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는 얼음물을 양동이째 던져도 욕먹지 않는 페스티벌이 있다. 음력으로 새해를 맞이하여, 장마철이 오기 전 방콕에서 가장 더운 4월에 열리는 송끄란 축제다. 축제 기간에 물싸움이 벌어지는 길에 들어서면 관광객이고 뭐고 일단 물부터 뿌리고 보는데, 이와 같은 ‘불행(?)’은 이번 7월 말 신촌에서도 벌어진다. 모르고 갔다가 물세례를 받으면 불쾌할 수도 있겠지만, 막상 물세례를 맞아보면 고맙다는 마음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욕 나올 정도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이니 말이다.
올해 다섯 번째로 열리는 신촌 물총 축제는 매년 4만 명 가까이 참여하는 대형 물 파티다. 매년 다른 주제로 팀을 가르는데, 올해의 주제는 외계인과 지구인이다. 티켓은 우비와 고글, 스카프와 선캡을 포함하며, 외계인 패키지가 아주 살짝 비싼 이유는 외계인 패피밴드를 추가로 증정해서다. 물론 팀별로 사용하는 물총도 다르다. 평소 물총에 관심이 없다면, 현장에서 종류별로 둘러보고 물총 이용권을 구입할 수 있다. 신촌 연세로 곳곳에 물총을 충전할 수 있는 수도 배관 시설은 총 네 곳. 그렇지만 전략은 지구력이라는 것을 미리 귀띔해둔다. 좋은 무기는 곧 물을 많이 담을 수 있는 물총이라는 고급 정보. 축제 내 소방차에서 분사하는 물을 흠뻑 맞으면 무슨 말인지 정확히 알 것이다. 물총 축제의 꽃은 물론 물총 싸움이지만, 이 밖에도 퍼레이드와 스트리트 퍼포먼스 등 ‘물’을 주제로 삼은 부대 행사가 함께 열린다. 탈의실과 물품보관소를 이용할 때 필요한 손목밴드는 잃어버리면 다시 발급해주지 않으니, 귀찮게 자꾸 쫓아다니며 물총을 쏘는 이가 있다면 밴드를 잡아챌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