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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길 옆 세로수길

관광객이 몰리는 동네는 어느 순간 식상해지지만 그 변두리에는 언제나 새로운 문화가 싹튼다. 가로수길 역시 한두 블록만 들어가도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신사역부터 현대고등학교까지 쭉 이어진 가로수길은 중국인들까지 사랑하는 ‘명소’가 됐다. 그러나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관광지화되면서 메인 거리는 많은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나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으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 동네를 천천히 다시 둘러봐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지금의 가로수길이 있게 한, 그 역사를 만든 이들이 저변에서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롭게 발을 들인 젊은이들이 자신들만의 취향을 담은 공간을 꾸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가로수길 메인 골목 옆으로 나란히 난 양 옆길을 ‘세로수길’이라 부른다. 물론, 가로, 세로 개념처럼 가로수길과 세로수길이 완벽히 분리되는 공간은 아니다. 다만 우리는 가로수길의 상업적인 분위기로부터 자유롭고 개성 강한 가게가 자리 잡고 있는 골목골목을 세로수길이라고 일컬을 뿐. 취향이 고스란히 담긴 브랜드를 모은 편집숍뿐만 아니라, 젊고 잘나가는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까지. 취미와 취향이 넘쳐흐르는 이 동네에서 당신 역시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기를.  

두 얼굴의 공간들

코발트 숍&카페

코발트숍은 오래전부터 취향 있는 사람들의 사랑방 같은 곳이다. 10년 전 문을 연 코발트숍은 당시만 해도 만나기 힘든, 감각 있는 해외 브랜드 제품을 수입하는 것으로 입소문을 타 문화 예술계 종사자가 많이 드나들었다. 하지만 관광지처럼 변해버린 가로수길의 상권 때문에 잠시 숍을 접기도 했다. 그리고 2012년, 코발트숍을 꾸리던 멤버들이 다시 모여 새로운 코발트숍을 열었다. 기존에 운영하던 숍에 카페를 더해 돌아온 것이다. 10년 전이든, 지금이든 인테리어부터 브랜드 선택과 수입, 배경음악 하나까지 스태프들이 좋아하는 것들로 이뤄지는 코발트의 취향에는 깊이가 있다. 특히 코발트숍의 스테디셀러인 모노클, 젠틀우먼 같은 수입 서적은 코발트 카페 한켠에 푸짐하게 쌓여 있어 읽어보고 구매할 수 있어 좋다. 새해를 맞이해 코발트숍에서만 만날 수 있는 일본 브랜드 디브로스(D-Bros)의 달력은 어떨지. 모든 날짜를 쉽게 뜯을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뜯은 뒤에는 뒷면의 또 다른 디자인이 나타나는 ‘손맛’ 있는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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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렉션 카페 & 라운지

컬렉션 라운지는 가로수길의 변화를 가장 빠르고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공간 중 한 곳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유치원이던 건물은 빠른 상권의 변화를 받아들여 자연스레 카페로 탈바꿈했다. 유치원을 운영하던 가족은 그대로 ‘놀이’에서 느낄 수 있는 유희적 감성을 담은 카페 아트씨를 시작했다. 공간을 빌려주다가 현재는 건물의 지하와 1, 2층 모두가 아트씨 컴퍼니가 운영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2015년 문을 연 컬렉션 라운지(지하)와 카페(1층)뿐만 아니라 2016년 1월부터는 2층 공간까지 카페로 오픈, 전문 파티셰와 다양한 베이커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대형 브랜드 매장으로 점령당한 가로수길에서 힙한 장소를 찾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일 듯. 인기 칵테일은 장미향이 물씬 나는 로즈가든 칵테일. 카페 키츠네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는 대표는 라운지를 위해 바이닐 하나하나를 고르는 정성도 보였다. 얼마 전 디자이너 권문수가 이곳에서 팝업스토어를 열기도 했다. 패션과 음악에 관심 많은 사람들에게는 흥미로울 이벤트 장소가 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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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이 담긴 공간

소일베이커

알게 모르게 북유럽 식기나 일본 식기에 익숙해진 서울 사람들에게 소일 베이커의 제품은 특별하게 다가갈 것이다. 전통미가 담긴 자기나 유기 제품은 어쩐지 전시장이나 박물관에 있어야 할 것 같은 편견을 깼다. 대중들도 쉽게 살 수 있고 한국 특유의 멋이 담긴 중저가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 한 젊은 대표가 ‘소일 베이커’라는 참한 그릇을 만들고 있다. 수수한 색을 썼는데도 고루한 느낌 없이 푼푼하고 현대적이다. 파주에서 구워지는 이 그릇들은 그릇 수집이 취미인 어머님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그런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그릇들이다. 지금과 같은 자리에서 키친 웨어 편집 숍 ‘카인디쉬(Kindish)’를 운영했지만 지금은 조금 더 ‘소일베이커’만을 위한 공간으로 거듭났다. 물론 지금도 매장 한켠에서는 소일베이커의 감성에 맞는 국내외 브랜드 제품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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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럴즈

