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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저 코스프레를 한 천재 뮤지션, 벡

그래미가 사랑한 뮤지션 벡이 첫 내한공연을 갖는다.

작성:
Sungchan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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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저 코스프레를 한 천재! 그래미가 사랑한 뮤지션 벡이 첫 내한공연을 갖는다.

PHOTOGRAPH: COURTESY OF UNIVERSAL MUSIC KOREA

똑똑한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르고, 재수 좋은 놈은 엎어져도 1억짜리 복권을 깔고 눕는단다. 오늘 소개할 주인공, 벡(Beck)이 딱 그렇다. 그의 할아버지가, 아버지가, 어머니가. 또 형제자매와 친척이 뮤지션이고 활동가이며 예술가고 하니까, 그의 혈관에도 ‘천재의 피’가 흘렀다 단정 짓기는 힘들겠지만 그는 확실히 비범했다. 뮤지션 벡을 설명할 때, ‘그래미가 사랑하는’ 그리고 ‘천재’ 라는 수식어가 어김없이 따라붙는 데는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모두가 너바나나 펄 잼 같은 얼터너티브 록 밴드에 미쳐 있던 90년대 초, 그는 포크와 컨트리 사운드를 앞세웠다. 튀어보고 싶은 마음에 어설프게 똑똑한 척 흉내 내거나 한 게 아니라 참 똑 부러졌었다. 옛 것을 재활용하여 쿨 해 보이는 정도로 그친 것도 아니어서, 거기에 이것저것, 당대에 가장 핫한 유행들을 잘도 벡화해냈다. 자칫 ‘뷁’스러울 수도 있을 시도를 참 ‘백’점스럽게 해내는 재주를 가진 것이다. 예를들면, (에미넴보다 한참을 앞서서) 랩을 얹고 (힙합 뮤지션이 주로 하던) 샘플링을 잔뜩 덧입혔으며, 재즈와 블루스 같은 다양한 음악 장르와 스타일을 비비고 섞어 전혀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냈다. H.O.T나 동방신기의 곡들 가운데 유영진 이사가 만든 곡들이 ‘믹스 앤 매치’ 혹은 ‘레이어드’ 스타일을 견지해, 적어도 발표 당시에는 ‘모 아니면 도’로 호불호가 갈렸던 것과 같은 느낌일 것이다.

후줄근한 옷차림이 눈에 거슬린다며 잘리기도 하는, 흔한 일용직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와중, 소규모 록클럽에서 막간 바람잡이 개그맨처럼 밴드의 공연 중간중간에 잠깐씩 자신만의 라이브 연주를 이어나갔다. 게다가 지금은 너무나도 당연한 단어인, 홈 레코딩 또한, 비로소 그의 완성도 높은 결과물 덕에 “단지 돈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대안”이 아닌, 독자적인 음악적인 가치를 인정받게 되었다. 그의 시작은 ‘낮저밤저’ 이자 ‘흙수저’에 다름 아니었다. 그러나 1993년에 발표한 ‘Loser’ 이후, 그는 음악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는 세계적인 뮤지션으로 일약 환골탈태하게 된다. ‘루저의 찬가’로 꼽히는 이 곡은 일순 빌보드 톱 텐에 올랐고, 이 곡이 담긴 <Mellow Gold> 앨범은 고급스럽지 않은 싸구려 연주와 술자리 대화를 그대로 옮겨온 것 같은 날것의 가사로 점철되었으나, 그게 그 시대 젊은이들에게 큰 울림을 낳았다. 1996년 발표한 <Odelay>는 1950년대 로큰롤 선조들에 대한 경외심으로 넘쳐났고, 평론가 집단은 그에게 그래미 트로피를 2개나 안겼다. 1998년 작 <Mutations>으로 한 번 더 그래미를 빛내더니, 2002년의 <Sea Change> 앨범에서는 한발 앞서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를 수용해 박수를 받았다. 그러니까 진화와 자기 변화를 거듭해온 그의 음악 세계는, 아마도 김치(블루스, 록)에 치즈(R&B, EDM)를 얹은 피자(포크, 컨트리)를 먹는 듯한 느낌일 게다. 결국 피자고 결국은 김치 맛이지만, 치즈의 향과 풍미가 오래도록 입안에 남는. “태평양 연안에서 들려오는 포크 록 그리고 목가적이고 우울한 파워 발라드”라고 자평을 남기기도 했던 최근작 <Morning Phase>(2014년)는 또다시 뿌리(컨트리)로 회귀한 그를 투영하고 있다. 20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사반세기를 한 우물만 파더니 저도 모르게 ‘정인’이 되어버린 벡의 내공이 실로 단단한 수작이다. 이번 역시 ‘올해의 앨범’상을 비롯한 그래미 2관왕에 올라, 칸예 웨스트의 무대 난입 해프닝을 축하 세리머니 대신으로 받아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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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바로 이런 ‘거물’이 오는 7월 21일에 한국 땅을 밟는다. 첫 내한이다. 딱 하룻밤, 올림픽홀에서 콘서트를 연다. ‘거물’이지만, 무겁지 않다. 인디 공연장이었다가 댄스 클럽으로 돌변할 테고, 사람 심란하게 만드는 가사와 열 받아 웃통 까야 할 것 같은 노랫말이 쉴새 없이 맹공을 퍼부을 것이다. 심각하게 굳은 표정으로 연주에만 몰두하는 거만한 모습 따위는 기대하지 말라. 여전히 촌스럽거나 혹은 아방가르드한 옷차림을 한 더벅머리 중년 아저씨가 무대를 누비고 막춤을 추고 아재 개그까지 섞어가며 관객들을 ‘우아지게’ 선동할 테니까. 기본적으로 <Morning Phase> 앨범에 담긴 곡들을 중심으로 연주하지만, 영화 <이터널 선샤인> 주제가로 쓰였던 리메이크 곡 ‘Everybody’s Got to Learn Sometime’을 들려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확실한 것은, 당연히 앙코르 넘버 중 하나로 ‘Loser’가 선곡되리라는 점이다. 조금 연식이 되는, ‘응팔’, ‘응사’ 세대에게는 김광석이요 안치환이고 유재하의 노래 같을 바로 그 곡이다.
 
글 양중석(대중음악 애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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