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좋아요
저장하세요

Seoul eye: 수백겹의 현실과 상상을 담다

원성원 작가가 전국을 돌며 촬영한 이미지는 그녀의 그림 속 이야기를 위한 하나의 퍼즐 조각이 된다.

COURTESY OF WON SEOUNG-WON

일민미술관과 우체국을 끼고 선 광화문 한복판에 아스팔트가 아닌 밭이 펼쳐져 있다. 한켠에 새참을 풀어놓은 여성과 버스를 마주하고 선 흑염소, 볕에 말리기 위해 장판에 늘어놓은 빨간 고추들. 완성된 콜라주를 구성하는 이미지들은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마주했을 법한 풍경들이다. 하지만 작가 원성원의 작품을 보는 관객은 익숙함 이상이 주는 묘한 판타지를 느낀다. 거기에 조금 더 상상력을 발휘한다면 그녀가 사진으로 그려낸 각자의 이야기를 읽어낼 수도 있다.

광화문을 배경으로 한 ‘종로구 쌍백리 이야기’는 자식을 통해 서울 상경의 꿈을 이루려 했던 시아버지가 대학 진학에 실패한 아들에게 실망해 술로 세월을 지내다 경운기 사고로 생을 마감한 일을 이미지로 재구성했다. 또한 본인의 트라우마를 위로하기 위해 작업한 <일곱 살> 시리즈는 그녀가 7살 어린 아이였던 시절, 직장에 나가는 엄마로부터 겪은 분리불안에 관한 기억을 각색해, 70년대 서울의 모습을 판타지 동화 속 한 장면처럼 재현한 작품이다.

Advertising

이렇듯 작가 원성원은 주로 자신과 주변 사람들이 경험한 일에서 작품의 주제를 찾아낸다. 주제를 정한 뒤에는 화면 구성할 인물과 배경을 중심으로 먼저 밑그림(드로잉)을 그리고, 리서치를 통해 필요한 이미지를 촬영할 장소를 찾아낸다. 여러 장소에서 1차 촬영 후 찍은 이미지들을 콜라주 형식으로 배열한 후, 혹 마음에 들지 않으면 2차 촬영을 나가고 이미지 배열도 다시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계절을 넘기게 되면 다음 해 같은 계절까지 기다렸다 다시 촬영 작업을 하므로 한 작품당 보통 2년이라는 시간이 꼬박 걸린다. ‘남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을 어려워한다’는 그녀는 독립적인 성격답게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작업 과정을 혼자 책임진다.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한 뒤 사진이라는 장르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한 설치 작업에 큰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작품을 통해 알 수 있듯 대형 설치 작업에서 평면 작업으로 물리적인 스케일이 작아졌다고 해서 작가가 작품에 담아내고 싶은 이야기까지 줄어든 것은 아니다.

Advertising

‘작업을 하나의 언어’라고 생각한다는 작가 원성원. 친근한 이미지로 낯선 그림을 만들고, 여기에 동화 같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그녀만의 독특한 작업 방식은 작품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친밀함과 호기심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네모진 평면에 수백 겹의 현실과 상상을 함께 담아내는 그녀의 작품은 프레임을 마주 선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아주 많다.

댓글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