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1 장 폴 고티에 전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의 전시가 서울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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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파리에서 열린 한 디자이너의 봄, 여름 컬렉션에서 남자 모델이 바지가 아닌 스커트를 입고 런웨이를 활보했다. 30년이 넘은 지금 패션쇼장에서 남자 모델이 스커트를 입는 건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당시의 반응은? 일부는 불쾌감을 표현하며 쇼장을 뛰쳐나갔고, 수 많은 언론 매체는 이 도발적인 디자이너에 주목했다. 그는 원뿔형 가슴컵이 달린 마돈나의 무대의상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 출신의 패션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Jean Paul Gautier). 그의 패션 세계를 조명하는 전시가 아시아 최초이자 유일하게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런던, 뉴욕, 파리 등 이미 전 세계 11개 도시에서 누적 관람객 220만 명을 기록한, 디자이너 본인 만큼이나 거물 급인 전시. 의상 135점을 비롯해 스케치, 사진, 오브제 등 총 220여 점을 한 자리에 전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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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그가 어려서부터 영감을 받아온 주제를 7개의 섹션으로 나누어 구성했다. 입장하자마자 눈에 띄는 작품은 한국 전통의 가채머리를 쓴 채 한복을 입은 마네킹. 역시나 뾰족하게 솟은 핑크색 콘 브라와 스트라이프 무늬가 새겨진 저고리에서 고티에의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날 마린룩으로 잘 알려진 대중적인 스트라이프 티셔츠는 사실 고티에의 ‘브레통 피셔맨 스웨터’에서 출발했다.) 허리의 곡선을 강조하는 코르셋의 기본적인 실루엣을 활용하되 소재와 디자인을 다양하게 변주한 의상은 그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듯 전시장 곳곳에서 눈에 띈다. 할머니의 뷰티 살롱에서 어린 고티에의 눈길을 끌었던 코르셋은 ‘여성의 신체를 옭아맨다’는 전통적인 의미와 별개로 훗날 디자이너가 된 그에게 강인한 여성성을 표현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 근육질의 다부진 몸매로 ‘Like a virgin’을 외치며 무대를 휘어잡던 마돈나를 연약하다고 느꼈던 사람이 있을까? 이 외에도 고대 그리스의 서사 ‘오디세이’의 등장인물에서 영향을 받아 디자인 된 선원복 스타일의 의상과, 70년대 초반 런던의 펑크족을 연상시키는 작품들이 모두 마네킹에 입혀져 전시되어 있다. 혹시 전시를 관람하다 마네킹과 눈이 마주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착각이 아니다. 사람들의 표정을 촬영해 몇 개의 마네킹 얼굴에 이를 영사시켰다. 다양한 표정을 짓고 대사를 뱉는 이들이 관람의 재미를 더한다. 고티에 본인의 얼굴을 한 마네킹도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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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나체를 옷감에 프린트 해 만든 드레스나, 비즈를 이용해 여성의 중요 신체부위를 묘사한 보디수트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지만, 그가 깊게 심취한 아이디어와 주제는 어느 하나 독특하지 않은 것이 없다. 지금보다 훨씬 보수적이었던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물론 그의 아이디어를 든든하게 뒷받침 하는 것은 높은 완성도. 각 문화의 전통 의상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을 전시한 ‘어반 정글’ 파트의 호피무늬 드레스는 작은 장식 하나까지 일일이 수작업으로 완성하는데 1600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다른 작품들 역시 기성복의 흔적을 찾기 힘들 만큼 수 많은 디테일이 의상 곳곳에 녹아있다. 모두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회적인 관념에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며 자신만의 미학을 의상에 풀어낸 고티에. 아프리카 가면 모양으로 웨딩드레스를 만들거나 필름으로 이브닝 드레스를 만드는 디자이너는 결코 흔하지 않다. DDP에서 진행중인 그의 전시는 서울을 끝으로 전 세계 투어의 막을 내린다.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른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6월 30일까지

사진제공: 서울디자인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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