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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소장품 기획전 <Highlights 하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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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과이와 일본의 도예가의 조각 작품. 박찬욱과 박찬경 형제 파킹찬스(PARKing CHANce)가 ‘공동 경비구역 JSA’ 세트장 안에서 다시 촬영한 3D 영상 ‘격제지감’. 난해한 영화들을 제작했던 미국의 영화감독 데이비드 린치의 드로잉과 판화작업.  아프리카 콩고의 화가 쉐리 삼바의 클리터로 칠한 흑인 초상화. 호주작가 론 뮤익의 극사실적인 인물 조소까지.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소장품으로 기획된 이번 전시는  공통된 하나의 주제로 묶기가 어렵다. 재단의 안목으로 선택된 소장품들은 사진에서 영상 그리고 토속적인 도자기까지 여러 장르를 아우르기 때문이다. 소장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와 협업한 작업들도 선보인다. 과학과 사운드의 만남, 도시학, 영화감독의 작업물 등등. 단순히 심미적인 감상뿐만 아니라 사회의 경제적, 정치적인 문제까지 다룬다. 완성도 있는 시각예술을 대중이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까르띠에 재단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역이다.

전시에서 가장 화제가 된 작품은 아마 론 뮤익의 작품일 것이다. 실제보다 몇 배는 큰 여인이 하얀 침대 시트를 덥고 얼굴에 손을 얹은 채 허공을 바라보는 ‘침대에서’(2005) 작품이다. 피부표면이나 눈알, 포개진 침대 시트지 등이 너무나 사실적으로 세밀하게 표현되어 있어, 실제가 아님을 아는 데도 한참 동안 자리를 뜨지 못한다. 각종 SNS를 통해서도 가장 많이 공유된 작품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 제일 눈 여겨 본 작품은 영상작업들이다. 뉴욕에 있는 디자인 스튜디오 딜러, 스코피디오 + 렌프로가 작업한 영상 ‘출구 EXIT’ (2008-15). 전시장을 반원형으로 설치해 영상이 펼쳐지는데, 화질과 음향이 너무 좋아 깜짝 놀라게 된다. 왼쪽에서 등장하는 화면을 가득 채우는 지구는 오른쪽으로 굴러가면서 주제를 알려준다. 곧 세계 지도가 나오면서 시대별로 지구가 겪었던 기후 변화나 자연재해, 각 나라의 내전 역사가 지도 위에 움직이는 그래프로 나타난다. 이주의 역사도 보여주는데 세계 지도 위 대륙을 넘나드는 선들이 색에 따라 얼마나 많은 인구가 이주를 했는지 보기 쉽게 디자인 했다.  통계학자, 건축가, 지리학자와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이 대장정은 전 세계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어 보는 사람이 전지전능하다는 생각까지 스친다.

또 다른 영상작업 ‘위대한 동물 오케스트라’ (2016)는 45년 동안 생태계의 소리를 채집한 과학자이자 음악가인 미국인 버니 크라우스와 과학기술로 설치작업을 하는 런던 기반의 UVA스튜디오와 협업해 만들었다. 크라우스가 녹음한 곳의 새와 곤충, 개구리와 늑대의 소리들이 나오면 전시장의 3면을 감싼 화면에 각 동물의 음의 주파수가 파노라마 형식으로 나타난다. 모든 소리가 중첩되면 마치 밀림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렇게 소리를 시각화는 주파수는 일종의 추상적인 풍경도 떠올리게 한다.

까르띠에 커미션으로 제작된 프랑스 작가 레이몽 드파르동의 영상작업 ‘그들의 소리를 들으라’ (2008) 는 생소한 제 3세계의 원주민의 그들의 고유한 언어로 말하는 담았다. 약 9개의 지역을 조명한 영상에서는 각 원주민들의 삶이나 생각을 들을 수 있다. 주로 식민지 역사의 고통, 차차 사라져가는 그들의 언어에 대한 걱정을 각자의 언어로 표현하고 관객은 자막으로 볼 수 있다. 언어가 그 지역 사회와 개인의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을 좀더 직접적으로 생각하게끔 만드는 색다른 작품이다.

글 남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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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금 10:00-20:00, 토-일 10:00-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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