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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스토리 : 이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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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현(주부, 신당동)

솔직히 처음에 보고 많이 놀랐다. 어떻게 하다 아파트에서 닭을 키울 생각을 하게 되었나?
초등학교 5학년 딸이 학교에서 부화기를 조립해 메추리알 3개를 부화시키는 실험을 했는데, 혼자만 부화가 안 된다길래 냉장고에서 유정란 세 알을 꺼내서 줬다. 그런데 며칠 뒤 삐약삐약 소리가 났다. ‘아차’ 싶어서 봤더니 병아리 하나가 구멍을 뚫고 나왔다. 나는 옛날 학교 앞에서 팔던 병아리들처럼 이 병아리도 금방 죽을 줄 알았다. 그런데 학교에서 준 매뉴얼대로 따뜻하게 온도도 맞춰주고 잘 보살펴주니까 안 죽더라. 시골 부모님께 맡길까 했는데 어머니가 “이건 한 마리 잡으면 여러 명 배부르다” 하시는 걸 딸이 듣고는 절대 안 보내겠다고 해서 그때부터 키우게 됐다.

애완 닭의 이름은? 소개를 부탁한다.
칠석이(칠월칠석에 태어나서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 영어 이름은 세븐스다). 처음에는 몸도 크고 발도 커서 수탉인 줄 알았는데 4개월쯤 되니 베란다에 알을 낳았다. 그걸 보고 암탉인 줄 알았다. 만 2년이 조금 넘었다.

몸집이 아주 크고 털이 새하얀 것이 고급스럽게 생겨서 어디서 데려온 닭인 줄 알았다. 애완용 닭으로 특별한 종자가 있나?
(직접 부화시켰기 때문에) 그런 건 아니지만, 얘가 깨고 나온 달걀에 ‘경북 의성산’이라고 써 있긴 했다.

닭을 산책시키는 것 같던데.
흙을 먹으면 닭이 소화를 잘한다고 하길래 아침에 사료를 먹인 후 집 앞 화단에 물도 챙겨주면서 놀게 한다. 그리고 해 질 무렵에 다시 데리고 들어온다. 근데 얘가 밖에서 놀다가도 알을 낳고 싶으면 아파트 안으로 들어온다. 이웃들이 우리가 4층에 사는 걸 알기 때문에 4층 버튼을 눌러주기도 하는데, 택배 아저씨는 영문을 모르기 때문에 칠석이 혼자 엘리베이터 안에서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수없이 반복할 때도 있다. 엘리베이터를 열었는데 닭이 혼자 들어 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편안한 곳(집)에서 알을 낳고 싶어서 그러는 것 같다. 7월 7일은 칠석이 생일이라고 동네 꼬마들이 먹다 남은 과자를 골고루 모아가지고 와서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주고 갔다.

지난번 엘리베이터에서 닭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본인에게 이 닭은 어떤 존재인가?
우리 집 서열 2위이다. 갑을병정 중 을. 갑은 우리 딸.

앞으로 닭에게 꼭 해주고 있은 게 있다면?
남자친구를 만들어주고 싶다. “동물농장”에 칠석이랑 비슷한 때 태어난 천재 닭 ‘마트’가 나온 걸본 적이 있다. 칠석이랑 똑같은 종자던데 이태원에 산다고 나오더라. 따로 연락해서 한번 만나게 하고 싶다. 칠석이 연애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우리 집 숙원사업이다.

김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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