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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프로야구 리그 즐기는 법

그럼 지금부터 야구를 즐기는 몇 가지 방법을 전수하겠다 ■ 전경우(스포츠월드 기자)

작성:
Hahna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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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프로야구 리그 수준은 미국, 일본에 이어 지구에서 3번째 정도다. 전국에 10개의 팀이 있고, 4000만 명쯤 되는 국민 중 상당수가 야구팬이다. 아침 인사를 야구로 시작해, 점심 식사의 화제도 야구, 저녁 술안주에도 야구가 올라간다. 야구를 잘하면 미녀와 결혼하고, 일흔 살 넘은 야구 감독의 거취가 주요 뉴스가 되는 나라가 한국이다. 세상에 프로야구 리그가 존재하는 나라는 사실 몇 개 없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일본프로야구(NPB), 그리고 한국의 KBO리그, 대만 프로야구 리그(CPBL) 정도가 중심이다. 이렇게 인기가 있는 스포츠이지만, 야구는 세상에 존재하는 스포츠 중 가장 규칙이 복잡한 편이다. 2016년 KBO에서 나온 ‘공식 야구 규칙’은 162 페이지, ‘KBO리그 규약은 200페이지에 달한다. 알아야 하는 것이 많다는 뜻이다.(물론 이걸 다 외우는 사람은 KBO나 구단 직원, 야구선수, 야구 전문기자, 야구 오타쿠 정도다.) 야구는 룰이 복잡한 경기라서 일단 기본 지식이 있어야 경기 관람이 가능하다. 여기에 각 구단별, 선수별 특징을 알고 경기장과 그 주변의 문화를 알아야 한 사람의 제대로 된 야구팬이 탄생한다. 친구 따라 야구장에 처음 가본 초보 야구팬이 제대로 된 야구 라이프를 즐기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년 이상 정도다. 일단 야구를 즐기는 첫걸음은 티켓을 구입하는 것이다. 티켓 구입도 구단별로 다르다. 티켓링크(1588-7890) 에서는 삼성, NC, SK, 한화, KIA, 인터파크(1544-1555)에서는 두산, 넥센, LG, 롯데 자이언츠는 자체 홈페이지 (ticket.giantsclub.comclick)에서 티켓을 판매하는 식이다. 그럼 지금부터 야구를 즐기는 몇 가지  방법을 전수하겠다.

야구는 신앙이다

야구를 즐기는 첫 번째 순서는 응원할 팀을 정하는 것이다. KBO리그는 지방 연고제다. 자기 고향팀을 응원하라는 뜻이지만, 요즘 사람들에게 고향에 대한 소속감은 희미하다. 차라리 ‘유니폼이 예뻐서’, ‘내 이상형을 닮은 선수가  있어서’, ‘전 남친이 응원하던 팀이라 그냥 계속 응원하는 중’ 등이 더 현실성 있다. 이유가 뭐든 승패의 세계에서 응원하는 팀이 있어야 경기 내용도 보이고, 기쁨과 슬픔, 분노와 좌절 등의 다양한 감정을 맛보게 되는 것이다.

야구는 연결된 드라마다

드라마를 중간부터 보면 당연히 재미가 없다. 이전 내용을 모르기 때문이다. 야구도 똑같다. 응원하는 팀, 등장하는 선수와 과거사를 알아야 친구와 원수를 구별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게 쉽지만은 않다.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는 34년이다. 꽤 오래 걸린다. 역사를 알면 세상이 다 르게 보이고 역사를 모르면 개망신을 당한다.(최근 어떤 걸그룹이 이 사실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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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고 지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야구는 말 그대로 ‘공놀이’다. 경기 자체를 ‘게임’이라고 부르며 ‘플레이 볼' 이라고 외치고 경기를 시작한다. 다른 구기 종목은 다르다. 축구는 시작을  ‘킥 오프(Kick off)'라고 하고, 농구는 ‘점프 볼(Jump Ball)', 배구나 테니스처럼 네트를 걸고 하는 종목은 ‘서브'를 해야 경기가 시작된다. 야구장의 분위기도 다른 종목과 많이 다르다. 승부의 세계는 팽팽하지만 더그아웃에 자리 잡은 선수들에게는 웃고 떠드는 것이 허용된다. 경기장은 느슨하고 화기애애하며, 관중들은 승패보다는 각자의 즐거움을 찾는다.

