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삼계탕

“여기요 주문이오”라고 말하면 묻지도 않고 “예 들어갔어요”라고 대답하는 집이다. 메뉴는 들깨삼계탕 하나다. 콜레스테롤 생성 방지, 혈행 개선, 집중력 향상, 치매예방, 피부 영양 공급, 항 산화 방지 등 거의 만병통치약에 가까운 효능을 자랑하는 들깨를 삼계탕에 가득 넣고 끓였다. 이름은 들깨삼계탕이지만, 들깨죽에 닭을 넣은 모양새다. 닭과 들깨의 조합은 ‘고소’의 참맛을 일깨운다. 진하고 걸쭉하고 고소한 국물을 바닥이 보일 때까지 식지 않는다. 국물을 떠먹을수록 불 맛이 강해지는 데 ‘마지막 한 입’이 가장 맛있을 정도로 중독적이다. 삼계탕을 주문하면 고추와 길게 4등분 한 오이 하나를 낸다. 걸쭉한 국물 한 입, 아삭한 오이 한 입, 쫀쫀한 고기 한 입, 상큼한 고추 한 입 번갈아 먹다 보면 금세 바닥이 보인다. 야채는 원하는 만큼 셀프로 추가해 먹을 수 있다. 1990년 문을 열었는데 들깨 삼계탕 하나로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옆집 앞집 뒷집을 차례로 사들여 별관 본관 별채 2관 3관을 만들었는데, 이것도 모자라 인근 건물에 분점까지 냈다. 삼계탕집 앞 길 일대를 호수길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다. 글 문유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