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그룹의 창업자인 (故)성곡 김성곤 선생이 설립한 순수 공익문화재단, 성곡미술문화재단에서 1995년에 개관한 미술관이다. 미술관 자리는 창업자가 거주하던 옛 자택 자리로, 전시관은 본관, 별관, 기념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관(1관)과 별관(2관)은 전시실로 운영되며, 국내외 현대미술뿐만 아니라, 사진, 패션, 디자인, 영상 등 다양한 장르의 기획전시를 선보인다. 성곡미술관이 더욱 특별한 건, 1500여 평에 달하는 야외 공원과 숲이 관내에 있다는 것. 100여 종의 나무들이 숲을 이룬 야외 조각 공원에는 숲의 산책로를 따라 아르망, 구본주, 성동훈 등 국내외 유명 조각가들의 작품이 곳곳에 전시되어 있다. 멋진 전시만큼이나 늘 사랑 받는 공간이다. 유서 깊은 경희궁 길에 위치해 가는 길도 더욱 운치 있다.
함경아는 작품을 만들 때 이야기를 좇는다. 새로운 작품을 구상할 때 대중에게 말할 이야기를 우선순위로 둔다. 설치 작업, 비디오, 퍼포먼스와 전통 재료 등의 다양한 재료는 이야기를 위한 도구일 뿐이다. 이야기에 적합한 표현 재료와 매체를 찾다 보니 작업 범위가 자연스레 넓어진 것이다. ‘Chasing Yellow’ 작품을 위해서는 노란 옷을 입은 사람들을 취재하기 위해 비디오 카메라를 들었고, 어릴 때 귀했던 바나나가 저렴해진 이유를 찾으려 필리핀행 비행기에 오르기도 했다. 도쿄 시부야의 경찰과 나란히 선 채 경찰관을 흉내 내는 우스꽝스러운 퍼포먼스도 했지만, 이번 국제갤러리에서 선보이는 전시에는 그녀가 직접 만든 작품이 한 점도 없다. 2008년부터 시작된 함경아의 자수회화 시리즈 작품은 멀리서 보면 크게 뽑은 사진처럼 보인다. 갤러리에 들어왔을 때 처음으로 눈에 들어오는 건 ‘What you see is the unseen/ Chandeliers for Five Cities 04’. 비단 위에 샹들리에의 형상을 수놓은 작품이다. 얼핏 보면 작가가 직접 자수를 놓아 작품을 만든 것으로 생각되겠지만, 모든 자수작업은 중국을 통해 북한으로 보내져서 제작됐다. 작가는 인터넷에 떠도는 기사나 사진을 조합했고,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의 도안을 북한 출입이 가능한 제3자를 통해 북한 여성들에게 전달했다. 북한 사람들이 직접 짠 노란 천 위에는 같은 노란색으로 글씨가 쓰여 있어 자세히 보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는다. 이렇게 함경아의 작품은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과정이 더 중요하고, 관객에게 작품 속 이야기를 스스로 찾는 과제를 준다. 작품명 아래에는 실제 재료인 실뿐만 아니라, 1800시간 동안 자수를 놓은 ‘북한 노동자’, 도안과 완성물을 주고받아준 ‘중개인’, ‘검열(Censorship)’과 ‘불안감(Anxiety)’도 작품의 주재료로 적혀 있다. 해설 없이 그냥 전시만 보면, 천 안에 쓰여 있는 글귀를 찾을 수 없다. 자수 솜씨가 좋다고 감탄만 한 채 전시장을 나설 수도 있다는 말이다.
제프 쿤스는 그림보다 조각으로 더 잘 알려진 예술가다. 그의 이름은 몰라도 반짝이는 풍선으로 만든 것처럼 유려한 곡선을 가진 개와 하트 조각상은 한번쯤 봤을 터. 그의 작품 ‘풍선 개: 오렌지(Balloon Dog: Orange)’는 2013년 11월 뉴욕에서 열린 경매에서 5840만 달러, 약 600억원에 팔리며 생존 작가의 작품으로는 최고가를 기록한 바 있다. 약 300억원에 달하는 그의 작품 ‘성심’이 설치된 곳, 신세계백화점 본점 6층에 있는 트리니티 가든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보통 ‘모빌’이라 부르는, 움직이는 조각의 창시자 알렉산더 칼더의 작품 ‘버섯(Le Cepe)’과 영국 현대조각의 아버지인 헨리 무어의 작품 '기댄 형상(Reclining Figure)'을 비롯해 도쿄 롯폰기의 상징인 거미 조각, ‘마망(Maman)’을 만든 루이스 부르주아의 ‘아이 벤치(Eye Bench)’도 이곳에 있다. 서울의 심장에 있는 정원의 풍경도 기가 막힌다. 앞에는 지은 지 100년이 훌쩍 넘은 한국은행 본관이, 뒤로는 남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그 아름다움은 어느 조각품 못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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