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축의 아버지 르코르뷔지에 展: 4평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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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코르뷔지에의 건축에 더 관심을 갖게 된 건, 3년 전 그의 고향인 스위스의 라 쇼드퐁을 다녀오고 난 후부터다. 프랑스와 접경에 있는 이 해발 1000m 위의 산악 도시는 사실 스위스에서 시계를 만드는 장인들의 도시로 유명하다. 르 꼬르뷔지에의 아버지 역시 시계공으로 평생을 일했고, 그는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시계 만드는 일을 도왔다. 시계 장식과 조각 공예를 배우며 화가의 꿈을 꾸던 르 코르뷔지에가 건축가의 길을 걷게 된 것은 미술학교의 스승인 샤를 레플라트니에 씨의 권유 때문. 스승의 제안으로 17살에 건축 공부를 시작한 그는 19살 때 첫 건축 프로젝트로 팔레 저택을 맡았다. 라 쇼드 퐁에는 르 꼬르뷔지에가 만든 건축물이 10여 군데 정도 남아 있다. 10대 때 처음 의뢰 받아 작업했던 팔레 저택과 부모님을 위해 지은 잔느레 페레 빌라, 지중해와 터키를 여행하고 와서 만든, 도시의 가장 상징적인 건축물 빌라 투르크 등. 그의 건축사를 잘 아는 건 아니지만, 그가 살던 고향에서 초기의 건축사를 마주한 시간은 특별했다. 특히 부모님을 위해 지은 언덕 위의 하얀 집은 4구역으로 나눈 정원과 함께 소박하지만 동시에 무척 아름다운 집이어서 기억에 남는다. 이렇게 라 쇼드 퐁은 내게 명품시계보다 르 꼬르뷔지에로 먼저 각인되는 도시였다.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열리는 르 코르뷔지에의 단독전인데다, 한번도 공개된 적 없는 140여 점의 미공개 작품도 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그래서, 더 기대되는 전시였다. 더구나 올해는 프랑스와 일본 등 7개국에 르 코르뷔지에가 만들었던 17개의 건축물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현대 건축가의 개인 건축물이, 그것도 17개나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것도 이례적인 일이거니와, 전 생애에 걸친 그의 건축작품과 철학을 마주할 생각에 많이 설레었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유네스코에 등재된 르 코르뷔지에의 17개 건축 사진이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는다. 현대건축의 5원칙을 적용해 만든 사보아 주택, 최초의 아파트이자 공동주택인 마르세이유의 유니테 다비타시옹, 버섯처럼 생긴 롱샹 성당, 그리고 죽을 때까지 머물렀던 지중해 해변의 네 평짜리 작은 집까지, 그의 대표 건축물을 한눈에 둘러볼 수 있다. 

그 다음 전시장으로 이동하면, 그가 20대에 유럽 여행과 지중해 여행을 하면서 그렸던 드로잉과 글을 볼 수 있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언덕과 파르테논 신전을 보며 느꼈던 감동은 그가 건축가로 눈을 뜨게 한 중요한 계기였다고 하는데, 이 드로잉작들은 그가 화가로서의 자질도 많았음을 느끼게 해준다.

파리로 이주한 후에는 건축 활동을 하면서 파리의 생생한 풍경이나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책, 담뱃갑, 꽃 등의 정물화도 꾸준히 그렸다. 이후 노년에 이르기까지 그는 매일 그림을 그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르 코르뷔지에는 그림을 그리는 행위 속에서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개념을 매일매일 얻어냈다. 얻지 못하면 그것들을 찾아낼 수 있을 때까지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 회화들이 전시장 대부분을 채우고 있다. 그래서 이번 전시는 건축가로서 명성을 떨친 르 코르뷔지에의 모습보다는 그림을 통해 건축에 도달하고자 한 화가로서의 모습에 더 집중되어 있는 듯하다. 화가로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그간의 작품을 접하는 시간은 흥미로웠지만, 전시가 끝날 때까지 이어지는 회화 속에선 좀 집중력이 떨어진다.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이 궁금했던 사람이에게는 아쉬울 수 있는 지점이다.

하지만 ‘사람’을 위한 건축에 헌신한 과정도 중간중간 소개된다. 세계대전 이후 집 잃은 사람들이 늘어나자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더 빨리 더 많은 집을 지어줄 수 있을까”란 고민으로 만든 ‘돔이노’ 이론. 그리고 좁은 공간에서도 인간이 생활하는데 가장 편리한 황금비율인 ‘모듈러’ 이론을 통해 대규모 공동주택, 즉 세계 최초의 아파트가 탄생하게 된 과정을 접할 수 있다. 유니테 다비타시옹을 피카소와 함께 둘러보고, ‘미래에는 르 코르뷔지에의 생각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며 모듈러 이론을 검증해준 아인슈타인과의 동행 사진도 흥미롭다.

전시의 마지막 공간에는 르 코르뷔지에가 마지막 삶을 보냈던 4평짜리 오두막집이 재현되어 있다. ‘4평이면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해온 그의 메시지가 담긴 공간이다. 공간은 작지만, 답답한 느낌은 별로 들지 않았다. 작은 창문 밖으로는 그가 생전에 보았던 니스의 바다가 큰 프로젝션 영상으로 펼쳐진다. 사람들이 줄지어 들어오지 않는다면, 한동안 앉아있고 싶은 공간이다.     

오직 ‘사람’이 중심인 건축을 선보이며, 현대건축의 개념을 새로 만들어온 르 코르뷔지에. 생각보다 회화작품에 치중되어 있지만, 그의 일생과 작품, 건축철학을 전체적으로 접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전시다. 꼭 챙겨가보길 권한다. 

글 이동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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