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폰스 무하, 모던 그래픽 디자인의 선구자 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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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누보 미술의 거장, 알폰스 무하(Czech; Alphonse Mucha, 1860~1939)의 예술 세계가 다시 한 번 서울에 펼쳐졌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지난 2013년 열렸던 <알폰스 무하, 아르누보와 유토피아 展>의 후속편이다.  

섬세하고 유려한 곡선, 관능적이지만 우아한 여인의 모습으로 대표되는 무하의 독특한 화풍은 ‘무하 스타일(Le style Mucha)’로 고유명사화 되었을 만큼 19세기 파리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번 기획전시는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배우 사라 베르나르(Sarah Bernhardt)의 연극 포스터와 모에 샹동 샴페인, 욥 담배종이 등 상품 홍보를 위해 무하가 제작했던 포스터를 집중적으로 전시함으로써 무하가 가진 ‘그래픽 디자이너’로서의 면모를 부각시켰다.

‘그래픽 디자인의 선구자’라는 전시 부제에 걸맞게, 여섯 개로 나뉜 섹션 중 가장 인상적인 곳은 광고 포스터를 다룬 제 3 전시실이었다. <지스몽다(Gismonda)> 포스터를 포함한 베르나르의 연극 포스터 여섯 점을 한꺼번에, 그것도 원화로 마주할 수 있다는 것 자체부터 무척 즐겁다. 좁고 길다란 화면 속 물결치는 듯한 선으로 묘사된 등신대의 주인공을 바라보고 있자니 포스터가 광고하는 연극 내용이 궁금해지는 한편, 이렇게 예쁜 포스터를 거리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던 당대 파리지앵들이 무척 부러워진다. 미술관에서 작품으로 대할 수 있는 이 포스터가 내가 걷는 거리마다 붙어 있다면 그 산책길이 얼마나 즐겁고 낭만적일까!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전시된 상품 포스터 중 유독 주류와 관련된 포스터가 많았다는 점이다. 모에 샹동 샴페인뿐만 아니라 뫼즈 맥주, 베네딕틴 리큐어 등 브랜드도 주종도 다양하다. 작가의 입장도, 광고주의 입장도 되어본 적이 없는 필자로서는 궁금증이 마구 드는 지점이다. 무하는 왜 이 많은 주류 광고 의뢰를 받아들였을까? 화가로서 주류 광고를 하는 일이 부끄럽지는 않았을까? 광고주들은 다른 브랜드들과 이미지가 겹칠 것을 이미 알 수 있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모두 무하에게 포스터 제작을 맡겼을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니, 과연 무하는 예술을 어떻게 정의하였을지 어쩌면 가장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게 되었다. 만약 무하가 ‘예술을 위한 예술’을 추구하던 사람이었다면 애초에 상품 광고 포스터 제작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오히려 포스터라는 매체를 적극적으로 이용한 것은 더 많은 이들이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기를 바라고, 예술을 통해 더 많은 이들과 소통하고 싶었기 때문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궁금증을 가득 안고 제 4 전시실에 들어섰을 때 필자는 때마침 그 답을 찾았다. 전시실 벽에는 무하가 예술을 통해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었으며, 때문에 이를 이용하여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고자 했다는 설명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차근차근 친절하게 작가와 작품 세계를 소개하는 전시도 좋지만, 이처럼 관객의 궁금증을 유발해 놓고, 예상했다는 듯 적절한 장소에서 답을 제시해주는 전시 구성도 꽤 흥미로웠다. 다소 짧은 주제 글에서 설명이 더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오디오 가이드나 도록에서 마침 설명을 잘 해주어, 정보가 더 필요한 사람에게는 충분한 정보를 준다. 작품 자체에 더 집중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방해되지 않을 만큼 최소한의 정보만 제공하는 관객 맞춤형 전시를 지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만,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색감이 무하 스타일의 핵심적 요소임을 고려하면 전시장 전반에 끼얹은 노란 조명이 많이 아쉽다. 수지, 설현도 못나보이게 만든다는 노란 필터인데⋯? 원래 색감이 궁금하다면 전시장 밖 매대에 진열된 상품들을 유심히 감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색감에 현혹되어 지갑이 열리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지불해야 할 댓가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마치 컬러 스포이드를 이용하여 무하의 그림에서 쏙 뽑아낸 듯한 파스텔 톤의 벽 컬러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한참이나 무하의 아름다운 화면을 세세히 들여다볼 수 있을 만큼 관람 환경도 여유롭고 쾌적해 더욱 좋았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이 무색하게도, 베르나르의 연극 포스터, 계절의 알레고리화 등 벨에포크(La Belle Époque) 파리를 화려하게 수 놓았던 무하의 대표작을 대거 만나볼 수 있어 전시장을 나오는 길이 흡족하다. 연말 연시 쏟아지는 전시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할 지 고민이라면, 무하전을 손에 꼽기를 권한다. 일단 예쁘다. 예쁜 덴 장사없으니까.

글 한지희(자유기고가) 

글 Chuljun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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