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언어를 시적이라고 한다면/ 속된 표현으로 아찔하게 감각적이다”
소설가 박경리가 자신의 친구, 천경자 화백과 그의 그림에 대해 쓴 시 ‘천경자를 노래함 속 한 구절이다. 이 문구는 서울시립미술관 천경자 상설 전시장에서 읽을 수 있다.
일본과 파리에서 공부한 뒤 귀국해1950년부터 화단에 각광을 받아 꾸준한 작품활동을 펼친 천경자는 강렬하고 밝은 색감을 지닌 한국화를 그린 작가이다. 당시로는 드물게 타히티와아프리카 등 세계여행을 다녔던 개방적인 여성이 였다. 천경자는 1998년에 자신의 작품 90점을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을 했는데 그림들이 흩어지지않고 한군데에 시민들과 소통하기원하는 바였다고 한다. 2014년도에 꾸린 전시 <영원한 나르시시스트, 천경자>는 작가의 그림 속 자신의 모습과 내면을 성찰하는 면을 볼 수 있다. 네 가지의 섹션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자유로운 여자’ 에서는 천경자의 수필을, ‘드로잉’에서는 여성의 인체 탐구를 볼 수 있다. 또, ‘내 슬픈 전설의 이야기’ 에서는 자화상과 여인의 초상화가 있다. 노란색 눈동자에 피부색은 짙은 고동부터 갈색과 살색이 섞여있어 천경자만의 이국적인 인물을 창조해낸다. 때로는 애처롭고 때로는 날카로운 표정을 하고 있어 천경자의 내면의 상태를 짐작 할 수 있다.
‘환상의 드라마’ 섹션은 천경자의 세계를 아주 뚜렷이 볼 수 있다. 초기작인 ‘생태’ (1951)는 색갈이 풍부한 다른 그림과는 도드라지게 색감이 우울하다. 천경자가 겪였던 가난, 길지 않았던 결혼생활, 가족의 죽음을 견디며 그려진 35마리의 뱀이 우중충한 갈색 배경에 뒤엉켜 있는 그림이다. 사실적으로 그려진 독사들은 천경자가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벗어나려 그려졌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미완성 그림인 ‘환상여행’ (1995)은 꿈, 환상 그리고 현실을 오가며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안개가 낀 강가에 소풍을 나온 여인들이 강아지와 함께 누워 있다. 그 당시 천경자는 공허하고 고독 했을 법한 느낌이다. 천경자의 그림들은 시간을 들여 자세히 볼수록 그의 감각적인 색감과 인물들이 알싸하게 다가오는 느낌을 받는다.
글 남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