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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미완성된 아쉬운 하모니
 
뮤지컬 공연 중 무대 아래 오케스트라 피트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현실적인 궁금증을 품고 공연장에 온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우리의 인생에 일어나는 일들 모두 다 여기서도 일어나”라는 가사처럼 너무나 사소하면서도 일상적인, 그러나 현실적이지는 않은 해프닝이 무대에서 연이어 벌어지기 때문이다. 3시간 동안 그들은 사랑을 하고 싸우고 인생을 노래한다. 오케스트라 단원이 아니라 인간 군상의 다양한 모습을 대변하는 인물로서 말이다. 단원들이 무대 위의 배우와 교감하거나 화합하는 장면은 어디에도 없고, 목소리로 등장하는 극중 뮤지컬의 여주인공마저 이야기를 위해 희화화됐다. 이쯤에서 제목을 떠올려본다. ‘오케피’. 이들이 오케스트라 피트에 있어야 하는 이유는 어디로 갔을까. 그러니 극중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대한 풍자도 공감이 되지 않는다.
 
한계는 무대 연출에서도 드러난다. 계단 형태의 조형물(그 위에 배우들이 각자의 악기를 들고 앉아 있다!)이라는 물리적 장애물까지 더해져 인물들의 움직임이 제한되니,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배우들이 자신의 연기를 펼치기 위해 무대 앞으로 나서야 비로소 숨을 돌릴 수 있는데, 이때에도 각각이 맡고 있는 악기는 의자 옆에 덩그러니 있을 뿐이다. 악기라는 소품을 활용하지 못하는 이러한 디테일도 아쉽다. "오케피"에서 주인공은 따로 없다. 물론 지휘자가 내레이터 역할을 맡아 이야기를 이끌고 가긴 하지만 등장인물이 모두 하나씩의 사연을 품은 만큼 작품의 무게도 고스란히 나눠 가진다. 때문에 무엇보다 배우의 선택이 중요하다. 지휘자의 황정민과 오만석, 바이올린의 박혜나와 최우리, 하프의 윤공주와 린아 등 배우들은 무대에서 제 몫을 해낸다. 평소 좋아하는 배우를 따라가는 게 이 뮤지컬을 즐겁게 볼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일 것이다.
작성:
Hye-wo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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