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투게더>는 고생담을 겨냥하지 않고 부부들이 현재 살고 있는 모습을 수수하게 보여준다. 작가는 친구, 혹은 친구로부터 소개받은 다른 국제 부부에게 작업을 설명하고, 인터뷰를 한 후 이들의 일상 속에 물들어 함께 하루를 보내며 촬영에 임했다. 각각의 부부들이 무슨 일을 하고, 어디에서 왔는지 사진으로 확인할 수 없지만, 현순과 킵 부부의 집을 자세히 보면 낡은 벽지, 짐가방과 이가 나간 가구를 통해 부부의 이야기를 제법 비슷하게 상상할 수 있다. 제주도에서 일년씩 계약을 하며 영어 선생으로 일하는 킵과 현순은 학교에서 제공하는 아파트에 살고 있고, 당장 이사를 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벗겨지는 벽지를 다시 바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자화상 한 장만 보면 작가의 결혼생활을 작업의 소재로 이용한 공개 일기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사진 한 장이 사진집의 한 부속품으로 수록되는 순간, <해피투게더>는 ‘개인을 위한 작업’의 틀에서 확장되어 한국의 한 부부상을 그린다. 이로써 사진이 아무리 이국적이고 생소하더라도 관객이 사진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결혼 경험이 있다면 더더욱.
글 박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