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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y parade

LGBT가 말하는 퀴어 문화축제 2015

LGBT들은 이 축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들이 바라보는 그들의 축제를 조명해봤다.

작성:
Dong-mi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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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7일 백악관이 무지갯빛으로 물들었고, EU는 성 소수자들의 인권 존중을 피력했다.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 속에 이번 여름 퀴어문화축제 2015가 열였다. 이번 축제를 계기로 성 소수자에 대한 담론들이 속속 인터넷을 달궜고, 많은 이슈들이 생산되었다. 그렇다면 LGBT들은 이 축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들이 바라보는 그들의 축제를 조명해봤다. 

서울의 게이 퍼레이드에 대한 단상

서울의 게이 퍼레이드에 대한 단상

서울의 게이 퍼레이드에 대한 단상

"저것들 벗고 설치는 꼴 좀 안 봤으면 좋겠어."

이것은 성적 소수자를 (그냥) ‘싫어하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가해질지 모르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을 가장한 제스처다. 그들은 마치 성적 소수자들이 ‘벗고 설치지만’ 않으면 그들의 존재를 이해할 수 있다는 듯 말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평범하게 있어. 그냥 조용히 좀 있으라고!” 결국 이것은 성적 소수자들이 다시 벽장 속에 들어가 숨죽이고 살라는 뜻이다. 그래서 우리는 퀴어 퍼레이드를 개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행사엔 분명 다수에게 이해받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성적 소수자들 스스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 보여줌으로써 자신을 증명하는 데 더 큰 의의가 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옷을 벗고 춤을 추는 게 아니다. 그게 바로 우리의 모습, 그 자체일 뿐이다. 그런데 이때 더 당황스러운 반응이 나타난다. “나도 게이지만, 퀴어 퍼레이드의 행태는 역겹네요. 일반인들은 오죽하겠어요. 얌전히 좀 살지.” 매년 퀴어 퍼레이드가 있고 난 다음이면, 이런 놀라운 발언들이 게이스북과 이반시티 게시판에 등장한다. 심지어 상당한 동조를 얻기도 한다. 

‘그래, 그렇게 느낄 수도 있지. 하지만 그렇게 느껴서는 안 돼!’ 

나 또한 거리로 나설 용기가 없고, 아직 자기 검열도 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퀴어 퍼레이드에 나서는 모든 사람을 지지한다. 그들은 이미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대면할 수 있는 용기를 지녔다는 점만으로도 투사다. 아직도 수많은 성적 소수자들이 ‘정상’이라는 누가 만든 건지 모르는 기준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 두 가지의 성 정체성을 강요받으면서 자신을 기만하고, 혐오에 빠져 산다. 우리는 ‘다수자’나 ‘성적 소수자이지만 다수자 입장에 서서 슬쩍 발을 빼는 사람들’의 구미를 만족시키기 위해 퀴어 퍼레이드를 벌이는 게 아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괴물’이라는 낙인, ‘비정상’이라는 멍에를 뒤집어쓴 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자리다. 성적 소수자들에게 “넌 태어난 그대로 가치 있어”라고 말해줄 수 있는 (매우 드문) 기회다. 

한편 ‘퍼레이드’인데 괜한 엄숙주의를 끄집어내지 말자. 이 세상엔 다양한 축제가 있고, 그중엔 서울에서 열리는 퀴어 퍼레이드보다 더 ‘격렬’한 것도 많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자신의 발언에 정녕 편견이 들어 있지는 않은지. 쉬이 뱉은 말 한마디가 칼이 될 수도 있다. 반면 어떤 말은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사랑을 베푼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난 오늘도 이렇듯 열심히 퀴어 퍼레이드를 변호하고 있다.

-Judy(퀴어 필름영화제 홍보대사)

퀴어문화축제 2015의 퀴어퍼레이드 후기

퀴어문화축제 2015의 퀴어퍼레이드 후기

퀴어문화축제 2015의 퀴어퍼레이드 후기

지난 6월 초, 서울광장에서 열린 개막식 행사에서 혐오 세력들의 작년보다 한층 더 강력해진 행패와 집요함을 보면서 타임아웃서울은 올해의 퀴어문화축제의 큰 흥행을 조심스럽게 예견했었다(대지진의 전조 현상을 바라보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2015년 6월 28일 일요일에 진행된 퀴어 퍼레이드가 3만 명이라는 역대 최다 인파로 서울광장에 운집하며 축제의 대미를 장식했다. 
 
보수기독교단체들의 협박과 진행 방해로 인해 수시로 변경되는 일정 탓에 타임아웃서울에서도 여러 번 일정 변경 고지를 했듯이 그 어느 때보다 운영진들의 고생이 많았던 축제였다. 하지만 6월 27일 미국 연방 대법원에서 '미 전역 동성 결혼 합헌'이라는 역사적 결정에 고무된 대한민국의 성 소수자와 그들의 친구, 가족들 모두 너나 할 것 없이 28일 서울광장에 모여 내가 나일 수 있어 감사한 이 날을 함께 축하했다.
 
타임아웃서울이 바라 본 퀴어 퍼레이드 서울 2015의 순간 기록 
 
1. 시작 전부터 몰려든 각종 혐오 세력들의 장구와 북을 이용한 전통 타악기 한마당과 동성애자 차이코프스키 음악 선율에 맞춘 무용 퍼포먼스는 정말이지 너무나도 기괴하지만 웃픈 명장면.
2.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퀴어문화축제 현장 방문! 역사의 장에 함께 동참했다.
3. 전년 대비 젊은 친구들의 참여가 두드러져 젊은 피에 목말라 했던 축제의 단비와 같았고,
4. 타임아웃서울에서 인터뷰 했던 '미친' 1984년 생들의 주도적 참여가 반가웠다. 
5. 캘리포니아에서나 있을 법한 일반 부부와 그들의 자녀들이 자리를 함께한 것도 서울에서는 생경한 장면중 하나였는데 민주주의 대들보인 평등이라는 가치를 지지하기위해 자리를 참석했다는 이 부부의 발언에 바뀌고 있는 세상을 몸소 체험했다.
 
동네 골목 축제 수준에서 서울광장까지 크기를  늘려간 서울 퀴어문화축제가 뉴욕, 샌프란시스코, 런던 프라이드처럼 앞으로도 더 큰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역시나 자본주의의 꽃인 돈이 필요하다 하니 축제에서 느낀 감동과 감사를 정기 후원으로 이어나가보자. 옛말에 돈 쓰는 게 제일 쉬운 일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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