야구는 응원을 하러 가는 거다

KBO리그는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를 본떴지만 응원 문화는 전혀 다르다. 거의 무속 신앙에 가까울 정도의 몸부림과 집단 최면이 필수다. 기본적으로 응원 단장, 고성능 앰프, 북, 치어리더, 막대풍선이 있어야 야구 경기가 성립된다. 선수들에겐 저마다 테마송 같은 노래가 있다. (이 노래가 없으면 주전 멤버가 아니며 완전 초짜 신인이라는 뜻이다.) 상대팀 투수가 응원하는 팀의 주자에 대하여 견제구를 던지면 견제에 대응하는 구호를 외쳐야 한다. 기본으로 외워야 하는 노래 목록도 있다.  LG 트윈스 팬들은 ‘추억의 응원가’를 필수적으로 알아야 하고, 두산 베어스 팬들은 ‘Bravo, My Life’를 노래하며 감회에 젖어줘야 한다. 지역색 가득한 SK 와이번스의 ‘연안부두’, 롯데 자이언츠의 ‘부산갈매기’와 돌아와요 부산항에’ KIA 타이거즈의 ‘남행열차’는 야구장에서 ‘떼창’으로 듣는 것이 제맛이다. NC 다이노스의 Come on Come on 마산스트리트여’처럼 비교적 최근에 부르기 시작한 노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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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패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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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 갈 때는 야구복을 입어야 한다. 삼성그룹 오너 이재용도, 박근혜 대통령도 야구장 갈 때는 스타디움 점퍼를 입는다. 응원하는 팀의 레플리카 셔츠를 구입해 좋아하는 선수의 이름을 마킹한 것이
기본 아이템이다. 여기에 온갖 캐릭터와 테마를 더한 다양한 액세서리로 ‘풀 착장’을 완료하면 응원은 더욱 즐겁다.

원정을 가야 진짜 팬이다

응원은 적진에서 해야 진짜다. 원정 응원에 나서려면 타 구장의 응원문화를 숙지해야 한다. 각 구장별로 뭔가를 외쳐야 하는 타이밍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상 최대의 노래방’이라는 사직구장이 특히
많이 다르다. 각 이닝마다 신문지를 찢어 흔들거나 비닐봉지를 묶어 머리에 쓰는 등 정해진 미션을 완수해야 롯데팬이다. 파울 볼이 관중석에 떨어지면 모든 관중이 일제히‘아 주라~’를 외친다. 공을 주웠다면 잽싸게 근처에 보이는 어린이에게 줘야 욕을 먹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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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 취하다

한국인에게 야구관람은 ‘회식’의 또 다른 형태다. 온갖 먹거리와 마실 거리를 들고 야구장에 간다. 심지어 고기를 구워 먹는 좌석도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최근에는 반입 규정이 강화됐는데 주류 및
캔/병, 1리터 초과 페트병 음료의 반입이 제한되며 소지품은 가방 1개, 쇼핑백류 1개가 규정이다. 아이스박스 등도 가져갈 수 없다. 경기장 내 주류 판매는 1인당 4잔으로 제한된다. 음식물은 기본적으로 반입이 제한되지 않지만 뜨거운 국물류나 냄새가 심한 음식은 반입이 제한된다. 규정은 강화됐지만 여전히 경기가 끝나고 걸어 나오는 사람들의 얼굴은 붉게 물들어 있다. 그리고 그들은 ‘뒤풀이’를 외치며 야구장 앞 술집으로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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