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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음식 탐방

서울에서 북한 음식점 찾기는 생각보다 쉽다.

작성:
Hye-wo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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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음식이라니, 당신의 머릿속엔 우선 두 단어가 떠오를 수 있다. 만두와 냉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개성만두나 평양냉면은 현재 서울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북한 음식이다. 특히 평양냉면은 단순히 ‘평양 지방의 향토 음식’을 넘어선 지 오래. 평양냉면을 즐기는 취향이 미식가임을 증명하는 표식이 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김치와 비빔밥, 불고기가 한국 음식의 전부가 아니듯 북한 음식도 그렇다. 평양, 개성, 함흥 등 지방마다 특색 있는 음식이 있다. 또한 단순히 ‘심심하다’고 표현되는 맛이 북한 음식의 특징일까? 북한식품전문가 이애란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북한 음식은 다 심심하다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지역별로 달라요.” 동해에서 잡히는 생선과 서해에서 잡히는 생선이 다르고, 평안도나 황해도는 벼나 옥수수 같은 곡식이 잘되는 반면 함경도는 감자 농사가 잘된다. 지역마다 식재료가 달라 발달된 음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반룡산의 정상혁 대표는 함경도 지방의 음식을 설명하며 지역을 조금 더 흥미롭게 나눴다. 관동, 관서, 관북지방으로 나누고 함경도 함흥의 음식과 강원도 속초, 강릉 음식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음식도 38선으로 나눌 수 있을까? 북한 음식점을 취재하며 끊임없이 북한 음식에 대해 물었다. 우리 음식과 다른 점을 찾으려고 애썼다. 그러나 한반도가 38선을 경계로 남과 북으로 나누어졌다고 음식도 둘로 딱 떨어지는 건 아니다. 지금껏 인위적인 선으로 둘을 구분 지은 건 아닌지 한번 생각해보자.

동무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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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에 문을 연 동무밥상에는 아직 간판이 없다. 하지만 점심시간이 되면 하나 둘 손님이 들어온다. 동무 밥상은 평양 옥류관에서 요리를 배운 윤종철 요리사의 북한 음식점이다. 자신의 입맛이 변할까 외식도 하지 않는다는 윤종철 요리사가 제대로 만든 북한 음식을 낸다. 신선로부터 오리국밥과 오리불고기까지, 북한 음식 강의를 진행할 때 반응이 좋았던 10여 종으로 메뉴를 구성했다. 그중 고급요리인 신선로는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다. 신선로는 손이 많이 가는 음식으로 하나를 만들든 열 개를 만들든 반나절의 준비시간이 걸린다. 당면을 깔고 전복, 새우, 소고기, 닭고기, 버섯을 올린 뒤 양지로 우린 맑은 육수를 붓는다. 보통 제철 식재료로 만든 밑반찬을 내는데, 요즘 같은 때에는 세 종의 김치가 나온다. 특히 알싸하고 오묘한 맛의 깍두기는 담백한 신선로 국물과 함께 꼭 맛보길. 7–8월에 내는 볶은 가지 반찬도 윤종철 요리사가 추천하는 별미다.
능라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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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식
능라밥상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여성이다. 1997년 한국에 온 탈북 여성 1호 박사이자 북한음식전문가인 이애란 박사가 탈북 여성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2012년 문을 열었다. 남새된장국수, 개성무찜 등 이름조차 생소한 이곳의 메뉴들은 모두 북한의 요리법을 그대로 가져와 이애란 박사가 발전시킨 것인데, 그녀가 음식을 만들 때 초점을 맞춘 것은 사실 맛이 아니다. “북한 음식을 처음 먹어보는 한국 사람들은 어떻게 느낄까요? 맛은 기호이기 때문에 맛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아요. 저는 정직한 음식을 내고 사람들이 그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맛은, 좋은 식재료를 쓰면 맛있어요. 맛보다 중요한 건 먹은 음식이 우리 몸이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녀가 추천한 메뉴는 ‘돈달냉전골’이다. 된장에 제철인 냉이와 달래, 돼지고기를 넣고 끓인 전골이다. 식이섬유가 풍부해 조금은 퍽퍽한 냉이가 돼지고기의 기름을 흡수해 부들부들한 식감을 갖게 되고 국물은 구수하다. 우리네 감자탕과 비슷한데 그보다 맛은 깔끔하고 냉이 향이 진하게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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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룡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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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대 옆에 걸린 흑백사진 한 장이 눈에 들어온다. ‘함흥제일여고 3회 졸업생’. 사진 속 여고생 중 한 명은 정상혁 대표의 어머니다. 반룡산은 어머니의 손맛을 빌린 함흥음식전문점이다. 때때로 중국집으로 오해받는 ‘반룡산’이라는 이름 또한 함흥의 유명한 산 이름. 간판만 보고 함경도와 어떤 관계냐고 물어오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함경도 지방은 백두대간을 따라 동해안가로 마을이 발달해 강원도 강릉, 속초 등지와 식문화가 비슷하다. 함흥의 대표메뉴인 가자미식해도 그래서 익숙하다. 반룡산의 가자미식해는 여든 살이 넘은 정상혁 대표의 어머니가 직접 만든다. 잘 손질한 가자미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조밥에 발효시킨 것이 가자미식해. 음식점마다  가자미의 크기가 다른데, 반룡산은 도톰한 두께부터 다른 곳과 비교 불가다. 쫀득한 식감과 매콤한 맛에 밥도둑이 따로 없다. 함흥지방 향토음식인 가릿국밥 또한 어머니가 해준 음식을 메뉴에 올린 것이다. 갈비와 양지로 육수를 내고 선지, 양지살, 두부 등을 곁들여 만든 담백하고 시원한 국밥이다. 국밥을 한 숟가락 뜨고 짭조름한 가자미식해를 그 위에 올려 먹으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
Q&A: 동무밥상의 윤종철 요리사

