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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나아가는 게이들을 위한 잡지가 창간했다

매거진 <뒤로(DUIRO)>를 만드는 ‘앞으로 프레스’ 인터뷰. 글 박성찬

PHOTOGRAPH: PARK CHANG WOOK

지난 1월 9일 저녁, 이태원 I.T.W 호텔 지하에 위치한 공간 모음(moum)에서는 매거진 <뒤로>의 출간 기념회가 열렸다. 처음엔 LGBT 사람들이 가득 모인 장소에 그것도 혼자 들어가니 이상한 긴장감이 돌았다. (이태원의 게이 클럽이나 종로의 술집에 들어가는 것과는 사뭇 다른 기분이 들었던 것. 한편으론 내가 너무 음지에서 방황하고 있나 하는 생각에 웃음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들어가니 파티 분위기는 예상외로 재미있었다. 차가울 것 같았던 편집팀 사람들은 너무 반갑게 대해주었고, 게이, 레즈비언 그리고 일반이 어울려 웃고 떠들며 잡지의 창간을 축하해주는 모습에서 긍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졌다. 이들은 왜 게이 매거진을 만들었고 그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매거진 <뒤로>와 앞으로 프레스에 대해 소개해달라.

편집자 김철민과 두 명의 디자이너 이경민, 이도진이 만드는 게이 잡지다. 처음엔 대학 동기였던 두 디자이너가 회사를 그만두고 ‘스튜디오 앞으로’라는 이름으로 디자인 사무실을 열었다. 여러 디자인 작업을 진행하다 LGBT 인권단체의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고 관심을 갖게 되었다. 사실 몇 년 사이 국내외 LGBT 신의 분위기가 급속도로 변했다. 과거와 달리 당당히 커밍아웃한 친구들도 많아졌고 우리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그래서 이제는 우리의 목소리를 내는 미디어 채널이 필요하다 느꼈고, 오프라인 잡지를 만들게 된 것이다. 매거진 <뒤로>를 비롯하여 앞으로 우리가 만드는 책들은 '앞으로 프레스'를 통해 나올 것이다.

‘앞으로, 뒤로’ 라는 이름은 성적인 의미를 뜻하는가?

물론 성적인 위트를 담고 있는 것도 맞다. 하지만 단지 그 의미만으로 해석하진 말아줬으면 좋겠다. 잡지를 만들며 텀블벅(소셜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트로 ‘밀어주기’ 버튼을 클릭하여 원하는 금액을 후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통해 기부를 받았는데 그때의 리드문이 ‘우리는 뒤로하고 앞으로 나아갑니다’였다.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문장이므로 독자의 상상에 맡기고 싶다.

텀블벅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목표액 천만원을 순식간에 모았다고 들었다.

기획 초반, 우리들은 사실 천만원이라는 목표 금액에 겁을 먹고 있었다. 세 명 모두 출판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 금액이 한 권의 책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돈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클라우드 펀딩을 진행해본 경험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목표 금액을 일주일 만에 달성했고 그만큼 잡지를 만드는 일에 몰두할 수 있었다. 후원해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한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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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호의 주제가 군대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군대는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남성성을 주입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부작용을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입대 전후 그리고 군 복무 기간 중 성 소수자의 존재를 묵살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들이 겪는 어려움과 고통을 철저히 은폐하고 있다(트랜스젠더의 신체 검사 과정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배적 남성성의 보루인 군대에 대해 성 소수자가 겪는 마찰과 고통 그리고 그간 침묵해야 했던 군대 내 로맨스까지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자 했다.

앞으로 나올 잡지엔 어떤 주제들을 다루고 싶은가?

다음 호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리된 것은 없지만, 주제 선정에 관한 기준은 확실하다. 우리는 기획 초반부터 LGBT 커뮤니티에만 머물러 있는 잡지가 아닌 일반 사회에 우리의 목소리를 내는 잡지를 만들고 싶었다. 가볍지만은 않은 민감한 이슈들을 계속해서 다룰 것이고 성 소수자와 일반인들 사이의 벽을 허물 수 있는 매체가 되었으면 좋겠다.

에디터는 잡지를 읽었을 때 생각보다 무겁고 어려웠다.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글보다는 사진, 인포그래픽 등을 많이 넣었다. 하지만 주제 자체가 무겁고 민감하다 보니 그렇게 느꼈을 것이라 생각한다. 두 번째 이슈는 여러 사람의 의견을 수용해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도록 하겠다. 아마 늦여름쯤에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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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뒤로›는 어디에서 구입할 수 있나?

LGBT 서점인 이태원 햇빛서점을 시작으로 독립출판물 전문 서점들 그리고 온라인 서점에 입고된다. 2월 초에는 전국 각지의 동네 서점에도 일부에 입고될 예정이다.

햇빛서점

요즘 뜨는 동네 우사단길. 터번을 둘러쓴 사람들과 이국적인 분위기의 식당, 그리고 허름한 건물과 정신없이 얽혀 있는 전선. 처음 이 동네를 방문한 사람이라면 실망을 먼저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허름한 건물의 구석을 비집고 들어온 젊은 예술가들이 만든 재미있는 공간을 둘러보다 보면 금세 이 동네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지난가을에 생긴 국내 최초의 LGBT 서점 ‘햇빛서점’ 역시 그런 곳이다. 프리랜서 디자이너인 주인장이 게이 문화가 클럽이나 바 등 밤 문화에만 몰리는 것이 아쉬웠고, 낮에도 누구나 방문할 수 있는 편한 분위기의 공간을 만들고 싶어 시작했다. 대학교 조교로 일하며 모은 적금을 깨서 이 공간을 만들게 된 것. 외국의 유명 화보집(멋진 오빠들의 과감한 노출에 볼이 발그레해질 수 있으니 주의!)을 비롯해 대형 서점에서는 접할 수 없는 과감한 소재의 서적을 만날 수 있는데, 소설과 에세이, 카툰 등은 독립출판물 특유의 자유로운 표현 방식이 돋보인다. 또한 자체 제작한 포스터 등을 비롯해 부채, 배지, 팔찌 등 LGBT와 관련된 상품도 판매하고 있다. 서적의 경우는 아쉽게도 국내에서 제작한 콘텐츠는 현저히 부족한 상태다. 때문에 햇빛서점은 앞으로 LGBT 커뮤니티에 대한 창작 지원이나 외국 서적 번역, 출판까지 함께할 계획이다. “사람들이 성 소수자라는 이유로 움츠려 있지 말고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살았으면 해요. 이 공간이 소통과 창구 역할을 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는 주인장. 내년 4월까지는 조교 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주말에만 문을 여니 방문 시 참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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