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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 가는 길, 뚝섬 산책

서울숲 공원만 있는 게 아니다. 오래된 주택과 아파트 사이, 젊은이들의 미래가 들어서고 있다.

서울숲과 뚝섬은 이미 공원이나 유원지로 유명한 동네다. 그렇지만 얼마전부터 이곳에 새로운 움직임이 감돌기 시작했다. 사실 이곳은 몇 년 전부터 연예인들이 입주한 주상 복합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부동산 시장의 ‘핫 플레이스’로 불렸다. 그러나 지난해말 사회적 기업인 ‘루트 임팩트’가 본사를 이곳으로 옮기며 진행한 ‘서울숲 프로젝트’ 덕에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프로젝트의 주요 지역인 성수1가 2동이 주거지역 이상의 의미를 갖기 시작한 것. 사회적 기업, 지역 소상공인, 주민들과 함께 사회적 도시를 개발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프로젝트는 동네가 상업 지역으로 전락하는 걸 막고, 지속성 있는 지역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였다.

지금은 서울숲 인근에 수십여 개의 소셜 벤처 기업과 사회적 기업이 모여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형태의 장소도 늘어나는 중이다. 그중에서도 낮은 건물, 오래된 주택과 아파트 사이에 터를 잡고
자신만의 색을 입히고 있는 젊은이들의 얼굴은 지나칠 수 없는 존재다. 패션의 메카라 불리는 압구정동, 신사동 대신 이곳에 작업실을 낸 패션 디자이너부터 할머니들이 재배한 농산물로 음식을 만들어 수익을 재분배하는 식당의 ‘소녀’ 사장까지. 구구절절, 사연 없는 사람은 입주하지 못하는 법이라도 있는 걸까. 알고는 지나치기 어려운 뚝섬과 서울숲 골목길의 매력적인 이야기들. 잔잔하고 묵묵하게 길을 걸어가는 이들의 서울숲은 어느 때보다 푸르렀다.

뚝섬에서 당신이 가봐야할 곳

1

앨리버거

갈비골목(alley) 고깃집 간판들 사이에 우뚝 솟아 있는 수제 버거집의 샛노란 간판. 왜 버거 가게를 냈냐고 물으니 사장은 ‘가장 자주 먹은 음식이 버거라서 그랬다’고 말한다. 전직 국가대표 스노보드 선수였던 그는 캐나다, 미국 등지로 전지 훈련을 다니며 버거 맛에 눈을 떴다. 5천원 이하의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수제 고기 패티와 소스는 이 집만의 인기 비결이다. 특히 어머니가 개발했다는 불고기맛 특제 소스는 케첩과 머스터드로 버무린 서양식 소스보다 한국인 입맛에 더 잘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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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2

펜두카&스마테리아

물을 퍼내고 있는 여자, 아프리카의 동물과 나무가 그려진 패브릭 제품은 여느 디자인 제품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하지만 남아프리카 나미비아의 여성들이 한 땀 한 땀 수놓은 자수 제품이라는 사실. 나미비아어로 ‘Wake up!’ 이라는 의미를 지닌 펜두카는 더페어스토리가 작년부터 수입하기 시작한 공정무역 브랜드다. 상품 제작과 수익 창출을 통해 남아프리카 나미비아 여성들의 자립을 돕고 있다. 현재 펜두카 국내 쇼룸은 이곳이 유일하다. 기부나 선행의 의도를 빼고도 구매욕을 자극할 만큼 만듦새가 좋고 파우치, 에코백 등 제품군이 다양해 기분 좋은 소비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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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3

유즈드 퓨처

“여기가 맞나?” 문 앞에 이르러서야 안도했다. 오래된 아파트 뒤쪽의 낮은 건물 2층은 어떤 가게가 입주해도 어색했을 터. 젊은 패션 디자이너들이 이곳에 작업실을 낸 이유가 궁금했는데, 근처에 작업실을 둔 친구가 부동산 매물로 나온 이 공간을 소개해주었다는 간결한 대답이 돌아왔다. 유즈드 퓨처는 단순하고도 위트 있는 디자인으로 사랑받고 있는 국내 브랜드다. 남성복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혼성 브랜드로 성장했다. 최근 제일모직 비이커숍과 협업해 매력적인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판매는 대부분 편집숍이나 타 매장에서 이뤄지지만, 거울 옆 액자나 파란색 조명처럼 디자이너의 감성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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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4

서울숲파이

‘서울숲파이’는 서울숲-파이도 되고, 서울의 숲과 파이도 된다. 수프(soup)와 파이(pie)를 모두 팔기 때문이다.귀여운 작명에서 느껴지는 주인의 센스는 가게에서도 느껴진다. 유럽 빈티지풍의 예쁜 바닥 타일, 아담하지만 정돈이 잘된 주방, 깔끔한 트레이와 식기는 무언가를 맛 보기도 전에 기분이 좋아지게 한다. 젊은 주인이 사부작 사부작 정성스레 만든 수프와 파이를 한입 맛보면 식전, 식후로 먹어온 수많은 수프와 파이가 원망스러워질 수도 있겠다. 치킨크림 숲, 케일 주스와 비트 주스는 여름철 이곳에서 시원히 즐길 수 있는 메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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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보난자 베이커리