Q&A: 동무밥상의 윤종철 요리사

요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18살 때 조선인민군에 입대하니 나를 평양 옥류관에 데리고 가더라. 그곳에서 4개월간 교육받고 장성급 전용식당에 배치받아 11년간 요리를 했다. 요리사는 꿈도 안 꿨다. 남자가 요리하는 걸 부끄럽게 생각했다.

한국에는 언제 왔나?
98년도에 왔다. 10여 년 동안 군대에서 부유한 모습을 봤기 때문에 세상이 많이 발전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회에 나오니까 그게 아니더라. 강도나 도둑질 아니면 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중국에 돈 벌러 갔다. 그런데 중국에 가니까 한국 사람을 부러워하는 거다. 한국에서 한번 벌면 평생 먹고산다길래 나도 한번 가보자 마음먹었다.

한국에 와서 바로 요리를 시작한 건가?
아니다. 부끄러워서 요리는 안 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배운 게 요리밖에 없지 않나. 한 식당에 찾아갔다. 요리사라는 말은 안 하고 그냥 일하고 싶어서 왔다고 했는데, 그곳에서는 요리를 배울 수가 없겠더라. 여기 요리엔 조미료가 너무 많이 들어가 원재료의 맛이 없어진다. 이렇게 있다가는 북한 요리도 잊어버리겠다 싶었다. 그리고 한 3년 전부터 호야쿡스(쿠킹스튜디오)에서 북한 요리를 강의하다 여기까지 오게 됐다.

동무밥상의 요리가 현재 북한에서 파는 요리와 같은 맛이라고 할 수 있나?
정확하게 같다. 여기에서 재료가 하나 빠진다면, 산미나리 열매. 산미나리 열매를 갈아서 고급 고기 요리에 쓰곤 하는데 그게 없다.

사람들이 북한 음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으면 좋겠나?
음식을 떠나서 우리 집에 온 분들에 대해 항상 이렇게 생각한다. 당신들은 북한 음식을 먹으러 온 게 아니라 통일을 앞당기는 사람들이다. 어쨌든 그 사람들은 북한에 대해 관심이 있는 거지 않나. 사람이 제일 가까울 때가 밥상에 앉았을 때다. 나는 이게 통일 밥상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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