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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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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 Out 의견

4 최대 별점 5개
한 노인이 목에 피를 흘리며 서울역 앞을 지나간다. “노숙자야, 노숙자. 다친 줄 알고 괜히 도와줬네.” 그를 도와주려고 했던 두 명의 청년은 그가 노숙자인 걸 안 뒤 못 볼 걸 본 듯 외면한다. < 서울역 >은 이 노숙자 노인으로부터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으로 시작된다.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 < 서울역 >은 그의 전작 애니메이션 < 돼지왕 >(2011), < 사이비 >(2013)와 마찬가지로암울하고 절망적이다. < 서울역 >은 최근 개봉한 감독의 첫 실사 영화인 < 부산행 >의 프리퀄 애니메이션으로, <부산행 > 전날 밤의 이야기다. 하지만 같은 인물이 등장하지는 않으며, 다만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세계라는 배경만 공유한다.
 
< 부산행 >과 마찬가지로 < 서울역 >은 초반 부성애가 이야기를 이끄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다르다. < 부산행 >이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희망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면, < 서울역 >은 연상호 감독의 비관적인 세계관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위험은 가장 낮고 어두운 데서부터 온다. 서울역의 노숙자들과 인근 여관에서 투숙하는 가출 청소년. 영화는 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우리 사회가 외면하고 있는 현실을 들춘다. 약자가 폭동으로 몰리고, 불법 집회 장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세상이 썩어 있는데 살아서 뭐하겠어”라는 영화 속 대사가 현실에서도 낯설지 않다.
 
< 부산행 >을 보고, 좀비 장르로서 < 서울역 >을 택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좀비 떼가 기차를 멈춰 세울 듯 매달리는 데에서 오는, 그런 강렬한 충격은 없다. 게다가 < 부산행 > 과 연이어 보는 < 서울역 >의 좀비는 어딘가 엉성해 보인다. < 서울역 >에서 기대할 것은 연상호 감독이 만들어낸 이야기다. ‘좀비가 되어서 다행이야’라고 생각될 만큼 현실과 꼭 닮은 영화 속 세계 말이다. 후반으로 갈수록 영화는 무서움보다 안타까움으로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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