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피노 마켓

일요일 저녁에 혜화동의 소극장 일대에 갈 일이 있다면, 필리핀의 향취가 가득한 혜화 로터리에도 꼭 들러 보길 추천한다. 여기는 필리핀 교민들이 혜화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고 난 뒤, 모여서 수다도 떨고 고향에서 가져온 희귀한 간식도 먹고, 집에서 만들어 온 고향의 음식 (돼지고기 아도보, 룸피아라는 계란말이, 판지트라는 필리핀 국수)를 맛있게 나눠먹는 곳이다. 필리피노 마켓의 최대 장점 중 하나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협소한 공간이다. 방문객들은 좁아서 미어터지는 식사 공간을 생판 모르는 남들과 마주앉아 공유할 수 밖에 없는데, 그 결과 재미있고 특별한 대화나 문화교류가 이어지곤 한다. 친절한 상인들은 싱싱한 엠파나다나 바나나튀김을 손수 입에 넣어주기도 한다는데, 필리핀 사람들의 따스함과 온정을 느낄 수 있는 현장이니 꼭 직접 가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