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빈 모티의 개인전 ‘코스미즘(cosmism)’은20세기 초반 초자연적이고 불가해한 이론을 우주 과학과 결합시킨 러시아 사상가들의 그룹 코스미스트(Comists)의 사상적 개념에서 출발한다. 이 러시아 사상가들 중에 알렉산더 치제프스키(Alexander Chizhevsky)란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태양 활동량에 따라 자연 재해와 인명 재난이 관련 지어진다는 이론을 탐구한 사람이다. 그는 태양의 활동이 활발한 시기에는 지구에서 전쟁, 혁명, 전염병, 자연재해가 증가하는 반면, 태양의 활동이 더딜 때에는 군사, 정치적 사건이 줄어드는 관계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런 치제프스키의 태양이론은 현대 사회를 대변하는 두 가지 이슈, 즉 기후변화와 국제 갈등의 문제를 하나의 틀 안에서 보게 만든다.
전시의 중심인 멜빈 모티의 필름 ‘코스미즘’은 9.11사태와 이라크 전쟁에서 나타난 흔적이 태양의 활동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활용해 만들었다. 상관관계에 대해 실험하고, 궁극적으로는 개인과 세계와의 단절에 대한 질문을 띄운 것. 영화는 18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토마스 에디슨의 초창기 영화로 시작하는데, 여기에서는 스코틀랜드의 메리 여왕의 참수 장면이 재현된다. 이후 911 테러의 끔찍한 장면들과 태양의 활동 장면을 번갈아 가며 보여준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세계가 그 어느 때보다 서로를 연결할 수 있는 연결 채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심층적으로는 매우 단절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영화는 4분 남짓 되는 희미한 소리 외에는 (아마) 무성으로 촬영되었다. 그 점은 이러한 역설을 표현한 것일지도 모른다.
영화 외에도, 실크로 만들어진 6점의 작품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도쿄에서 활동하는 기모노 염색 장인과 협업하여 완성된 이 실크 연작은 ‘클러스터 일루전 (Cluster Illusion)’. 멀리서 보면, 실크 원단에 그려진 반짝이는 풍경이 마치 별자리를 응시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반짝임과 실크의 부드러움에 이끌려 가까이 가서 보면,실크 작품에 새겨진 이미지들이 얼마나 정밀한 일본 문양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알게 되고, 처음에 봤던 큰 이미지는 점차 잊혀지게 된다. 이러한 작품과의 크고 작은 교류를 통해, 작가가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 부분과 전체의 관계, 개인과 집단의 관계, 나와 우주와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 번 숙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