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파리,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의 도시에는 ‘어둠 속에서 (Dans Le Noir)’라는 이름의 프렌치 레스토랑이 있다. 말 그대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2시간가량 식사를 하는 곳이다. 서울에도 이런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생겼다. 방 탈출게임으로 유명한 홍대의 더 볼트에서 준비한 ‘어둠 속에서의 식사(Dine in the dark)’. 빛을 감지할 수 있는 안경을 쓴 직원의 안내를 받아 자리로 이동한 뒤, 차단된 시각 대신 더욱 섬세해진 촉각과 미각을 느끼며 식사를 하게 된다. 사전 예약을 통해서만 이용할 수 있고 메뉴는 샐러드, 파스타, 스테이크의 3가지 코스요리로 구성된다. 좀 더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 서프라이즈’ 메뉴를 주문해볼 것. 식사를 다 마친 뒤에야 본인이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설명을 들을 수 있다.
thevaultkr.com, 마포구 와우산로 21길 19-16 더 볼트 ☎ 02-338-8639
사전예약 필수 ₩ 볼트A, B세트 3만5000원, 볼트 C세트 4만8000원
다인 인 더 다크
어둠 속에서의 식사.
그 밖의 서울의 이색 체험공간
얼굴을 모르는 남녀가 암흑 같은 공간에서 대화를 나누고 마음을 확인하던 의 한 장면을 기억하는지. 서울에도 어둠의 진면목(?)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물론 로맨틱한 만남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은 아니다. 북촌에 위치한 상설 전시 공간 가 바로 그곳. 이 전시는 1988년 독일의 안드레아스 하이네케 박사에 의해 우연한 계기로 시작됐다. 함께 일하던 동료가 실명을 하게 되고, 그것에 적응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본 박사가 깨달음을 얻고 작은 창고를 개조해 전시를 하게 된 것. 현재는 전 세계 160여 지역에서 900만 명 이상이 경험한 글로벌 전시다. 관람자들은 핸드폰도, 전자시계도 들고 들어갈 수 없는 전시장에서 100분 동안 로드 마스터의 안내에 따라 전시를 체험한다. 지팡이 하나와 더듬을 수 있는 벽, 그리고 목소리에 의존해 테마별로 마련된 공간으로 이동한다. 단순히 시각 장애를 체험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공감각적 경험이 가능하도록 바람, 물, 온도까지 신경 써 세트를 완성했다. 완전히 어둡고 밀폐된 공간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8세 이상부터 70세 이하인 사람만 관람이 가능하며, 폐쇄 공포증 같은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관람 전 상담을 고려해보아야 한다. 소규모 그룹으로 체험하기 때문에 사전 예매는 필수. 단체 관람의 경우 최대 8명까지 신청이 가능(유선 예매)하다.
‘방탈출’. 탈출을 목표로 둔 온라인 게임을 ‘방’, 또는 우리의 삶 속으로 고스란히 옮긴 체험형 게임이다. 닌텐도 Wii의 진화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상상력을 가미해 만질 수 있는 단서를 앞에 두고 머리와 몸을 열심히 굴려야 한다. 홍대를 비롯해 강남에도 이런 카페가 생겨나고 있지만, 타임아웃 서울 에디터 두 명은 미리 예약한 외국인 친구들의 ‘깍두기’로 끼어 방탈출 카페를 찾았다. 제한 시간은 60분, 제한 인원은 4명, 탈출할 방은 하나. 나는 1973년도에 수수께끼를 풀러 온 스파이다. 억지로 최면을 거는 순간 옆방에는 복수에 들뜬 함성 소리가 터져 나왔다. 진짜 보스의 서재에 잠입한 것도 아닌데 뭔 난리래. 핸드폰과 카메라를 로커에 넣고 ‘스파이 룸’에 들어섰을 때만 해도 나의 동공에는 영혼이 없었다. 하지만 11분 57초를 남기고 방을 탈출했을 때, 우리 네 명은 모두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특히나 서프 바에서 일할 법한, 수염이 덥수룩한 주인이 모두 이 방을 탈출하는 건 아니라고 했을 때는 작은 나라라도 구한, 엄청난 성취감이 밀려왔다. 방 속의 비밀을 공유할 수 없고, 미리 말할 수도 없지만 아쉽지는 않다. 승리와 기념사진은 탈출한 자가 얻어낸 상이니까. 이 ‘게임 몸치’도 서울 이스케이프 룸을 전폭적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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