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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람
Photograph: Courtesy of Panmanza

Q&A: 소리꾼 이자람

21세기의 전방위 소리꾼.

작성:
Hye-wo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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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꾼이자 포크록 밴드 아마도이자람밴드의 보컬 이자람. 그녀는 몇 해 전부터 ‘판소리 만들기-자(이하 판만자)’의 예술감독으로 창작 판소리를 만들어왔다. [이방인의 노래]는 그녀가 작가, 작창가, 예술감독, 출연 등 1인 4역을 맡은 세 번째 창작 판소리로,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단편소설인 [Bon Voyage, Mr. President!]를 바탕으로 한다.
 
2014년 [이방인의 노래]를 초연한 뒤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작품에 변화가 있었나요?
공연과 공연 사이에 사람들은 각자의 삶을 살지요. 저도, 스태프들도, 함께 무대에 섰던 고수들도. 공연이 다시 올라간다는 것은, 그 사이에 경험한 수많은 개인 삶의 경험이 다시 공연에 어떻게 묻어나고, 우리는 2년 전 이 공연을 왜 했으며 그때의 의미는 무엇이었는지, 지금 다시 이 공연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를 찾는 과정이자, 관객을 만나 또다시 성장하게 되는 변화이기도 합니다. 해서 작품의 변화를 딱히 무어라 설명할 수는 없지만, 오늘도 공연팀 모두가 우리가 탄생시킨 이 인물, 상황, 정서, 음악,소리가 지금 우리에게 무엇인지를 열심히 나누고 있습니다. 필요에 따라 인물의 성격이나 상황을 재설정해보면서 이 이야기가 가진 가치를 되짚어보고, ‘눈에 보이는 변화’가 필요하면 대본이나 음악을 수정하기도 합니다.
 
[이방인의 노래]에서 이방인은 역시 주인공 라사라를 의미하는 건가요?
공연 말미에 소리꾼은 ‘삶 위에 모든 사람이 이방인이다’라는 뜻의 이야기를 합니다.라사라 뿐만 아니라 오메로와 대통령 모두 자신의 삶에서 때때로 이방인이라 생각합니다. 그러한 이방인들이 서로 만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소중한 것을 잘 들여다보길 바라는 것이고요.
 
어떤 관점으로 보면 더 재미있을까요?
그냥 무심코 오는 것이 공연 후 가장 큰 재미를 가져가게 되는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것이 판소리 공연이라거나 마르케스의 소설이라거나 하는 공연에 따라붙는 수식들로 인해 어떠한 조심스러움이나 반대로 큰 기대 같은 것이 있는 상태보다는, 그냥 편한 마음으로 왔다가 이야기 하나 듣고 가면 좋겠습니다.
 
“이방인들이 서로 만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소중한 것을 잘 들여다보길 바란다.”

[이방인의 노래] 공연 중 사진  
 

2007년부터 꾸준히 창작 판소리를 만들어오고 있습니다. 창작 판소리를 만든다는 것은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재미있고, 잘하고 싶고, 그래서 노력하게 되는 것입니다. 의미는 따로 모르겠습니다.

한 편의 희곡과 소설이 어떤 과정을 거쳐 판소리로 만들어지는지 궁금합니다.
이야기를 만나면 이 이야기가 왜 내게 매력적인지, 혹은 나의 무언가를 건드렸는지 찾습니다. 그 과정이 이야기의 의미를 집어 드는 일이고요. 이 시간이 잘 점검되어 이야기의 의미와 나의 의미가 만나는 지점을 찾아내면, 그때부터 판소리어로 대본을 쓰기 시작합니다. 최대한 자유롭게, 이야기가 제멋대로 살아 움직이도록 내버려두려고 노력하지요. 대본의 수정은 연출가가 도와줍니다. 극의 전개상 더 필요한 정서, 템포 등을 논의하며 대본을 완성합니다.
 
그 후에는 대본을 쓸 때 머릿속에 한차례 그어졌던 음악적 정서들을 구체적으로 만들어가는, 작창의 시간을 갖습니다. 작창 과정에서 상황이나 인물들의 상태가 많이 반영되지요. 그렇게 만들어진 작창으로 고수와 함께 음악적 실험을 해나갑니다. 음악까지 완성되면 이제 배우로서 이 음악을 갖고 어떻게 움직이고 동선을 긋고 몸으로 표현해내야 하는지 찾아갑니다. 이것이 하나의 판소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입니다. 제가 대본을 쓰는 작가이자 곡을 붙이는 작창가이자 무대에 서는 소리꾼까지 겸업할 때의 과정이기 때문에, 다른 창작 판소리의 창작 과정은 다를 수 있습니다.
 
