인테리어는 또 흔한 장어구이집과 달리 캐주얼한 카페 분위기다. 이 젊은 장어구이집의 장어는 한반도 남쪽에서 많이 먹는 붕장어(아나고)다. 두 사람은 남쪽 해안을 무작정 떠돌며 닥치는 대로 맛보고 아무나 붙들고 졸라가며 메뉴를 개발했다. 물론 가장 좋은 장어를 댈 믿음직한 거래처도 정했다. 일반 숯보다 훨씬 높은 온도를 단숨에 내는 비장탄에 순식간에 구운 장어구이는 소금구이로 해 깔끔한 맛으로 즐길 수 있다. 여기에 더덕구이(1만8000원)을 추가해 함께 먹으면 그간 먹던 장어구이와는 또다른 맛의 지평을 경험할 수 있다. 엄지를 치켜들게 되는 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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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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