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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커밍아웃을 한다는 건?

LGBTQ 사람들에게 물었다. 직장에서 커밍아웃이 가능한가? 글 재키 김

PHOTOGRAPH: HBO LOOKING

서로 다른 직종에서 일하는 다섯 명의 LGBTQ사람들의 이야기! 

서울에서 톨레랑스를 향한 문은 천천히 열리고 있지만 (특히 지난여름 시청에서 열린 게이 퍼레이드 축제 이후), LGBTQ 사람으로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한다는 것은, 그리고 동료들과의 친밀한 관계는 득이 될 수도 있지만, 자칫 치명적인 일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어떤 이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사생활을 직장으로 끌어들이는 것 혹은 자신의 정체성, 아니면 직장에서의 에티켓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견은 매우 다양하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OECD 국가 중 근무 시간이 2위로 긴 이 나라에서 우리는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일을 하며 보내고 있고, 동료들과 시시콜콜하게 개인적인 이야기를 공유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는 사람들 간의 관계나 팀워크, 신뢰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것을 전제로 할 때, 공과 사의 영역을 완전히 분리한다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어떤 질문 앞에서는 계산적으로 이야기하거나 아니면 솔직히 대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긴다. “왜 아직도 결혼을 안 하셨어요?” 나 “이번 주말에 뭐 했어요?”라는 물음을 받으면 당신은 어떤 식으로 대답하는가? 우선 세 명의 퀴어 여성과 이야기를 했는데, 그들의 직장 생활에 대한 자세가 한국에서 일하는 다른 LGBTQ 사람들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필자의 경우, 직장에서 커밍아웃을 하지 않았다. 직장에서 일정 성과를 거두는 이상, 개인적인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 물론 나에게 오랜 시간 동안 사귄 동성 애인이 있다는 사실도 포함해서 말이다. 나에 대한 자잘한 이야기를 공개하지 않기로 선택했다. 주말 동안 뭐 하며 지냈냐고요? 책 읽었어요. 남자친구는 있냐고요? 없어요. 이런 식으로 무뚝뚝한 자세로 일관하는 건 사실 이상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이제까지는 그럭저럭 먹혔다. 서로 다른 직종에서 일하는 다섯 명의 LGBTQ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호텔에서 체육시간, 그리고 농담에 관한 이야기까지.

하이든 몇몇 사람에게만 커밍아웃을 했다. 우리 팀에서 일하는 사람 중 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나는 그들이 LGBT를 받아들이는 데 좀 더 호의적일 거라고 기대하면서 커밍아웃을 한 거였다. 다른 동료들과 좀 더 알게 되고 각자의 과거나 애인에 관해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나의 정체성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되었다. 하지만 직장 내 한국인 팀에게는 커밍아웃을 하지 않기로 했다. 얘기를 많이 나누지도 않고 언어 장벽 때문에 대화가 잘 안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의 상사는 한국인인데 그냥 안전하게 가고 싶어서 성적 정체성은 밝히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몇몇 동료에게 커밍아웃을 하고, 그들이 나를 받아들여준 것에 대해서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잘만 한다면, 나는 직장에서 어떤 차별을 받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본다.

나나 나보다 직급이 높은 몇몇 사람에게만 커밍아웃을 한 상태다. 내 여자친구는 내 동료들이 다른 사람들한테 내가 레즈비언이라고 말하고 다닐까봐 정말 불안해한다. 그런데 한국 남자들은 커밍아웃을 한 여자를 거의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저 농담으로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에게 그 사실을 다 말하고 다닌다. 나는 상사 중 한 명이 나에게 치근덕대는 것 때문에 커밍아웃을 했다. 별로 좋은 타이밍은 아니었다. 그 후론 그게 성희롱이 되었다. 내가 레즈비언이라고 말하면 그 다음부터는 안 괴롭힐 거라고 생각했고, 그것이 그 상사를 떼어낼 유일한 방법이라고 느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지금도 내가 농담을 하는 줄 안다. “나나 씨를 제대로 대해주는 좋은 남자를 아직 못 만나서 레즈비언이 된 거 아니야?” 하는 식으로 말을 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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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바 커밍아웃을 하지 않았다. 회사 내 사람들은 여자라면 남자와 꼭 결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커밍아웃을 한다고 해도 동료들은 날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아마도 나에게 왜 그런 식으로 사느냐”고 물을 게 뻔하다. 지금은 그냥 남자친구가 있다고 거짓말을 한다. 정체성을 숨긴다는 것에서 정말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나도 동료들에게 내 여자친구가 얼마나 멋진지, 얼마나 아름다운지, 나를 어떻게 대해주는지에 대해서 말할 수 있었으면 정말 좋겠지만 그러기엔 장벽이 너무나 많다.나는 결혼할 계획도 세우고 있고, 정말 진지하지만 아무에게도 이 행복한 소식을 말할 수 없다는 것이 힘들다. 직장에서는 항상 “왜 머리를 안 길러요? 왜 이렇게 머리가 짧아요? 그렇게 머리를 짧게 하고 다니면 절대 시집은 못 갈텐데” 하는 식의 얘기를 한다. 하지만 나는 내 모습이 좋다.

에디터 J 처음이 어렵지, 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이 있듯 회사에서 감행한 나의 커밍아웃이 그랬다. 물론 처음부터 대놓고 ‘나 게이에요!’라고 어필하고 다닌 건 아니다. 하지만 친한 여자 동료들과 술자리에서 조심스럽게 나의 연애관을 털어놓게 되었고 마음이 편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가 게이라는 사실을 회사 전체에도 숨기지 않게 되었다. (물론, 공식적인 ‘커밍아웃’은 없었다(은연 중에 나온 나의 ‘끼스러운’ 행동과 ‘발언’을 눈치 빠른 직원들이 알아차린 것 뿐). 물론 처음에는 게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왕따를 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컸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솔직하게 다가선다면 이해하지 못할 동료는 없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이 잡지사에서는.

회사원 K ‘저 게이 친구들 많아요.’ 새로 들어온 여자 사원이 담배를 피우는 도중 느닷없이 이런 말을 했다. 처음엔 당황스러웠고 엄한 사람 잡지 말라고 오히려 그 친구를 타박했다. 나는 디자인 회사에서 과장으로 일하고 있다. 업무의 특성상 보수적인 편은 아니지만 대놓고 커밍아웃할 수 있는 분위기 또한 아니다. 아니, 커밍아웃을 하면 뭐가 달라지나? 오히려 괜히 책잡힐 일은 되도록 만들지 말자는 주의이다. 그 후 회식자리에서 그 친구와 대화할 기회가 있었는데 자신은 레즈비언이고 회사에 편하게 얘기할 사람이 있었으면 해서 그런 것이니 오해는 말라고 했다. 왠지 내가 한없이 작게 느껴지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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