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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한국퀴어문화축제 퀴어퍼레이드
© Sabrina Constance Hill, 2017. All Rights Reserved.

2017 한국퀴어문화축제 퀴어퍼레이드 후기

캐나다 출신 트랜스젠더 여성 작가가 들려주는, 반짝이 가루와 수용의 에너지 가득했던 퀴어 퍼레이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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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5일 토요일. 쏟아지는 비와 숨이 턱턱 막히는 습기, 그리고 냉담하고 방해 적이기까지 했던 관련 부처 관계자들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퀴어 퍼레이드는 막을 올렸다. 결과는 한국의 LGBT 커뮤니티를 드리운 낙담과 무더위를 날리는 시원한 성공이었다.  

반대 단체들과의 충돌을 우려해 배치된 경찰 대원들과 길게 늘어선 차단벽. 그 사이를, 서울광장에 모인 5만여 명의 참가자들이 가까스로 누비고 나아갔다.

한발 한발 디딜 때마다, 눈 부실 정도로 멋진 의상의 향연이 시야에 들어왔다. 쿵쾅대는 음악 소리가 광장 전체로 울려 퍼졌고, 반짝이 가루가 끝없이 허공을 수놨다. 무한한 수용의 온도가 우리를 감쌌다.

인권단체들과 주한 외국대사관, 다양한 봉사 단체와 퀴어 동아리들이 세운 100여 개의 부스가 참가자들을 맞았다. 어머니, 아버지, 형제·자매들이 팻말을 들고 성 소수자 가족을 응원했다.

성 소수자 권리를 지지하고 연대하는 이들이 늘어나며 LGBT 축제는 더이상 이 나라 ‘한 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게 됐다. 고도로 보수적인 나라 한국에서 퀴어문화축제는 매년 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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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brina Constance Hill

퀴어 퍼레이드와 축하공연 중 5000명이 넘는 경찰 인력이 동원됐다. 축제를 반대하는 기독교인들이 커다란 무리를 지어 몰려들었고, 그들이 든 팻말이 광장을 메웠다.

‘동성애는 죄악이다(Homosexuality is a Sin)!’ 참으로 신선미 떨어지는 문구로 가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폭한 충돌은 보고된 바 없었다.

Sabrina Constance Hill

하지만, 올 한해는 한국 성 소수자들에게 결코 녹록지 않았다.

‘변화의 가능성’은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약속일 뿐 성 소수자 배제는 여전하며, 결혼은 아직도 ‘남녀 간의’ 관계를 의미할 뿐이다. 선거 기간에 당선이 유력했던 후보는 이에 대한 무관심을 내 비췄고, 군은 이를 날개 삼아 군대 내 동성애자 색출을 감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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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잔혹한 성과는 지난 5월 내려진 A 대위의 구형이었다.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은 마치 함정수사가 임무인 듯 진술을 강요하며 군인들의 사생활을 드러냈다. 성적 지향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탄압하고 처벌한 반인권적 사태다.

인권변호사 출신의 대통령을 갖게된 우리는 분명,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LGBT 커뮤니티에 필요한 변화는 과반수 보수 유권자들을 달래는 일로 대체되고 말았다.

많은 이들이 성적 지향에 따른 가족, 친구들의 질타와 배척을 겪고 있기에, 한국퀴어문화축제와 축제 이후의 일들은 중요하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한 절망을 느끼는 나이 어린 퀴어 친구들이, 세상엔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자신을 아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도록.

한 차례의 퀴어 퍼레이드가 하루아침에 나라를 변화시킬 수 없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두려움과 외로움에 찬 한 명을 구하는 일은? 우리가 거리로 나서는 이유고,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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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퀴어로서 살아가는 건 많은 어려움을 동반한다. 필자가 12년 이상 거주하는 동안, 한국 내에서 유일하게 커밍아웃한 캐나다 출신 트랜스젠더 여성으로서 느껴온 것이다.

하지만 또한 나는 이곳에서, 내게 무한한 용기를 주는 마음씨 깊은 한국인 친구들을 만났다. 그들은 줄곧, 내가 자신을 찾는 여정에 도움을 아끼지 않는다.

내 안에 언제나 있던 여성이 되는 여정. 그 위에서, 도타운 우정을 쌓으며 우리는 서로의 손을 꼭 잡는다.


BY 사브리나 힐 (SEOULcast 사진작가 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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