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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계 거장들의 최고의 전시

지금 서울에서는 거장들의 전시가 풍성하게 열리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입이 딱 벌어질만한 예술계의 거장들의 전시가 한창이다. 차고 넘치는 전시 중 최고의 전시만을 추렸다. 현대 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부터 세계적 사진 거장 데이비드 라샤펠, 오스트리아 출신 회화 거장 훈데르트 바서, 장식 미술의 거장 포르나세티 그리고 현대미술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올라퍼 엘리아슨까지. 놓치면 후회할 최고의 전시들. 지금 당장 미술관으로 달려가면 된다.

훈데르트바서 특별전

그저 화려한 색감을 즐기는 특이한 작가인 줄로만 알았다. 이번 특별전을 보기 전까지는. 전시를 보지 않았다면 영영 이 작가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장장 두 시간 반 동안 찬찬히 전시를 보고 나오면서, 정말 오랜만에 ‘볼 만한 전시였다’가 아닌 ‘이 전시를 보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이 전시가 특별히 조명하는 ‘환경에 대한 관심’은 훈데르트바서의 작업을 이야기할 때 어쩌면 당연하게 언급되는 화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시가 식상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훈데르트바서가 작품을 통해 던지는 메시지가 여전히 우리의 삶에 유효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작가의 의도를 전달하기 위한 전시 전개 방식 역시 신선함을 주기 위해 제법 신경을 쓴 테가 난다. 처음 전시장에 발을 들였을 때,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쨍한 보랏빛으로 물든 전시장 벽면의 색만큼이나 생경하다. 전시장 앞에 쓰여있는 전시 주제 혹은 기획 의도에 대한 월 텍스트(wall text)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고, 다소 짧은 전시 도입부부터 몰아치는 총천연색의 화면에 ‘뭐 이렇게나 급작스러운 전개가 다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텍스트에 대한 부담감 없이 가볍게 볼 수 있겠다는 안도감도 든다. 색채의 마법사라는 별명이 아깝지 않게 실제로 마주한 작품의 색 조합은 무척 좋았다. 판화의 경우 어느 부분에 어떤 색을 썼는지, 몇 번째 에디션이며 어느 부분이 수정되었는지를 화면 바깥 여백에 빼곡히 기록하여 정보를 읽기만 하는 데도 시간이 꽤 걸린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그림 아래 찍힌 작가의 인장이다. 음각으로 찍힌 풍화(豊和), 백수(百水)는 훈데르트바서의 이름을 한자 식으로 표기한 것으로, 평화롭고 풍요로운 곳에 흐르는 백 개의 물이란 뜻을 지니고 있다. 서양식 석판화와 동양식 서명이 꽤나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또 한자 풀이는 얼마나 시적이고 아름다운지 작가의 지향점, 어떤 삶의 가치관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전시장 안쪽에는 조금 더 분명하게 작가의 친환경주의적 사고를 드러내는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압도적인 크기의 건축 모델이나 판화에서도 충분히 느껴지지만, 의외로 전시장 한쪽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소규모 작품들에서 이러한 애정이 담뿍 묻어난다. 속 관객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두 눈은 풀밭에도 숨쉬는 무언가가 있음을 조용히 말하려는 듯하다. 그래서 이 작품을 본 누군가가 환경 문제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된다면 작가는 무척 뿌듯하겠지. 작가 스스로도 이런 희망을 품고 그림을 그리지 않았을까. 마치 동화 책 속 한 줄을 옮겨다 놓은 듯, 하나같이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작품 제목은 전시 관람을 더욱 즐겁게 한다. 어떤 작품에서는 작가가 괴팍하리만치 강하게 자연 보호를 외치기도 하는데, 알록달록한 색감과 서정적인 제목 덕분에, 어쩐지 이러한 작가의 괴팍함(또는 시니컬함)이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우리는 자연에게 손님일 뿐이니 그를 존중하라’는 작가의 꾸짖음을 마음에 담고 전시장을 나서는 길에 마주친 나무, 풀들이 낯설었다. 한 그루 한 그루 붙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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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 , 종로구 마지막 상영일 일요일 3월 12일 2017

