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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보물전 – 이집트 미라 한국에 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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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최대 별점 5개

정말로 박물관이 살아있다면, 용산의 밤은 어떠할까. 안타깝게도 국립중앙박물관의 소장품은 예술품 중심으로 구성되어 밤마다 돌아다닐 인형이나 동물도 없거니와, 결정적으로 그들을 살려낼 파라오의 석판이 없기에  그동안 잠잠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쩌면 내년 4월 까지는 매일 밤 용산구가 들썩일지도 모르겠다. 바로 지난 19일 개막한 <이집트 보물전> 덕분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라는 타이틀이 무색치 않을만큼 매년 두 세차례의 블록버스터급 특별 전시를 기획해왔던 터라 이번 <이집트 보물전> 역시 기대가 컸다. 더구나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브루클린박물관 이집트 컬렉션 중에서도 엄선한 작품들만 왔다고 하니 이불 밖의 위험성을 무릅쓰고서라도 가봐야만 했다.

한가할 줄만 알았던 평일 낮 11시, 그러나 박물관 나들길부터 가득 메운 인파가 심상찮았다. 매표소 앞 너른 마당에 들어 찬 학생 무리들을 보고나서야 ‘방학이구나’를 깨달았다. 초중고 타임라인이 기억 날 리가 없는 필자는 전시장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부터 그 안일함에 대한 댓가를 톡톡히 치러야 했다. 전시장 내 태반이 어린이 또는 그들의 보호자인 상황에서 여유로운 관람이 가능할 리는 없었다.

마치 전쟁같았다. 열의 넘치는 아이들을 밀어내자니 그건 어른으로서 온당치 못한 처사인 듯했다. 한 발 물러나 어깨 너머로 기웃거리며 작품들을 보다가 별안간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나도 파피루스에 적힌 글자도 보고, 미라도 자세히 들여다 보고 싶은데! 유물이라도 좀 큼지막했다면 좋으련만 예상 외로 크기까지 아담해서 사람들을 뚫지 않고서는 제대로 작품을 볼 수가 없다. 전반적으로 작품 크기가 작다보니 불멸, 사후세계 등 파라오나 미라와 연관된 단어들이 풍기는 어떤 영적 카리스마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대신 섬세하고 아기자기한 맛이 느껴진다. 전시를 보고 나면 이집트 유물은 모두 압도적이라거나 웅장할 것이라는 예상은 편견일 뿐임을 알게된다.

이집트 연표나 미라 출토지를 꼼꼼히 표기한 지도 등 유익한 정보들이 많아 배움의 장으로서는 손색이 없다. 전시가 마무리되는 지점에 별도의 학습/놀이 공간도 마련해 놓아 다양한 할거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인상이 든다. 다만 이 학습 공간의 컨텐츠들이 너무도 명백하게 어린이들을 타겟으로 제작된 바람에 이러한 요소들이 전체 전시의 관객층을 오히려 한정지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조금 걱정스럽다. 어린이들과 부대끼며 전시를 볼 만한 2-30대가 과연 얼마나 될까.

물론 2-30대는 즐길거리가 이 전시 밖에도 많으니 이 정도야 어린이 친구들에게 양보해줄 수도 있지 싶지만. 미라가 어떻게 생겼는지, 그것들이 어디에 어떻게 묻혔는지 궁금한 건 또 어쩔 수 없으니까. 시기와 시간대를 잘 고려해서 전략적으로 방문하는 편이 좋겠다. 개학 후, 늦은 저녁즈음? 수, 토요일에는 밤 9시까지 야간 개장하니 수천 년 전 죽은 이들과 함께 하는 으스스한 데이트를 즐겨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운이 좋다면 9시 이후 문 닫힌 박물관 안에서 요란스레 깨어나는 미라나 인체, 동물 모형들을 소리로나마 만나보는 아주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될지도!

 sich.h (자유기고가) 

상세내용

이벤트 웹사이트
www.museum.go.kr
주소
연락처
1688-9891
가격
1만 3000원
운영 시간
09:00 -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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