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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라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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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현상이 숲에 펴져 있는 나무처럼 많다는 의미의 ‘삼라만상’을 주제로 한 이 전시는 MMCA의 서울관 1관부터 5관까지 대장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932점 중 121점을 선정해 일상, 경계와 같은 주제로 엮어 보기가 수월하다. 1관에는 전시장 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강익중의 설치 작품 ‘삼라만상’(1984-2014)을 중심으로 회화 작품들이 비치 되어 있다. 한국 근대 작품들을 쉬엄쉬엄 감상할 수 있다. 산수화, 인물화와 토속적인 주제에서 한국의 미를 한껏 느낄 수 있는가 하면, 원형 공간에 자리한 강익중의 ‘삼라만상’은 빼곡히 벽을 채운 손바닥 크기의 캔버스들이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표면이 매끄러운 불상을 중심으로 캔버스는 달항아리와 같은 한국적 오브제와 일상에서 쉽게 마주치는 오브제를 부착함으로써 굉장히 압축된 우주를 보여준다. 더불어 사색하게 만든다.

다양한 일상을 조명하는 2관에는 관찰과 상상이 오가는 김은진의 ‘냉장고’(2011-12) 가 있다. 5m에 달하는 이 큼직한 그림 속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무채색 풍경 속 화려한 색감을 가진 빨래들과 인간보다 큰 수저가 널브러져 있고, 그 옆에 목욕하는 사람들, 신체에서 떨어져 나온 살과 피가 서로 공존한다. 연계성이 없는 이미지들이 기묘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 더불어 일상에 대한 작가의 지속적인 관찰과 재미있는 상상을 엿볼 수 있다. ‘일상과 대립하는 경계’란 주제로 이어지는 3관에는 사진이란 매체로 묶여 있는데, 이용백의 ‘깨지는 거울’(2011)은 불안을 말한다. 설치는 폭격 음과 함께 거울과 표면이 깨지는 듯한 영상이 포개져 있어, 거울에 비치는 관객의 모습과 함께 깨진다. 마치 자신이 자초하지 않은 전쟁의 한복판에 있는 느낌이다.

영상작업들이 밀집된 4관에는 베니스 비엔날레에 한국 작가로 참여하는 이완 작가의 작업이 있다. 작가가 무심코 먹던 아침 식사에서 하나의 음식 제품을 구성하는 재료들이 약 10여 개국에서 온 것을 보고,  ‘메이드 인(2013-4)’ 작품을 구상하게 되었다. 작가는 직접 재료를 찾아 아침식사를 꾸리기 위해 대만에서는 2년간 설탕을, 미얀마에서는 금을 채굴하는 노동을 하며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탈바꿈한다. 작가의 노동은 영상을 통해 볼 수 있고, 다소 허무하다고도 말할 수 있는 결과물인 한 움큼의 설탕도 직접 보게 된다. 사회를 꾸리는 자본과 노동의 현장을 자각하게 하는 장면이다. 4관은 작가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을 주목할 만한데,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김희천의 ‘바벨’(2015)에서는 색다른 서울과 데이터로 남겨지는 개인을 보게 된다. 다큐멘터리 연극인 임민욱의 ‘불의 절벽 2’(2011)에서는 한국의 근대사 속 공권력에 의해 고통 받은 한 고문 피해자의 진술을 정신과 의사의 대담과 함께 볼 수 있다. 단순한 타인의 이야기가 아닌 이웃의 진실된 이야기로 다가오게 만든다.

큼직한 5관의 어두운 방에 들어가면 푹신한 소파 위에서 상해의 영화감독 양푸둥의 ‘죽림칠현’을 관람할 수 있다. 총 5 편으로 구성된 영화 중 3 과 4편이 상영되고 있는데, 중간에 들어와 봐도 무관하지만, 각각 1시간 정도 되는 분량이라 놓치고 싶지 않다면 상영시간을 염두에 두고 오는 것이 좋다.  

5개의 전시관에 널찍이 퍼져 있는 우주를 한눈에 움켜잡는 것은 욕심일 것이다. 하지만 전시는 8월 말까지 길게 이어진다. 후덥지근한 여름에도 온종일 시원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 될 터이니, 시간을 넉넉히 잡고 둘러보기를 추천한다.

글 남예은

상세내용

이벤트 웹사이트
www.mmca.go.kr
주소
가격
4000원
운영 시간
월, 화, 목, 금, 일 10:00-18:00, 수, 토 10:00-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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