베럴즈는 펫 의류 디자이너인 이교영 씨가 만든 펫 브랜드 편집숍이다. 이미 감각 있는 애완인들 사이에서는 꽤 알려져 있고 송파구에 또 다른 매장을 운영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는 곳이다. 반려동물이 있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귀여운 아이템을 구경하다 보면 선물하고 싶은, 반려동물을 둔 지인들이 생각날 것이다. 베럴즈의 겨울용 스트라이프 니트는 6만5000원. 작은 개부터 큰 개까지. 다양한 사이즈를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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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제이앤요니피 플래그십 스토어

  콧수염과 금발머리로 친숙한 디자이너 커플 스티브와 요니! 프랑스 콜레트, 이탈리아의 루이자비아로마처럼 진입 장벽이 높은 해외 백화점과 편집숍에 진출하고, 얼마 전 대기업(SK 네트웍스)과 손을 잡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그들이 새 보금자리를 가로수길에 마련했다. 기존에 한남동 (스티브J&요니P 쇼룸 겸 스튜디오)과 가로수길(세컨드 브랜드 SJYP)에 흩어져 있던 공간들이 드디어 하나의 플래그십 스토어로 합체한 것. 엄마 역할을 하고 있는 스티브J&요니P 그리고 그들의 딸 같은 세컨드 브랜드이자 데님 레이블인 SJYP. 자유분방하고 또렷한 각자의 에너지를 어떻게 한 공간 안에 큐레이팅했을지 오픈 전부터 궁금했다.    지하 1층, 지상 4층짜리 건물로 우뚝 솟은 건물은 일단 ‘스티브&요니랜드’라 부르고 싶은 규모. 경쾌하고도 세련된 정체성이 그대로 담긴 인테리어는 커플을 잘 알고 있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양태오의 결과물이다. 브랜드 고유의 로열 블루 색상으로 곳곳에 시그니처 포인트를 주고, 실버 컬러의 철제 소재로 외관을 꾸몄다. 스티브J&요니P를 잘 모르는 사람도 걸음을 멈출 만큼 멋진 건물. 1층의 SJYP는 과감한 파란색 벽, 선인장 화분, 빔 조명을 배치해 데님과 어울리는 젊고 톡톡 튀는 분위기를 주는 데 비해 ‘영 클래식’을 콘셉트로 한 지하 1층의 스티브 J&요니P는 빈티지한 가로등 조명, 나무 문짝 등을 활용해, 유럽의 아틀리에 같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컬렉션을 담아내는 플래그십 스토어, 그곳에 제품 이외의 Local finds 베로니카 포 런던 Shopping & Style 스티브J&요니P 플래그십 스토어 요소들도 조화롭게 녹여냈다. 스티브, 요니는 플래그십 스토어를 준비하며 브랜드의 정체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봤다고 하니 단순히 ‘매장’으로 치부하지 말기를. 이제 더 이상 보드를 타고 한남동을 활보하던 스티브나 타쉬 (그들이 키우는 고양이) 를 쓰다듬는 요니의 모습을 볼 수 없지만, 가로수길에서도 변함없이 자유로운 스웨그를 뽐낼 그들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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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몬스터

매 시즌 다양한 디자인으로 사랑받고 있는 젠틀몬스터는 올해 말 뉴욕 소호에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을 앞두고 있기도 하지만, 각 매장마다 다른 콘셉트로 공간을 꾸미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작년에는 세로수길에 ‘키친’을 콘셉트로 매장을 꾸민 데에 이어, 올해 여름에 연 이곳은 유럽의 침실과 벽장, 욕실 등 ‘홈’의 여러 공간을 연출했다. ’홈 앤 리커버리(Home and Recovery)’, 즉 집과 치유라는 개념을 전달하고자 한 것. 선글라스나 안경을 쓰지 않는 사람들도 흥미롭게 구경할 수 있는 젠틀몬스터의 쇼룸은 이제 서울의 놀이 공간이자 갤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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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페이버릿

세로수길 중에서도 조금 더 많이 돌아다닌 사람들이 발견할 수 있는 장소. 초콜릿 전문점 인근에 위치한 이곳은 어른을 위한 선물 같은 공간이다. 푸드, 건축, 사진, 디자인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구비된 수입 서적부터 120년 전 기법을 사용해 만든 아트북 그리고 한정판 피규어들까지. 안목과 취향 있는 어른들이 죽고 못사는 것들만 골라놨다. 이곳을 운영하는 시인 부부 성미정 씨와 배용태 씨는 지금처럼 팝업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전에 (2008)를 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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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로수길에서 만난 사람 : 마이페이버릿 대표 배용태

세로수길에서 만난 사람 : 마이페이버릿 대표 배용태

여기서 언제부터 장사 하셨어요?

10년 전에는 가로수길 메인 거리에 있었어요. 당시만 해도 가게가 다 작았고 사람이 없었어요. 가로수길 띄우려고 애쓰는 사람이 많았고, 2-3년 지나니 스타벅스가 들어오고 활기가 좀 생겼어요. 지금 경리단길처럼 주말에만 북적이고 평일에는 한가했죠. 그러다 4~5년이 지나니까 평일에도 사람이 많아졌고,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매장도 들어왔고요. 그래서 5년 전에 이곳으로 옮겼죠. 

