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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비엔날레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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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고 푸른 바다, 동해가 있는 강릉은 여름마다 엄청난 인파의 관광객이 찾아오지만, 겨울에는 한적하고 조용하다. 그러나 이번 겨울 강릉에서는 주말 나들이에 한층 즐거움을 더해줄 행사가 열리고 있다. 바로 강원국제미술전람회와 강원국제민속예술축전이 함께 진행하는  ‘평창비엔날레 & 강릉신날레 2017’다.

2013년에 처음 개최된 평창 비엔날레는 2018년 열리는 동계 올림픽을 문화 올림픽으로 만들기 위해 기획된 행사다. 강릉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른 씨마크 호텔에서 멀지 않은 강릉녹색도시체험센터에서 평창 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다. 올해 평창 비엔날레의 주제는 강릉 경포대의 서정성을 담은 < 다섯 개의 달: 익명과 미지의 귀환 >이다. 경포대는 많은 시인들이 올라 달을 노래한 곳으로 유명하며, 특히 학자이자 정치가인 이율곡 선생이 10살 무렵 남긴 경포대부에 등장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비주류적인 개별의 삶과 일상의 가치를 재조명한 한국작가의 작품 29점과 해외작가의 작품 22점이 전시되고 있다. 작가들은 일상용품을 세밀하게 관찰해 현대 역사에서 이 물건들이 어떻게 사용되고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탐구했다. 전시를 둘러보는 데에는 대략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전시관 안으로 들어서면 많은 작품에 쓰인 재료가 여행가방, 비닐봉지, 플라스틱 장난감과 작은 화분 등 우리에게 익숙한 일상용품임을 곧 알게 된다. 재료들은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고, 삶에 어떤 흔적도 남기지 못할 만큼 일상적인 것들이다. 그러나 이처럼 큰 의미가 없는 소품들이 ‘전시회’라는 독특한 배경에 놓임으로써 관객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다.  

이번 비엔날레 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작품이자, 가장 중심부에 자리한 이병찬 작가의 ‘ 도시생명체-신을 부르다’는 검은 비닐봉지를 주재료로 한 작품이다. 평화롭게 곯아떨어진 외계 생명체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데, 마치 금방이라도 일어날 것 같아 절로 발자국 소리를 줄이게 된다. 현대사회의 공해를 먹고 자라난 괴물 같은 작품의 모습은 인간의 욕망과 결말을 역설한다.

눈길을 끄는 또 하나의 작품은 싱가포르 출신의 작가 첸 사이 후아 콴(Chen Sai Hua Kuan)의 ‘18의 사운드(Sounds Like 18 )’이다. 플라스틱 파이프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관객은 파이프를 통해 메아리 치는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파이프에서 울려 퍼지는 메아리는 평소 무의식적으로 해온 말이나 행동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킨다.

이스라엘 작가 오리 엘리사르(Ori Elisar)의 ‘살아있는 언어 프로젝트(The Living Language Project)’ 역시 주목할 만하다. 작가는 아주 예술적인 방식으로 박테리아를 배양해 푸른색의 히브리 글자가 페트리 접시(세균배양에 사용되는 용기) 위에 떠오르도록 했다. 파란 글자 색은 자유를 상징한다. 역설적이게도, 박테리아의 자유는 페트릭 접시의 좁은 바닥을 벗어나지 못한다.

3층까지 이어지는 전시를 모두 보고 나오면, 위에서 작품들을 내려다보게 된다. 새로운 각도에서 작품을 보며, 새로운 의문점에 다다른다. 우리가 일상적인 물건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이유는 평범한 것들을 살펴보는 주의력이 부족한 때문일까. 아니면 일상적인 것들의 중요한 정도를 우리 안에서 미리 규정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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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ljunsung Chuljun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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