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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l eye: 역사적인 현재와 진행 중인 과거의 교차

작가 안성석은 익숙한 도시의 낯선 풍경을 더 자세히 알고 싶었다.

COURTESY OF AHN SUNG-SEOK
historic present004, 160x127(cm), pigment print, 2009

“옛날엔 여기가 다 배밭이었어.” 고등학교에 막 입학한 시절, 나이가 지긋한 선생님은 열일곱 살 신입생들에게 그가 기억하는 20년 전의 ‘옛날’을 들려주곤 했다.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선 학교 주변은 예전엔 밭이었고 그 전엔 또 다른 무엇이었을 것이다. 비단 이 학교뿐만 아니라 서울의 모든 구석이 그랬다. 작가 안성석의 말처럼 서울은 “내가 살고 있는 현재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속에도 누군가가 ‘있었던’ 곳이다.”

그는 유럽의 여러 도시를 여행하던 중 정작 한국의 수도인 서울을 여행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 달가량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며 해외에서 온 관광객처럼 서울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녔고, 그렇게 열심히 바라본 서울은 그에게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었다. 역사의 한켠으로 사라져버린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 물리적으로 달라진 풍경에서 느낀 낯설고 공허한 감정이 그의 연작 ‘역사적 현재’를 시작하게 된 출발점이다. 작품을 보면 알 수 있듯, 작가는 서울역과 남대문, 광화문 등 다양한 장소에 프로젝터를 설치한 뒤 직접 수집한 흑백사진을 투사했다. 사진의 출처는 다양하다.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 총독부에서 우리나라의 오래된 자료와 문화재 사진을 모아 간행한 <조선고적도보>,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 종군기자가 찍은 사진자료, 또는 유적 근처에 거주하고 있던 어르신들의 집을 방문해 앨범에서 발견한 사진을 이용하기도 했다. 기록용으로 남긴 사진도 있지만, 경성 휘문고등학교의 4학년생들이 경주로 떠난 수학여행을 기념하며 찍은 1921년도의 단체 사진처럼 추억과 이야기가 담긴 사진도 있다. 작가는 사진을 띄운 프로젝터를 현존하는 문화재와 교묘하게 교차시킨 뒤 같은 장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사진을 찍는 본인의 모습까지 한 화면 안에 담았다. 오래된 사진 속 인물들이 지금은 부재하듯이, 사진을 찍고 있는 작가 본인 또한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것임을 감각적으로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마주하는 대상을 실제적으로 기록하는 카메라를 이용해 동시대를 기록하고 싶었고, 이를 통해 스스로의 세계관을 창작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가 렌즈에 담아낸 ‘동시대’는 오래된 문화재와 그 곁을 스치는 사람들의 피상적인 모습보다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은 ‘현실의 배경 속에 재구성된 단편적인 과거가 아닌, 지나간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 이어지는 맥락’ 속의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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