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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포차 거리

여기 소개하는 곳들은 LGBT만의 아지트라기 보다는 ‘LGBT 프렌들리 포차 거리’정도라 하면 더 맞을 듯하다.

작성:
Dong-mi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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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아무리 이태원이 불야성을 이룬다 해도 LGBT 친구들 마음의 안식처가 종로3가라는 사실에는 누구도 반박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옛날 고리짝 시절부터 시작된 LGBT의 메카 종로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었다. 이름하여 ‘종3 포차’ 거리다. 탑골공원으로 대변되는 어르신들의 놀이터 부근은 얼마 전부터 젊게 변신하고 있는데, 종로3가역의 3번과 6번 출구를 기준으로 낙원상가까지 쭉 이어지는 포차 거리가 그것이다. 물론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즐기는 포차를 LGBT들만의 해방구라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래서 이곳을 우리만의 아지트보다는 'LGBT 프렌들리 포차 거리' 정도로 칭하고 싶다.  

옛날부터 알음알음 주변 소개로 한두 명씩 모이던 포차 거리는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사람, 친구들과 진탕 마시고 싶은 사람, 나 홀로 외로이 술 한잔하고 싶은 사람이 모이기 시작했고, LGBT 친구들의 입을 몇 번 타더니 요즘 주말에는 자리 잡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가 되었다. 입담 좋은 이모와 요리 잘하는 삼촌이 운영하는 포차 거리는 겉으로 보기에는 그 집이 그 집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어느 집 하나 버릴 것이 없이 훌륭하다.  

물론 외부에 있는 간이 화장실을 공동으로 사용하고(반드시 포차에서 휴지를 가져가야 함), 자리가 없으면 길바닥에서 기다려야 하지만, 올드시티 종로에서만 느낄 수 있는 낭만과 분위기를 생각한다면 그게 뭐 별일인가 싶기도 하다. 쉴 새 없이 안주를 만드느라 무표정한 이모와 삼촌들이 무서워 보일 수도 있지만, 취객 상대하다 지쳐 손님들 자리에 앉아 같이 소주잔 기울이며 울먹이는 장면을 본다면 사연 많고 한 많은 우리네(LGBT) 희로애락과 별반 다르지 않아 찾고 또 찾게 된다.

그리하여 "타임아웃 서울"의 LGBT 섹션 단독으로 종로3가 3번 출구를 기준으로(시계 방향), 우리가 아끼고 사랑하는 포차를 소개한다. 쉬는 날은 포차마다 다르다. 하지만 가고 싶은 포차가 닫았다고 해서 낙심할 필요는 없다. 들어갔다가 후회하는 곳이 종3포차 거리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신용카드는 받지 않는다. 현찰만이 살 길이다(카드 안 받는 것을 아는지 주변 편의점마다 모두 ATM기기가 설치되어 있다).

마일로

종로 3가의 LGBT 포차 명소

철이네
포차 거리의 시작. 입안에서 꼬물거려 재미있는 주꾸미 볶음과 꼼장어구이가 이곳 명물.

3출구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3번 출구 바로 앞에 있는 포차. 파사삭 소리가 술을 부르는 새우튀김, 다른 가게와 달리 간장으로 맛을 냈다는 제육볶음이 유명하다.

산이슬 
사장님이 친근해서 좋은 산이슬은 특제 소스로 맛을 낸 간자미회무침이 일품.

시크릿가든 
현빈 삼촌 같은 무뚝뚝한 사장님이 운영하는 이곳은 꼼장어와 닭똥집이 잘 팔리는데, 장사 잘되는 이유를 묻자 딴 집 다 차고 밀려서 우리 집 오는 거라 맛집이라 할 수 없다는 무심한 대답이 돌아왔다.

6출구 
손이 곱고 피부가 고운 사장님이 무쳐주는 비빔만두와 골뱅이, 소라무침이 소주를 부른다.

 
오징어튀김이 '짱'. 수식어가 필요 없는 가게. 일단 ‘오튀’ 하나 시키고 자리에 앉는 것이 예의. 해탈의 경지 표정으로 오징어를 튀기는 사장님 표정도 놓쳐서는 안 될 포인트.

제주도 
노량진에서 그날 공수한 해산물 안주는 신선 그 자체. 안주 몇 개 안 시키고 술만 마시면 소싯적 제주도 기거 시절 사연 많은 이모의 구수한 욕을 듣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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