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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를랑 테크노바디 1966-2016

  • Art, 현대 미술
  • 4 최대 별점 5개
  • 추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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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최대 별점 5개

한 여성이 레이디 가가가 무대에서 입을 법한 화려한 의상을 입은 채 수술실에 앉아 여유롭게 포도를 따먹는다. 빨간 립스틱을 곱게 바른 그녀가 자리에 눕자 곧 수술이 시작된다. 의사의 손을 따라 크고 작은 바늘이 계속해서 입술을 찌르고 이내 피가 뚝뚝 떨어지며 입술이 부풀어 오른다. 보기만 해도 고통스러운 이 영상은 프랑스 출신의 행위예술가 생트 오를랑(Saint Orlan)이 성형수술을 받고 있는 장면. 그녀의 회고전이 열리는 성곡미술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오를랑은 1990년부터 1993년까지 총 9번의 성형수술을 받았고, 이를 위성으로 생중계했다. 하나밖에 없는 자신의 신체를 도구 삼아 이런 파격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이유는 뭘까? ‘미인’이 되기 위해서? 그녀는 ‘여성은 아름다워야 한다’는 보편적 기준에 맞서기 위해 스스로의 의지로 신체를 변형했다. 1993년, 두 개의 혹을 이마에 이식받은 것이 성형수술 퍼포먼스의 마지막. 여성의 가능성을 ‘미’라는 좁은 범위 안에 가두는 편견에 가장 적극적인 방식으로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작가는 자신의 몸을 ‘수정된 기성품’이라 부른다.     

더 이상의 성형수술이 불가능해진 뒤로, 그녀는 과학의 도움을 받아 작품 세계의 지평을 계속해서 확장한다. 사회적 편견을 대하는 자세와 달리, 첨단 기술에는 누구보다 호의적이다. 영상의학의 도움을 받아 핏줄과 힘줄을 비롯한 자신의 몸속 전체를 내보이는 것은 물론 스스로를 주인공으로 삼은 비디오 게임까지 만들었다.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은 근육을 인식하는 기기를 장착한 뒤 화면 속 오를랑을 조종할 수 있다. 최근 포켓몬 게임으로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증강현실’을 이용한 작품 시리즈도 있다. 뮤지컬 배우처럼 과한 분장을 하고 있는 사진을 ‘오그먼트 애플리케이션’으로 스캔하면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오를랑이 화면에 등장한다.  

 기술의 힘을 빌려 육체의 한계를 뛰어넘고, 사회의 틀을 뛰어넘어 진정한 의미의 자유를 실천하는 작가 오를랑. 여성명사와 남성명사가 나뉜 프랑스어에서 어떤 성도 내포하지 않도록 스스로 바꾼 이름에서 그녀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엿볼 수 있다. 오를랑(ORLAN)이라는 그녀의 이름은 편재(Omnipresence), 저항(Resistance), 자유(Liberty), 할리퀸(Arlequin: 광대, 여러 정체성이 공존하는 존재), 첨단기술(New Technology)을 상징한다.

작성:
Sungchan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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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웹사이트
www.sungkokmuseu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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