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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해변에서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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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해변에서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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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 Out 의견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사무엘 베케트의 희곡 < 고도를 기다리며 >를 연상하게 한다. 난해하고 현학적인 대사와 느린 시퀀스 호흡, 멀리서 피사체를 담다가 빠르게 거리를 좁히는 기법인 퀵줌이 특징이다. 국제적인 영화제는 영화의 예술성을 높이 샀다. 그래서 2015년에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로 제58회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대상 및 남우주연상을, 2016년에는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으로 제 64회 산 세바스티안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2017년에는 이 영화로 주연배우 김민희가 한국 배우 최초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사랑의 비참함을 그리는, 그러나 묘하게도 보고 나면 연애가 하고 싶어지는 영화다. 이 영화는 크게 전반과 후반부로 나뉜다. 영희(김민희)가 유부남 감독 상원(문성근)과의 연애가 비참하게 끝난 뒤 떠난 함부르크가 전반부의 배경이다. 친구 지영(서영화)과 영희는 낯선 독일의 도시에서 인생에서 사랑의 역할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함부르크의 영희는 솔직하게 살고 싶은, 로맨스를 믿는 여인이다. 후반부는 영희의 고향, 강릉에서 펼쳐진다. 강릉에서 만나는 영희는 무서울 만큼 분노하고 섬뜩하리만큼 자신을 몰아세운다. 술을 진탕 마시곤 남자는 멍청해 사랑할 가치도 없다고 고함친다. 이렇게 이별 뒤에 오는 감정의 열탕에 시달려도 그녀는 상원에 대한 마음을 접지 못한다. 영희가 커피숍 앞에 우두커니 앉아 아무도 듣지 못하게 혼자 흥얼거리는 노래는 은밀하고 우울한 세레나데다.

세 번 연속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주연 배우로 출연한 김민희는 이 영화에서 유리처럼 위태로운 영희의 감정상태를 마치 본인 이야기인듯 완벽하게 표현했다. 내면부터 조용히 무너지는 영희의 모습을, 카메라는 무심하고 담백한 시선으로 따라간다. 홍상수와 김민희는 2015년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를 찍으며 염문설에 휩싸였다. 감독이 유부남이라는 점, 김민희가 유명 여배우라는 점, 그리고 둘의 나이차가 22살이라는 점 등 때문에 둘의 관계는 더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이들은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염문설을 부인하지도, 긍정하지도 않았다. 홍상수 감독은 현재 아내와 이혼소송 중이며, 현재 네번째 영화를 김민희와 함께 촬영 중이다. 영화 외적인 요소로 관심이 뜨거운 영화지만, 자체의 완성도만으로 평가 받아 마땅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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