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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릇한 절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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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폭염주의보가 내리던 8월의 어느 날, 마포구 구수동에 있는 한 건물 옥상을 찾았다. 35℃를 육박하는 날씨에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 5층까지 계단을 오르자 채 5분도 안 돼 이미 온몸이 땀범벅. ‘아, 여기서 농사를 짓는 사람은 반쯤 탈진해 있겠구나’ 예상하며 옥상문을 들어서자 간이 튜브에서 물놀이를 하던 김나희 대표가 노란색 비키니 차림으로 인사를 건넨다. ‘생각보다 빨리 오셨다’며 일상복으로 갈아입고 돌아온 그녀는 말 그대로 ‘도시’의 농부였다. 검은색 미니 원피스를 입고 예쁘게 화장한 얼굴에, 흙이 잔뜩 묻은 삽을 들고 자연스럽게 맨발로 텃밭을 거닌다. 해를 많이 본 팔과 어깨는 까무잡잡하게 타 있다. 조합원으로 시작해 작년 1월부터 그녀가 운영을 도맡아 하는 ‘파릇한 절믄이’는 ‘Local food for city healing’이라는 비전 아래, 도시 농업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활동하는 지역 커뮤니티다. 3월부터 10월 말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농사 모임을 갖고, 목요일에는 텃밭에서 나는 농산물로 음식을 만들어 나눠 먹는다. 계절마다 종류는 다르지만 1년을 기준으로 토마토, 바질, 옥수수, 감자, 각종 허브 등 꽤 다양한 먹거리를 수확한다. 이곳 구수동의 옥상 외에도 서울시에서 지원받아 한강대교 노들텃밭의 10평 정도 되는 공간에도 공동체 텃밭을 운영하고 있다.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감상적인 차원을 넘어서는 공동체를 위한 활동이다. 자연재해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서 최소한의 자급자족을 가능하게 해주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토대가 될 수 있다고. 또한 멀리서 수입하는 먹거리에 사용되는 방부제나 농약, 항생제 같은 유해한 물질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건강에도 훨씬 좋다. 멀리 나가지 않아도 충분히 자연을 느낄 수 있고, 뜻이 맞는 좋은 친구를 사귈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장점. 건강한 농산물과 자연, 도시 농업에 관심 있는 ‘독거 청년’이라면 누구든 파절이의 멤버로 활동할 수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 회원 가입을 신청하면 가지 치기, 잡초 제거, 작물 모종판 만들기, 요리클래스 등 달마다 열리는 이벤트에 참여가 가능하다. 옥상은 모두의 공간으로 사용되므로 월세와 공과금, 유지비를 개인당 월 1만원의 회비로 함께 부담한다. 한 가지 조건은 꼭 젊어야 한다는 것. 나이를 말하는 게 아니다. 생각과 마음이 젊은 사람이면 누구나 환영받는 곳이다.

상세내용

주소
마포구
토정로 194 옥탑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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