 

어떻게 아무것도 없는 신사동에서 시작하게 되셨어요?

결혼 초기에 신사동에 살았어요. 가로수길을 왔다 갔다 해서 익숙했죠. 당시에 운이 좋게 조건도 맞았고. 그래서 계속 여기 있는 거 같아요

 

어떻게 이런 가게를 만들게 거예요?

저 어릴 때는 아예 장난감이 없었죠. 시골이었고요. 그래서인지 제 아이한테 장난감을 사 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없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3-4살 때 스위스 장난감을 사 줬는데 너무 잘 가지고 놀더라고요. 그래서 그림책 같은 것도 애가 좋아했고요. 그래서 하나하나 해외 회사에 연락하고 수입을 하다 이렇게 된 거죠.

 

제일 좋아하는 책은?

안 팔렸으면 하는 책은 일단 제가 한 권은 가지고 있죠.(하하) 장난감 중에서도 몇백만원짜리는 팔 수도 없어요. 저기 있는 아톰도 50개 한정인데 50개 중에 10개를 사서 하나는 제가 갖고 나머지는 팔았어요. 그런 게 많아요.

 

이선영(책방 10손님)

메인 거리에 있을 때부터 다녔어요. 당시만 해도 일반 서점에 없는 좋은 책이 많았고요. 지금은 수입 서적이 다른 곳에도 많이 들어와 있지만 저는 여전히 여기가 책방 같은 분위기라 좋아요. 동화책도 좋아하고 디자인 서적도 좋아하고, 사진집도 좋아하는데 고품질의 책을 골고루 갖춰두고 있어요. 사장님이 선택한 책을 믿고, 디자이너들끼리도 ‘이번에 뭘 갖다 놓으셨을까’ 하며 궁금해해요. 

느낌 있는 맛집들

배드파머스

2015년 봄, 세로수길 깊은 골목 안 주택을 개조해 문을 연 이곳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샐러드 열풍을 만들어낸 근원지 중 한 곳이다. 먹고 돌아서면 금방 배고픈 샐러드가 아니라 밥 대신 먹을 수 있는 든든하고 푸짐한 샐러드가 특징. 덕분에 1년 365일 다이어트 현재진행형인 여성들뿐만 아니라 인근의 직장인들도 평일 점심시간이면 이곳을 찾는다. #생명연장이라는 단순하고도 임팩트 있는 슬로건을 실천하는 샐러드는 오히려 다양하고 신선한 재료를 다채롭게 썼다. 로메인, 아보카도, 훈제연어, 달걀과 로스트 치킨까지 아낌없이 올린 아보콥 샐러드는 채소를 좋아하지 않아도 맛있게 한 그릇을 비울 수 있을 정도다. 속을 더 든든히 채우고 싶다면 시금치 요거트 볼을 곁들이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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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동

디 오리지널 팬케이크 하우스

‘리얼’ 아메리칸 팬케이크를 맛보고 싶다면 세로수길 골목 안에 위치한 이곳을 비할 곳이 없다. 1953년 미국 포틀랜드에서 시작해 60년 동안 120여 개 매장으로 성장한 디 오리지널 팬케이크 하우스는 2013년 미국 외에 첫 매장을 세로수길에 냈다. 이곳의 팬케이크 맛에 감동받아 현지 매장에서 몇 달간 일한 대표의 애정 덕에 많은 도시를 제쳐두고 미국 외 분점 1호가 서울에 생긴 것. 본점의 셰프가 서울에 머무르며 전수한 레시피로 만든다. 합성첨가물과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고 만든 든든한 팬케이크를 먹고 나면, 왜 그렇게 많은 미국인이 아침으로 팬케이크를 먹는지 알 것도 같다. 이곳의 추천 메뉴는 독일식 팬케이크인 더치베이비와 계절 과일을 듬뿍 올린 팬케이크. 더치베이비는 시간이 지나면 푹 꺼진다. 나오자마자 입맛에 맞춰 버터를 얹고 레몬과 슈가 파우더를 뿌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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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홈즈베이크하우스

샌프란시스코에는 유명한 베이커리가 있다. 1인당 2개만 구매가 가능한데, 간판이 없어도 사람들이 아침부터 줄을 서서 사 먹는 곳. 바로 미스터홈즈베이크하우스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매장을 제외하고는 세로수길 매장이 최초다. 샌프란시스코 매장에서는 크러핀 줄과 그 외의 베이커리 줄로 나뉠 정도로 이곳의 크러핀은 인기 메뉴. 크우아상의 페이스트리와 머핀의 부드러움을 함께 느낄 수 있는 크러핀(Cruffin)과 버터와 설탕, 계란이 들어간 프랑스식 도넛, 브리오슈 도넛(Brioche Donut)이 대표 메뉴다. 서울의 베이커들은 직접 샌프란시스코에서 두 달간 교육을 받았다. 'I Got Baked in Seoul'이라는 귀여운 네온사인이 걸린 매장 역시 샌프란시스코 현지 분위기와 위트를 그대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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