아마도이자람밴드의 보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소리꾼 이자람으로서의 작업이 아마도이자람밴드의 보컬 이자람으로서의 작업과 완전히 분리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글쎄요, 누가 그것을 알 수 있을까요? 행동하는 저는 각각의 협업자들도 작업환경도 전혀 다르게 때문에 분리되어 있다고 느끼지만, 한 인간 속에서 벌어지는 알 수 없는 만남들을 어떻게 말로 다 설명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판소리는 직접 보고 들었을 때 편견이 사라지는 장르라고 말한 적 있습니다. 판소리를 잘 모르는 외국인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궁금합니다.
한국이 아닌 곳에서의 공연일지라도 반응은 결국 비슷합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외국 공연들이 이제는 ‘신기함’이 아닌 시대까지 와 있듯, 낯선 나라의 예술이라고 무조건 환영받을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인은 이러한 장르가 있다는 것, 서사자가 완성도 높은 소리로 이야기를 전부 표현해내는 미니멀리즘에 놀랍니다. 판소리를 처음 접한 국내 사람들도 그래요. 다른 점은, 한국인은 그래서 기뻐합니다. 우리에게 이런 장르가 있다는 것을. 또 외국인은 이러한 현대화가 가능한 것을 보고 자신들의 전통예술과 현대화를 점검하기도 하고 브레히트의 서사극과 판소리의 만남에 박수를 보내는 등, 한국 연극계의 반응이나 전통예술 하는 사람들의 반응과도 비슷합니다.
 
그렇다면 판소리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있는 한국 대중에게는 어떤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요?
공연을 보러 와달라고요.
 
국내외를 막론하고 특히 인상적인 평이 있나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평은 “판만자의 공연은 놓치지 말고 봐야겠다”예요. 우리의 작업에 대해 관객 각자가 재미를 느끼고 의미를 부여해줄 때, 할 맛이 나지요. 아, 또 있습니다. “내가 한국인이라서 좋은 것은 판만자의 판소리 공연을 알아들을 수 있어서이다”라는 평도 진짜진짜 기분 좋습니다.
 
창작 판소리를 무대에 올리는 동시에 3년째 전통 판소리 공연 [판소리 투나잍]을 열고 있습니다. 이 공연이 가진 의미는 무엇인가요?
오, 이 공연을 아는 분을 만나 반갑습니다. [판소리 투나잍]은 분명히 판만자 모두에게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것은 “전통에 뿌리를 올곧이 두고 창작을 해나가야 한다”라는 기본적 내부 동의를, 행위로 점검하는 것입니다. 이 공연은 판만자를 함께하는 우리 모두 각자의 스승님으로부터 배운 전통의 기술과 정신을 점검하고 전통의 모형 그대로를 가지고 관객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우리 스스로는 다짐을 하고 서로가 힘을 내자는 자리이지요. 의미를 되새기며 하지 않는 한 사실상 매해 유지하기 힘든 사업이기도 합니다.
 
"제일 좋아하는 평은 “판만자의 공연은 놓치지 말고 봐야겠다”이다. 
우리의 작업에 대해 관객 각자가 재미를 느끼고 의미를 부여해줄 때, 할 맛이 난다."

[이방인의 노래] 공연 중 사진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는 판소리는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이것 역시 재미있고, 잘하고 싶고, 그래서 노력하게 되는 것입니다. 의미는 따로 모르겠습니다. 개인이 평생을 가져갈 무엇에 의미를 두기 시작하면 오히려 어떤 위기의 순간에 그만 두게 되지 않을까요?

소리꾼 이자람의 스승이 아닌, 판만자의 예술감독 이자람의 스승은 누구인가요?
판만자의 식구들입니다. 제가 뭔가를 놓칠 때, 혹은 무언가가 힘겨울 때, 혼자라고 느낄 때, 어떤 방식으로든 제가 가르침이나 깨달음을 줍니다.

한 인터뷰에서 가장 좋아하는 책을 꼽으며 “나로 하여금 무언가를 다시 열심히 해보고 싶게 만든 책”이라 소개했습니다. 최근 무언가를 다시 열심히 해보고 싶게 만든 것은 무엇인가요?
아쉬탕가 요가 동영상이요. 거기에 새벽부터 인도 거리에서 진을 치고 있다가 구루가 나와 문을 열면 우루루 들어가 구루의 리드에 따라 요가를 하는 세계 각국의 요기들이 나와요. 나이도, 국적도 다양하지요. 요가를 대하는 그들의 태도와 모습, 또한 세계인들에게 그렇게 뿌리 내린 아쉬탕가의 요가 자체도 좋은 자극을 주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늘 한 해 동안 주어진 일을 무사히 즐겁게 잘 마치는 것이 계획이자 바람입니다. 그리 멀리멀리 내다보지 못해요. 우리의 삶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일이고요. 주어진 일들만이라도 무사히 마쳐가며 차곡차곡 삶을 살아 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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