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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언더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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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 Out 의견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1000만에 달하는 세상이다. 그곳에는 빛과 그림자가 공존한다. 누군가의 반려동물은 천연비누로 목욕하고 수제간식을 먹으며 가끔 마사지도 받는 호사를 누린다. 또 다른 반려동물은 털이 때에 찌들어 어두운 보호소에 갇힌 채 다가올 죽음을 기다린다. 반려동물을 애지중지 키우던 사람이 갑자기 병이 나거나 혹은 해외발령이 났다며 주위 사람에게 떠넘기는 경우는 흔하다. 빛이 그림자가 되는 건, 순식간이다. 다큐프로그램 < 동물농장 >에는 적어도 2주에 한번씩 버려진 동물의 이야기가 나온다. 주인이 아예 개고기집 앞에 묶어놓고 간 개도 있고, 버려진 상처로 거식증에 걸린 고양이도 있다. 그 중에서도 < 동물농장: 더 언더독 >은 유기견 보호소의 개들을 집중적으로 그린 ‘동물농장’의 특집편이다.

뮤지컬 < 더 언더독 >은 일년에 버려지는 개가 10만 마리에 달하는 현실을 그린 이 특집편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창작 뮤지컬이다. 주인공으로는 주인에게 버림받고 투견이 된 진돗개 진(김준현, 이태성), 군견이었다가 쓸모없어져 보호소로 보내진 셰퍼드 중사(김법래, 김보강), 분양용 강아지를 생산하는 강아지공장의 모견이었던 마르티스 마티(정명은, 정재은)가 있다. 눈이 먼 골든 리트리버 할배(정찬우, 김형균)는 마티를 살뜰히 챙기며, 유쾌한 달마시안 죠디(김재만, 최호중)는 극에 활기를 더한다. 호화롭게 살다가 어느날 주인에게 버림받은 푸들 쏘피(구옥분, 박미소)는 조디의 연인이다.

극을 보기 전에는 뮤지컬 < 캣츠 >처럼 충실히 동물의 입장에서 극을 이끌지, 아니면 소설 < 동물농장 >처럼 동물을 통해 사회비판을 할 지가 궁금했다. 소감을 말하자면, 전자는 아니다. 등장하는 캐릭터에 개의 정서나 특징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는 후각과 청각이 발달했기에 눈이 멀어도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또한 충성심이 대단해 한번이라도 자신을 사랑해준 주인은 결코 원망하지 않는다. 유기견의 처절한 현실을 실감나게 표현하는 것이 뮤지컬의 목적이었다면 이런 개의 특성을 활용해 눈물 쏙 빠지도록 애처로운 비극을 만들었을 것이다. 전반적인 전개와 결말을 보면, 뮤지컬의 주제는 사회비판이다.

‘길 잃은 자들의 땅’, 유기견 보호소는 하나의 장치다. 이 밀폐되고 단절된 세계에서는 유기견 한 마리가 들어와야 한 마리가 나간다. 보호소는 “규칙은 곧 통제, 통제는 곧 힘”이라는 중사가 통제한다. “보호소 안에서 내 말을 잘 따라야 밖에 나가 주인을 만날 수 있어”라는 중사의 말을 다른 개들은 곧이곧대로 믿는다. 한편 자신을 버린 주인에게 복수하고자 나갈 날만을 기다리는 진은 보호소 밖으로 나간 믹스견의 최후를 우연히 보게 된다. 진은 게다가 중사가 최후의 진실을 알면서도 다른 개들에게는 숨겨왔다는 사실도 알게된다. 올해 3주기를 맞는 세월호 사건을 비롯한 여러가지 사회 이슈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유기견을 전면에 내세운 건 반려동물 가구에게 효과가 좋은 마케팅 전략이다. 하지만 유기견이 주인공이되 유기견을 주제로 한 뮤지컬은 아니다. 관람하는 동안 반려견을 맡길 수 있는 서비스도 마련되어 있으니, 반려견과 함께 가면 좋을 뮤지컬이다. 배우 이태성의 팬에게는 그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다. 드라마에서 이름을 알린 배우 이태성의 성량은 놀라울 만큼 풍부하고 탄탄하며, 오랜 뮤지컬 무대 경험으로 닦인 김보강의 노래 역시 고음에서도 흐트러짐이 없다.

작성:
In-jeong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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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5000원~8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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