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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전주 찾기

당신이 모르는 전주를 찾아서.

 
“전주? 비빔밥 유명하죠” 서울살이 5년 차, 고향을 밝히면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 비빔밥 이야기를 한다. “전주 사람들은 비빔밥 잘 안 먹어요.” 전주 출신으로서 오히려 해줄 수 있는 말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전주에 대해 말하는 게 망설여졌다. 먹어본 적 없는 문어꼬치, 새우만두 같은 음식이 한옥마을 맛집으로 등장한 때부터다. 한옥마을 메인 거리는 새로 생긴 음식점과 그 앞에 줄 선 관광객으로 항상 붐볐다. 몇 년 사이 인기 관광지가 된 전주의 모습은 내가 기억하는 고향의 모습과 달랐다. 문어꼬치가 아무리 맛있다 해도 그건 전주의 맛이 아니다. 전주를 다녀간 사람들의 기억 속에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전주 출신인 내가 마지막 자존심을 걸고 소개하려한다. 꼬치집 대신 내가 경험한, 전주의 진가를 보여줄 수 있는 곳들, 본연의 색을 지키며 살아가는 곳들을 말이다. 고향을 여행해보자는 마음으로 효자동 본가로 향하는 대신 한옥마을 숙소로 향했다. 
 
전주는 1박2일 여행지로 좋다. 소박한 인구와 낮은 건물 높이뿐만 아니라, 실제 땅덩이도 좁다. 지하철도 없고 택시를 타고 멀리 가도 1만원 이상 안 나온다. 옹기종기 명소들이 모여 있어서 자칫하면 모르고 지나치기 쉬운 곳도 많다. 그러니 전동성당에서 인증샷 찍고 한옥마을 한 바퀴 돈 뒤에 전주 구경 다 했다고 생각하지 마시길. 스스로에게 베푸는 여유만큼 보이는 게 달라지는 것이 전주의 매력이다. 한 골목만 더 들어가도, 작은 다리 하나만 건너도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여기 소개하는 장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다. 블로그를 통해 흔히 알 수 있는 장소는 뺐고, 대신 가족, 친구, 이웃에게 검증받은 곳들을 넣었다. 요즘도 한 달에 한 번꼴로 전주에 가지만 나 역시 이번 여행을 통해 알게 된 것이 많았음을 고백한다.

숨겨진 명소들

전통에 대한 존중, 학인당

그래도 한옥마을이니까 한옥에서 묵고 싶었다. 인터넷으로 수십 군데를 찾아봤지만 ‘무늬만 한옥’인 곳이 많았다. 그러던 중 학인당을 찾게 됐다.

한옥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고택. 1908년에 지은 이 문화재에서 숙박이 가능한 줄은 몰랐다. 사실 이곳은 다른 관광지처럼 오며 가며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대문은 항상 닫혀 있고 숙박 이외의 방문 역시 예약을 해야만 가능하다. 공간이 지닌 의미와 역사를 이해하고 존중한 뒤 찾아와주기를 바라는 백낙중 선생(조선시대의 만석꾼이자, 학인당의 설립자)의 후손이 정한 선택이다. 본채, 사랑채, 별당채 중 내가 택한 곳은 별당채. 머무는 내내 한적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혼자 거닐고, 마루에 멍하니 앉아 있어도 눈치 볼 일이 없다. 처마 사이 부는 바람을 느끼며 차를 홀짝이는 순간에도 오래된 것들이 새롭게 느껴졌다.

존중받는 전통은 끊임없이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는구나. 근대식 타일로 개조된 소박한 화장실, 조선시대 백자부터 빛바랜 이미자 LP가 함께 보관되는 다락방 보물창고가 말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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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로공사 수목원

“전주에서 웬 수목원?”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여미지 식물원 같은 방대함은 적지만, 자생종을 위주로 꾸린 수목원에서 이곳만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이곳은 공기업이 지은 전국 유일의 수목원이다. 70년대 도로 공사 과정에서 훼손되는 자연을 보존하기 위해 만들어진 묘포장 (묘목을 심어두는 장소)으로 출발했다. 멸종위기 식물원, 무궁화원, 온실 등 넓은 대지에 다양한 카테고리로 꾸며져 있다. 무료 입장이며, 무엇보다 톨게이트 근처에 있으니 자동차로 전주를 방문하는 이들에게 강력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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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를 한 눈에, 치명자산

전주를 한 눈에, 치명자산

어딜 가든 탁 트인 도시의 전경을 보고 싶은 마음은 같다. 조용하고 제대로 된 전주의 전경을 감상하고 싶다면 오목대와 함께 치명자산을 추천한다. 한옥마을에서 도보로 10-20분이면 갈 수 있다. 남천교를 지나, 한옥마을 셔틀버스가 운행되는 주차장 인근에서 산으로 가는 입구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해발 306m로 30-40분 오르면 전주의 고즈넉한 전경을 볼 수 있다. 단, 해가 지면 위험하니 조심하자. 천주교 성지로도 유명한 산중턱에는 조그마한 성당이 있다.

평범한듯, 독보적인 맛의 가맥집

‘가맥’은 전주만의 독특한 음주 문화다. 일반 슈퍼마켓처럼 맥주를 파는데 그와 함께 가게마다 특별 안주도 판다. 퍼석하게 구운 황태포로 유명한 전일슈퍼가 있지만 한 블럭만 걸어가도 다른 가맥집들을 만나볼 수 있다. 닭발튀김이 기본안주로 나오는 영동슈퍼는 닭 안주가 일품이다(닭똥집튀김 강력추천!). 가장 오래됐다는 초원슈퍼는 쫀득하게 구운 명태포와 특제소스 조합이 훌륭하다. 평범해 보이지만 어디서도 맛보기 힘든 이 안주들은 서울에서도 생각난다. 홍상수와 영화 촬영차 전주를 찾았던 이선균은 제작발표회에서 그랬다. ‟황태포의 맛을 잊을 수가 없다”고.

영동슈퍼

닭발튀김이 기본안주로 나오는 영동슈퍼는 닭 안주가 일품이다(닭똥집튀김 강력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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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슈퍼

가장 오래됐다는 초원슈퍼는 쫀득하게 구운 명태포와 특제소스 조합이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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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전주의 맛집들

맘스브레드

마르고 닳도록 유명한 풍년제과 초코파이 말고 떠오르는 전주의 ‘라이징 스타’ 빵집. 3년 전 효자동 동네 빵집으로 시작한 맘스브레드가 한옥마을 경기전 뒷골목에 체인점을 냈다. 오징어 먹물크림빵과 비빔밥빵이 인기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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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암식당

전주 사람들이 비빔밥보다 많이 먹는 건 다름 아닌 국밥이다. 남부시장의 조점례 순대국밥, 왱이집 콩나물국밥이 유명하지만 시장 골목 골목에는 현지인들이 사랑하는 또 다른 맛집이 많다. 조점례 순대국밥 바로 옆에 위치한 운암식당 역시 그중 하나. 아침 시간 북적이는 식당의 분위기만 봐도 시장 상인, 주민들이 즐겨 찾는 식당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국밥 고수들은 안다. 국물에 담겨 나오는 대신, 사발에 따로 담아주는 수란만 보더라도(심지어 2개) 보통 아닌 국밥집의 아우라가 느껴지지 않나? 무한 제공되는 밥과 더불어 “더 먹고 가지, 왜 벌써 가” 하는 아주머니의 한마디에 “그래, 고향 인심이 이런 거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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