포르나세티 특별전

수 많은 이들의 원성을 딛고 세워졌음에도 불구하고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지금까지 제 이름값을 다하지는 못했다. 꾸준히 전시를 개최하기는 하였지만 자체의 질적 수준을 떠나 대개 ‘디자인’과는 약간 거리가 느껴지는 주제를 다뤄 아쉬운 점이 많았다. 어쩐지 낭비되고 있다고만 느껴졌던 이 거대한 공간이 드디어 열일한다. 이탈리아의 만능 예술가 피에로 포르나세티 특별전시 덕분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이상한 나라에 발을 들인 앨리스가 된 기분이다. 매끈한 에나멜 가구에서 느껴지는 촉촉함과 총천연색 패턴의 호사스러움 덕에 순간 정신이 아찔하다. 누군가의 개인전을 보다보면 전체 흐름 중 느슨한 부분이 있게 마련인데, 포르나세티의 작업에는 광기 같은 열정이 담겨 있어서인지 전반적으로 모든 섹션에 강렬한 힘이 들어차 있다. 그래서 꽤나 규모가 큰 전시임에도 지치지 않고 자꾸 자꾸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작품 하나하나도 무척 흥미롭다. 전반적인 디스플레이도 무척 인상적이다. 전시실 벽면 한가득 포르나세티가 남긴 드로잉 또는 회화 작품을 빼곡하게 걸어 놓는다든가(Room4 페인팅과 드로잉의 공간),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우산꽂이를 실제 용도와 상관없이 하나의 오브제로 받아들여 벽의 곡면을 따라 패턴을 짜 쌓아 올린 모습(Roo9 우산을 위한 공간)은 작품을 전시한 방식마저 디자인의 일부로 여기게끔 한다. 무엇보다 재미있는 것은 각 섹션을 나눈 벽이 마치 거울처럼 보이는 유리를 통해 반대쪽 전시실이 보이게 한 점이다 (Room5 포르나세티와 폰티: 이탈리아의 진정한 인물, Room6 바렌나 별장, Room 10 트레이: 꿈을 담아내는 방법). 5 전시실, 6전시실에 거울 같은 ‘뚫린 벽’을 통해 10전시실의 광경을 미리 볼 수 있는데, 위치를 교묘하게 선정한 덕분에 이 뚫린 벽은 전시의 스포일러라기 보다 저쪽 전시실엔 뭐가 있나 보고 싶게 만드는 예고편 역할을 한다. 수 백개의 다른 패턴으로 만들어진 트레이를 스탠딩 테이블처럼 정렬해 깔아 놓은 트레이 섹션은 근래 본 것 중 가장 황홀한 스펙타클이었다. 매끈한 에나멜 광택과 쨍한 원색이 만들어내는 아찔함에, 비슷한 모양의 오브제 수 십개가 일정한 간격으로 줄 맞춰 늘어선 모습까지 더해져, 내가 보는 광경이 가상현실이 아닐까란 기이함이 들었다. 조명을 트레이 바로 위에서 쏘아 트레이 아래로 진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데, 입구에 서서 전시실을 바라보면 그림자와 트레이 모양이 너무나 일정하게 반복되어 3차원의 공간이 아니라 2차원의 패턴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 일으킨다. 트레이에 가까이 다가가니 이내 공간감을 되찾았지만 잠깐 우두망찰하게 된다. 현대 시각문화의 거장으로 꼽히는 만큼, 포르나세티의 작품을 이 정도 규모로 전시하면서 실패할 확률은 애초에 그리 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안전한, 어쩌면 안일한 전시 방식을 피하고 전시 공간까지도 치밀하게 디자인해냄으로써 이번 포르나세티 특별전은 시각적 즐거움과 만족감을 극대화 시켰다. 제대로된 디자인 전시를 보여주겠다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의 포부가 실현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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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 을지로 마지막 상영일 일요일 3월 19일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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