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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숙자 (Courtesy of the artist and Seoul Museum)
    Courtesy of the artist and Seoul Museum
  2. 이대원 (Courtesy of the artist and Seoul Museum)
    Courtesy of the artist and Seoul Museum
  3. 이대원 (Courtesy of the artist and Seoul Museum)
    Courtesy of the artist and Seoul Museum
  4. 샘 징크 ("Small things"(2012))
    "Small things"(2012)

서울미술관: 봄부터 헛된 죽음까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걷다", "가장 행복한 화가, 이대원", "모든 것이 헛되다"는 모두 서울미술관에서 8월 9일까지.

작성:
Jin-young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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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당신이 좋아하는 작가잖아. 주태석.”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걷다”를 보러 온 노부부 한 쌍. 어딘가 모르게 들뜬 남편이 초록으로 뒤덮인 여름의 초목을 가리키며 말한다. 검게 칠한 벽 때문인지 전시장은 어두워 보이지만, 서울미술관의 조명은 그 어떤 미술관보다 뒤지지 않는다. 작품의 원색을 거짓 없이 보여주기 위해 설치한 조명이라니. 반사적으로 감탄사를 자아내지만 사실 반응이 한 박자 늦었을 뿐이다. ‘전시를 보고 싶습니다’라는 이메일 한 통을 보냈을 뿐인데 전시 세 개를, 그것도 작품 하나하나를 설명해주다니. 작품이 아닌, 큐레이터의 세밀함에 놀랐다. “서울미술관은 연령대가 높은 분들이 찾으시는데, 주로 한국 근대 작품이나 풍경화를 찾으세요”라고 큐레이터가 덧붙인다. 어쩌면 작품이 아닌, 관객을 위한 미술관이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상상 속의 석파정을 확대하여 칠한 주태석의 작품을 지나면 이대원이 어릴 적 고향을 그린 파주의 시골 풍경과 과수원이 보이고, 전시장 한구석에는 동요 ‘과수원길’이 잔잔하게 흘러나온다. 계절이 천천히 뒤바뀌는 풍경을 뒤로하면 위층에는 ‘모든 것이 헛되다’라는 웅장한 카피를 건 현대 미술 전시가 기다리고 있다.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하고 하얀 벽, 그리고 팔짱을 끼고 고뇌하는 관람객들을 상상해서는 안 된다. 큐레이터는 없지만, 벽에는 전시의 방향성과 작품 하나하나를 감성적으로 요약한 글귀가 쓰여 있다. 나이키와 협업한 작품으로 유명한 사일로 랩(SILO Lab)은 처음으로 미술관에서 ‘작가’로서 백열구를 밝히고, 이병호 작가의 ‘석고상’은 30초 내에 늙어가는 남자와 여자를 보여준다. 사람 같기도, 밀랍인형 같기도 한 샘 징크의 꿈을 꾸는 사람들을 보면 또다시 마음이 편해진다. 미술관은 원래 척주와 뇌의 신경이 예민해지는, 불편한 공간인데 말이다.

서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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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을 걷다", "가장 행복한 화가, 이대원", "모든 것이 헛되다"는 모두 서울미술관에서 8월 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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