빵을 좋아하는 여자친구를 위해 제빵 학원을 다니기 시작한 남자. 실수로 자격증반을 등록한 남자는 제빵사가 됐고 결혼한 후에는 부부 빵집을 차렸다. 보난자 베이커리는 이처럼 로맨틱한 스토리를 가졌다. 버터, 설탕, 우유, 계란을 넣지 않고 빵을 만드는 이곳은 오직 8가지 빵만 판매한다. 빵 종류가 많지 않지만 그만큼 정직하고 담백한 맛을 낸다. 낮 12시, 2시, 5시 총 3번 빵이 나오지만 불티나게 팔리므로 방문할 경우 타이밍을 잘 맞출 것. 크랜베리 호두, 무화과 호두 등 신선한 재료가 믹스된 유기농 빵임에도 3천-5천원대로 비교적 저렴하다. 베스트 메뉴 중 하나인 ‘나 초코’는 단맛을 싫어하는 사람도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초코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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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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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섬에서 만난 사람, 김민영 대표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뚝섬 인근에서 작년 말부터 ‘소녀방앗간’ 이라는 음식점을 운영 중인 김민영이다. 얼마 전엔 자양동 커먼그라운드에 2호점을 냈다. 

‘소녀방앗간’ 이름의 의미는.
방앗간에서는 참깨도 팔고, 참깨를 빻아서 만든 참기름도 판다. 재료도 팔고, 그걸로 만든 식사도 판다는 의미로 ‘방앗간’이라는
말을 붙였다. ‘소녀’는 음식을 소녀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하겠다는 의미에서 지었다. 손님들이 가끔 가게에 와서 소녀를 찾을 때 쑥스럽긴 하다.(웃음)

어떻게 서울숲 인근에 가게를 열게 되었나.
작년 11월에 ‘서울숲 프로젝트’(사회적 의미를 실천하는 소셜 벤처들의 프로젝트) 의 일환으로 들어오게 됐다. 위치가 좋지는 않지만 상업적 성공보다는 우리의 취지를 실현할 수 있는 공간 마련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상관없었다. 그래서 올해 초부터 들어오는 이런저런 인터뷰 제안이 신기하다. 혹여 이 동네가 상업적으로만 비춰지거나, 반짝하고 지나가는 유행으로 여겨질까 걱정되기도 한다. 

가게의 취지가 좋다. 어디서 모티브를 얻었나.
산골 할머님들 댁에서 본 좋은 재료가 계기가 되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휴식차 청송군에 내려갔다가 농산물 유통을 하는 지인의 일을 돕게 됐다. 거기서 포대를 나르고, 장독대를 닦다가 ‘어디서 가져왔나’ 싶은 귀한 농산물을 보게 되었다. 도시에서는 헐값에 팔리기 때문에 유통조차 못하고 묵히는 좋은 농산물이 많았다.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농산물을 어떻게 하면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 있을까. 그러다 생각한 게 이 가게다. 직접 먹어보면 맛있다고 느낄 것이고, 맛있으면 또 먹으러 오거나 상품을 사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밥집을 내게 된 거다.

뚝섬, 서울숲만의 매력은.
서울숲은 첫인상도, 살면서 느끼는 인상도 참 한적하다는 거다. 서울에서 나고 자랐지만 이곳은 왠지 내가 알던 서울 같지 않다.
도시에 살다 보면 모르는 사이에 수많은 소음에 노출되지 않나. 이 동네는 그런 게 없다. 그리고 살면서 느끼는 매력은 여기
사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동네를 사랑하는 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애정을 가지고 꾸려가서 그런지,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가
공허하다기보다는 꽉 찬 느낌을 준다.

추천하고 싶은 장소는.
정말 투박한 대답이지만 서울숲을 추천한다. 아마 여기 사는 사람들 대부분이 이곳을 추천하지 않을까. 특히 밤에 서울숲에 가보길 추천한다. 대부분 낮에 가지만, 밤에 가면 인적도 드물고 고요해서 참 좋다. 일 끝나고 힘들 때 자주 가서 걷는 편인데 혼자 그 흙길을 저벅저벅 걷는 소리와 느낌이 매력 있다. 밤에 위험하다고? 그런 거 한 번도 느낀 적 없다.(웃음)

앞으로 이루고 싶은 것은.
소녀방앗간이 더 단단해졌으면 좋겠다. 특히 상품 유통, 판매 분야를 키워서 할머니들에게 더 많은 수익을 안겨드릴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젊은 사람들이 모였으니 확장이나 성장에 대한 욕구도 물론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소녀방앗간을 잘 운영해서 할머니들에게 지속적으로 도움을 드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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